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섭의종교칼럼]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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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
초등학교 동창인 H양이 추석을 고향에서 보내려고 내려왔습니다. 좋은 옷을 입고 밝은 얼굴로 나타난 그녀가 부러웠습니다. 그녀는 고향에 올 때마다 부모님의 선물을 사오곤 했습니다. 대부분 고향을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설탕, 조미료세트, 비누 치약 선물세트를 들고 왔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호마이카 상을 사오기도 하고 선풍기를 사오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자전거를 선물로 사왔습니다. 그 당시 자전거는 지금의 자동차와 같이 비싸고 귀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기도 하고 질투심(?)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 때 저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였습니다. 시골의 삶은 변화가 없는 단조로운 삶이었으며 반면에 도시의 삶은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저의 교복은 촌스럽고 어리게 보였고 그녀의 옷은 도시의 세련미를 나타내었습니다. 그녀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녀가 이야기하면 모두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시골의 삶은 너무나 뻔했기 때문에 저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집안이 어려워 중학교도 들어가지 못하고 시골에서 지내다가 십대 후반에 도시의 공장에 취직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도움으로 야간 중학교를 졸업하고 그 때는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그녀의 노트를 보게 되었습니다. 노트에는 회사에서 학교에 가는데 시간이 없어 굶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추석이 다가오는데 선물을 사기 위해 저녁은 굶기로 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삶이 너무 고달프다는 글자들이 눈물에 번져있었습니다. 눈물 자욱이 여러 군데에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회사를 다닐 때 저의 소망은 자가용을 타고 시골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경제사정이 좋아져 시골에 자가용을 타고 오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저는 소망을 바꾸었습니다. 제일 먼저 헬리콥터를 타고 고향에 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헬리콥터를 살 돈도 없지만 살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헬리콥터를 타고 고향에 가본들 반겨줄 분들이 다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98년도에 신학을 공부하러 미국에 왔습니다. 여권에 찍힌 비자기간은 1년이지만 공부를 하고 있으면 학생비자를 가지고 생활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만 급히 한국에 나갈 일이 있으면 곤란할 수도 있으므로 한국에 나가 5년짜리 학생비자를 받아올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돈도 아깝고 공부도 느슨해질 것 같아 박사학위까지 받고 한국에 가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 후 목사 안수를 받고, 청빙을 받아 교회에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비자도 종교(취업)비자로 바꾸었습니다. 종교비자의 기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이 기간 안에 영주권을 신청해야 했습니다. 영주권을 기다리는 동안에 장인어른은 칠순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아버님 칠순잔치에 참석하고 싶었지만 영주권 때문에 목회에 지장을 줄 것이라 판단하고 칠순잔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아내는 제가 보지 않는 곳에서 울고 있었지만 모른 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꿈에 본 내 고향이라는 가요가 있습니다.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 저 하늘 저 산 아래 아득한 천리 / 언제나 외로워라 타향에서 우는 몸 / 꿈에 본 내 고향이 마냥 그리워 / 고향을 떠나온 지 몇몇 해던가 / 타관 땅 돌고 돌아 헤매는 이 몸 / 내 부모 내 형제를 그 언제나 만나리 / 꿈에 본 내 고향이 차마 못 잊어!
우리들은 과거를 사랑합니다. 왜냐하면 과거는 너무나 친숙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추억은 미화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미래는 모르기 때문에 두렵습니다. 고향은 우리들에게 너무나 친숙하고 아름다운 추억들이 있는 곳입니다.
몇 년 전 저는 다 큰 자녀들에게 옛날 옛적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을 한참 이야기 하다 왠지 주위가 썰렁한 것 같아 둘러보니 자녀들이 동정적인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수십 번 들었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우리들에게 “우리는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 갈 수 없다”고 가르칩니다. 롯은 소돔과 고모라 지역에 살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소돔과 고모라의 죄악이 너무나 커서 멸망시키기로 작정하셨습니다. 그러나 롯의 가족을 구원하시려고 천사들을 보내셨습니다. 천사가 롯의 가족에게 한 가지 조건을 제시하였습니다.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사람이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하십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돌아갈 진정한 고향은 천국이기 때문입니다!
(포근한 교회 / 임동섭 목사 / 응용물리 72 / 콜로라도 덴버 / kgoo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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