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섭의종교칼럼] 방안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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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 퉁소!
퉁소를 40년 이상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방안퉁소 수준입니다. 집에서 혼자 불면 그런대로 들을 만합니다. 그런데 밖에서 불면 소리가 잘 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방안퉁소입니다. 전라도에서는 '방안퉁수'라고도 합니다.
형님이 중학생 때 길에서 퉁소를 파는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퉁소를 불지 못했습니다. 형님이 퉁소에 관심이 있는 것을 보신 그 할아버지가 퉁소를 한 번 불어보라고 하셨습니다. 형님은 피리를 불었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대로 퉁소를 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중학생이 퉁소를 부니까 주위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고 퉁소도 하나 둘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형님이 불던 퉁소만 남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형님 덕에 퉁소를 다 팔게 되었다면서 그 퉁소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형님은 퉁소를 아끼셨지만 기타를 배우시면서 관심이 멀어졌습니다. 제가 대학에 다닐 때 학교 기숙사로 가져왔으며, 이사를 다닐 때마다 들고 다녔습니다. 지금은 미국 덴버에까지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옛날 생각이 나는 추억의 악기입니다.
대학 4학년 때 다니던 교회에서 퉁소를 연주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가까스로 소리를 내어 연주를 하는데 비디오카메라가 제게로 향하였습니다. 당시의 비디오카메라는 별도로 조명을 하던 때였습니다. 강한 조명이 제 얼굴에 비추자마자 퉁소가 입술에서 떨어졌고 다시 불려고 했지만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교인들은 소리가 나지 않자 오히려 재미있어 했지만 저는 다시는 퉁소를 불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미국 뉴저지에 상사주재원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함께 모인 기독교 행사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각 나라 고유의 악기나 춤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국악기는 퉁소 밖에 없었습니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어 음악담당자에게 저를 첫 순서에 넣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는 두 곡을 준비해 갔습니다. 한국 고유의 가락인 ‘아리랑’과 미국 사람들이 잘 아는 ‘Amazing Grace'이었습니다. 무대에 서서 퉁소를 부는데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겨우 모기 소리만 하게 연주를 마치고 내려왔습니다. 다음엔 절대로 퉁소를 불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친교시간에 음악담당자가 제게로 오더니 너무 고마웠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저는 그냥 인사치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어서 하는 말이 자기도 준비가 덜 되어 긴장하고 있었는데 제가 초반에 죽을 써주어서 자기는 편안하게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분이 저에게 오셨습니다. 자기는 6.25 전쟁에 참전했었던 사람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십 년 만에 ‘아리랑’을 들었다면서 눈물을 글썽이셨습니다. 비록 연주는 죽을 쑤었지만 여러 사람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드렸다고 스스로 위로를 했습니다.
‘포근한 교회’가 사용하는 미국 교회 건물에는 4개 민족의 교회가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한국, 히스패닉, 브라질 교회입니다. 매년 3차례 4교회가 연합으로 예배드립니다. 설교는 각 나라별로 돌아가면서 하고 각 나라말로 통역을 합니다. 찬양은 자기 나라 언어로 합니다. 연합 예배 시간에 다시는 불지 않겠다던 퉁소를 불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소리가 잘 나던 퉁소가 정작 연주할 때는 잘 나지 않았습니다.
많은 악기가 있는데 왜 ‘방안퉁소’라는 말이 생겼을까? 아마도 방안에서 잘 나던 소리가 밖에서는 뜻대로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방안퉁수(소)'를 '방에서 나가지 않아 시야가 좁고 사고가 편협한 사람'이란 뜻으로 쓰고 있습니다. 비록 연주는 ‘방안퉁소’ 수준일지라도 믿음만은 방안에서나 밖에서나 같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동섭 목사 / 응용물리 72 / 콜로라도 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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