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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섭의종교칼럼] 소주병 위에 손 얹고 기도하는 심정!

임동섭
2011.03.09 00:54 95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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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병 위에 손 얹고 기도하는 심정!

교인의 가족 중에 한 분이 프리마켓(Flea Market)에서 사업을 하신다고 하셔서 주일 예배 후에 프리마켓에 가 봤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마켓 규모가 컸으며 많은 한국 분들이 사업을 하셨습니다. 경기가 좋은 시절에는 하루 입장객이 6만 명 정도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10분의 1로 줄었다고 합니다.  

A집사님 가게에서 심방예배를 드렸습니다. 그 옆 가게에 다른 교회에 다니시는 L집사님이 계셨습니다. 그 분은 저의 부부를 보고 매우 기뻐하시면서 대뜸 다음 주에 오시면 고춧가루 한 봉지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이 고춧가루가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주일마다 주보를 8페이지짜리로 만들어 프리마켓을 방문할 때마다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잠시라도 하나님과 교회에 대해서 생각하기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주보를 돌리며 인사를 해도 처음에는 제대로 인사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인사를 주고받기까지는 약 8개월 정도 지난 후였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만 몇 분의 목사님이 프리마켓에 나오셨지만 연속으로 가장 많이 나오신 분이 4회였다고 합니다. 그러니 임 목사도 조금 있으면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프리마켓에 다닌 지 2년 정도 지났을 때 마켓에 근무하는 셰리프들이 저에게 주보 나누어주는 것을 중지하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왜 중지하라고 하느냐고 항의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저에게 광고지를 배포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광고지가 아니라 주보라고 그리고 잡상인이 아니라 목사라고 했습니다. 그들은 수갑을 꺼내면서 연행하려했습니다.

그들에게는 주보를 나누어주는 목사도 잡상인에 불과했습니다. 그 후로는 방문 따로, 주보는 우편으로 따로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비용도 많이 들고 일도 더 많아졌습니다. 나중에 L집사님이 사무실에 가셔서 한국 분들이 주보를 다 좋아한다고 어필한 후에 다시 배부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아는 S목사님은 보스턴에서 목회한 적이 있었습니다. 여 집사님이 가게에 오셔서 축복기도를 해주시기를 청하시기에 즉시 심방하러 가셨습니다. 남편은 얼마 전 중년의 나이에 돌아가셨고 여 집사님이 남편의 사업을 이어받았다는 것입니다. 소주를 수입해 도매하는 사업이었습니다. S목사님은 고민 끝에 소주병 위에 손을 얹고 소주 많이 팔고 빨리 다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기도했다고 합니다.

저는 프리마켓에서 사업하는 분들이 주일예배를 드리는 것처럼 목요일 오전 11시에 예배를 드린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예배시간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프리마켓에서 마음속으로 기도합니다. 이곳에서  많이 팔아 사업자금을 마련하여 주일에 예배드릴 수 있는 사업을 하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주일예배처럼 드리는 목요예배시간이 성경공부시간으로 바꾸어지기를 기도합니다.

가난한 집에서 중환자실에 계속 있을 때 호흡기를 떼어야하나요. 입원비가 너무 들어가는데……. 강제로 성폭행당해 임신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치매 어르신이 계신데요. 차마 치료시설에 못 보내드리겠어요.

18세기 서부 개척시대에 개척자들이 동부에서 서부까지 가는 사이에 인디언의 습격으로 죽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여자는 젖먹이가 하도 크게 울어서 인디안 들에게 노출되어 그와 세자식과 같이 했던 모든 사람들이 다 죽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다른 서부개척 팀의 한 흑인여자는 자기 어린애를 제 손으로 죽여서 모두가 무사히 안전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남극을 탐험하던 탐험대에서 예기치 않게 사고가 발생하여 한 대원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그들은 이  환자를 운반할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그 자리에 머물던 그들은 모두 죽고 말았습니다.

위와 같은 상황에 따라 판단하는 것을 상황윤리(situation ethics, 狀況倫理)라고 합니다. 그런데 상황을 따라 행하다보면 하나님의 말씀(성경)을 따르지 못하게 됩니다. 상황은 변하므로 상대적입니다. 그러므로 가치도 상황에 따라 변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상황 속에 살기 때문에 상황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즉 상황 없는 규범은 공허하고 규범 없는 상황은 맹목입니다!

제가 프리마켓에 다닌 지가 이제 8년 6개월이 되어 갑니다. 목요예배에 10여분이 참석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두 분만이 참석하십니다. 제가 교인 수를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다녔다면 진즉 포기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목회는 거래가 아니고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저의 기도가 이루어져 주일에 프리마켓에 전도하러 나가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포근한 교회 / 임동섭 목사 / 응용물리 72 / 콜로라도 덴버 / kgoo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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