[동문칼럼] 미국도 불경기 인감 - 중고차로 10만 마일이 예사라니
박명근
2012.03.2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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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좋아지고 경기 침체로 평균 11년… 16만 마일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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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주(州) 시츄에이트에 사는 자동차 판매원 마크 웨버(57)는 집에서 약 56㎞ 떨어진 직장까지 1990년형 볼보 자동차를 타고 출퇴근한다. 이 차의 주행기록계는 이미 30만 마일(약 48만2803㎞)을 넘어선 지 오래다. 웨버씨는 이 자가용이 아무 문제 없이 잘 달리기 때문에 당분간 새 차를 살 계획이 없다고 말한다.더딘 경기 회복으로 새 차를 사는 사람도 줄고 차의 성능은 나날이 좋아지면서 지난해 미국 차의 평균 연령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 보도했다. 자동차 사용실태 연구소인 'R. L. 폴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운행된 차량의 평균 연령은 11.1년이었다. 미 환경청이 자동차의 1년 평균 주행거리를 1만5000마일로 잡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인들이 운전 중인 차량이 평균 약 16만6500마일을 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NYT는 "1970년대 만들어진 차들의 주행기록계는 다섯 자리가 전부였고, 10만 마일 넘게 차를 모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그러나 이제 20만 마일(32만1868㎞) 이상을 달린 차를 찾는 일도 어렵지 않아졌다"고 전했다.
나날이 강화하는 환경 관련 법안은 자동차의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됐다. 미국 환경청은 10만 마일을 달릴 때까지 '촉매 컨버터'(배기가스의 유해 성분을 깨끗하게 만드는 장치) 성능이 출시 시점의 96%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정해두고 있다. 포드자동차에서 엔진 디자인을 담당하는 재커디시 소라브는 "나날이 까다로워지는 규정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은 엔진 성능 개선을 위해 애쓰게 됐고 엔진 핵심 부위들의 마모 속도도 눈에 띄게 줄었다"라고 말했다.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는 경제도 자동차 사용 기간을 늘리는 요인 중 하나다. NYT는 소비에 인색해진 사람들이 새 차 구매를 미루면서 중고차 가격이 계속 높아져, 차를 바꾸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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