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섭의종교칼럼] 고독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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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죽음!
재작년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을 해주겠냐는 전화였습니다.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그 분을 만났던 일들이 앨범을 넘기는 것처럼 지나갔습니다.
교회를 개척한 지 2년쯤 되었을 때 K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그 분은 할머니와 외동딸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S 할머니는 불교를 믿은 지 40년이 넘었으니 기독교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2달에 한 번 정도 계속 방문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대화를 할 때 매너가 좋았습니다. 손수 커피를 타시기도 하시고, 과자도 준비해 두셨다가 내오시기도 하셨습니다.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잘 들어 주셨습니다. 저는 할아버지가 금방 예수님을 믿으실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에 다음으로 미루셨습니다.
딸이 출근하면 두 분이 하루 종일 한국 비디오를 보시는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는 무릎 수술 후 거동이 불편하셨습니다. 할머니와 가끔 산책을 하실 때 할머니 휠체어를 밀어 주시기도 하시고, 할머니를 태우시고 운전하여 가까운 시장에 다니시기도 하셨습니다. 하루는 운전하시다가 정신을 잃으셨습니다. 그 후로 운전하실 수가 없게 되셨습니다. 점점 집 안에서만 생활하시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만 보내시다 보니 할머니와 다투시는 횟수가 점점 늘어났습니다.
그렇게 4년쯤 지난 어느 주일 아침에 할머니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교회에 가고 싶다는 전화였습니다. 매우 기뻤습니다. 교회에 나오실 때는 언제나 목욕을 하셨습니다. 예배를 드릴 때에 아주 정성을 다하셨습니다. 선물해 드린 성경을 꾸준히 읽으셨습니다. 몇 개월 후 할머니는 혼자서 불교 관련 모든 것을 태우셨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가 전화를 하셨습니다. 병원에 가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습니다. 의사가 할머니의 상처를 보자마자 경찰서에 전화를 했습니다. 출동한 경찰은 할머니의 상처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병실에는 경찰과 할머니 그리고 통역사가 동시에 통화할 수 있는 삼자통화 전화기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가 휘두른 지팡이에 맞은 것을 확인한 경찰은 본부에 전화를 했습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선처해 주기를 경찰에 부탁했으나, 가정 폭력은 피해자의 의견에 상관없이 입건된다고 경찰은 말했습니다. 할아버지는 10여분 만에 체포되셨다고 출동한 경찰이 말해주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수감된 감옥은 면회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감옥 담당 목회자에게 제가 지금 목회하고 있다는 재직 증명서와 목사 안수증 사본을 제출한 후 면회할 수 있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면회실은 공항 검색대와 같은 검사를 마치고 들어가야 했습니다. 공중전화 박스와 같은 박스에 들어가니 할아버지가 나오셨습니다. 맨 몸에 수의를 걸친 할아버지와 저 사이에는 방탄유리벽이 가로 막고 있었습니다. 마주보고 전화로 대화를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대단히 화가 나 있었습니다. 제가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자마자 경찰에 의해 체포되셨기 때문에 제가 신고한 것으로 단단히 오해하셨습니다. 저 때문에 집안이 망하게 되었다고 화를 내셨습니다. 더 이상 대화할 수 없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면회실을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재판할 때마다 참관했습니다. 입건되신지 한 달쯤 후에 보석금 5천불을 내고 모셔가라고 판사가 말했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보석금을 내고 나가는 것을 반대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고령(83세)이시고 심장이 약하신 분이라 감옥에서는 병원으로 보내셔서 치료를 받기도 하셨습니다. 감옥에서 2개월 쯤 보내셨을 때 재판정은 보석금 없이 나가게 하셨습니다. 성탄절 이틀 전이었습니다.
다음 재판을 기다리던 할아버지는 딸과 40여일을 지낸 어느 날 딸이 출근한 후 홀로 쓸쓸하게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장례식은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습니다. 눈을 맞으며 하관식을 마쳤습니다. 할머니는 병원 치료를 마치신 후 양로원으로 옮겨지셨고 지금까지 양로원에 계십니다.
임동섭 목사 / 응용물리 72 / 콜로라도 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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