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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통합게시판

[김시우의여정] <연재소설>여정(34회)

김시우
2007.07.02 11:49 1,444 2

본문

달수는 젊은 남자에게  뛰어드는 자신을 사력을 다해 가로막는 진태에게서 삶에 지쳐 생기마저 잃은 그의 얼굴과,  진태 대신 무우를 다듬던 아주머니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 사색이 된 것을 보았다. 달수는 체념한 듯 두손으로 머리를 쥐어 뜯으며 의자에 펄썩 주저 앉아 소주를 입에 털어넣었다.

“ 고맙다. 달수야, 잘 참았다. 제들 가끔 오는데 정말 싹아지 없어…나도 처음엔 너처럼 울화가 치밀어 참느라 혼났어. 쟤들 이러는 게 처음은 아냐. 근데 내 밥줄인 손님인데 어쩌겠냐…”

“ 야! 그래도 그렇지 무릎을 꿇냐? 그 정도로 내가 잘못했어? 너 그렇게 궁색해?…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너 왜 사람 비참하게 만들어? ”

달수가 채 가라앉히지 못한 흥분을 진태에게 퍼부었다. 달수가 와이셔트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잡아 꺼내려다 좁은 실내포장 마차에서 슬픈 얼굴로 무우를 다듬고 있는 여인을 의식했는지 다시 집어넣었다.

“ 달수야!… 그게 내가 살아가야 할 방식이라는 걸 나도 안지 얼마 안됐어. 싸움이 커져 경찰이 오면 이 허름한 포장마차도 철거하고 다른 곳을 찾아 헤매야 해. 어머니 병원비를 댈 사람은 나 밖에 없어…후훗… 짜식…성질은 여전하구나… ”

진태가 달수의 손목을 잡아 끌어 포장마차 밖으로 나간 둘은 차도에 두 다리를 내리고 보도블럭에 쪼그리고 앉았다. 달수가 담배를 입에 물고 진태에게 담배갑을 내밀어 권하자 그가 손사레를 치며 금연 중이라고 했다.

“ 나… 담배 사 필 주제도 못돼…”

“ 무슨 얘기야? 네가 뭐가 어때서?…”

“ 아버지도 도박으로 가사탕진하고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객사했어. 그 피가 어디 가겠어?”

아내에게 버림받고 패배감에 절어있는 그는 스스로에게 빈정거리고 있었다. 학생시절 총기로 가득했던 그의 허공을 올려다 보는 눈은 무척 슬퍼보였다.

진태는 대기업 증권회사의 펀드 메니져 였다. 고객의 위탁금을 자신이 투자한 주식에 몇 번 전용하여 짭짤하게 돈을 벌었는데 그것에 재미를 느껴 금액이 커지고 횟수도 빈번해지면서 결국 부정행위가 들통 났다.  고객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그는 구속이 되었고 그 사이 임신한 아내는 집을 나갔다. 출소후 처가에 몇 번이나 찾아갔지만 처가 식구들로 부터  문전박대를 받았다고 했다.

진태는 뵐 면목이 없는 어머니의  병간호를 여동생에게 맡기고 자신은 누나집에 얹혀 살고 있었다. 진태가 어머니의 병원비 지출로 빚이 쌓이고 먹고 살길이 막막하여 시작한 포장마차를 끌며 새벽 2시가 넘어 집으로 가면서, 늘 지나치는 한강다리를 볼 때 마다 강물로 뛰어들고 싶은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지만,  투병중인 어머니와 어머니를 간호하느라 혼기를 놓쳐버린 여동생이 눈에 밟혀 참아내고 있었다.

“ 그럼… 저 분은?”

“ 누나야…매형도 얼마 전에 명예퇴직이란 형식으로 해고되었어. 아직 일을 찾지 못하고 계시나봐. 그래서 같이…”

“ 역시 양주는 몸에 받지 않아, 몸이 불덩이 같네…”

양복 안주머니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려고 가슴 속으로 집어넣던 손을 빼어 내린 달수였다. 회사에서 면직당한 친구에게 명함을 건네는 것 또한 그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여름에도 팬시한 양복과 긴 팔의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고집하고 다녀, 사내에서 멋쟁이로 소문난 달수는 자신의 옷 차림새도 진태에게 상처가 될 것 같았다. 달수가 진태의 말을 잇지 못하고 어물쩡 하다가 넥타이와 정장 저고리를 벗어 서류가방 위에 올려놓고 셔츠의 팔을 걷어올렸다. 그러한 어색한 분위기를 진태가 감지했는지 그가 대화 소재를 바꿨다.

“ 달수야! 너, 민규 알지?”

“ 민규? 최민규 말야?

“ 응, 민규가 얼마전 여기 왔었다.”

“ 그 새끼 아직 살아있냐? 하도 깝쭉거리고 다니니까 임자 만나 되진 줄 알았는데 아직 살아있단 말이지.”

달수의 말속에는 민규에 대한 진한 적개감이 풍겨나오고 있었지만, 원수지간인 달수와 민규의 가족사를 알지 못하는 진태가 그저 친구의 허물없는 객기로 치부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

“ 응… 우연히 지나가다 출출하다며 우동 한 그릇 먹으려고 왔었어. ”

“ 그래? 지금 그 자식 뭐 한다 하더냐?”

“ 무슨 호텔 사장이라고 하던데… 음… 맞아 올림푸스… 올림푸스 호텔.”

“ 올림푸스? 그거 인천에 있는 거잖아? 근데 여길 왜?”

진태가 달수가 조금 전 김상무와 같이 있었던 호텔을 고개로 가리켰다.

“ 응…저기 호텔 보이지? 거기 지하에 있는 비지네스 클럽을 인수하려고 하는데 잘 안되나 보더라…”

진태의 말을 전해 들은 달수는 생각했다. 왜 민규는 자기가 일하는 직장과 시름을 달래려 소주 한 잔 기울이는 곳에 까지 와서 악령처럼 맴도는 건지…  15년 전에도 달수가 희정을 처음 만나 월미도 횟집에서 식사할 때도  민규는 둘의 데이트를 훼방 놓았었다. 대꾸없는 달수에게 진태가 다시 말을 이었다.

“반지르하게 윤이 나는 청회색 실크 양복에다 하나같이 덩치가 큰 부하 직원까지 4명 거느리고 왔더라. 경호업도 한대.”

“ 경호업?”

“ 응! 거 있잖아?  유명 연예인들 보호하는 거… 자기회사가 국민배우 영화배우 안성규하고 가수 수연도 담당한다는데?…”

“ 수연? 방수연 말야?”

“ 그건 그렇고… 달수야, 너 왜  전역했냐? 군대가 철밥통 아니냐? 나라가 망하기 전에는 쫓겨나지 않을 거 아냐? ”

“ 너 뭘 모르는구나, 군대도 계급 정년제와 나이 정년제가  있어… 특정 계급에서 몇 년이상을 근무한 후 진급이 안되거나, 특정 나이까지 진급을 못하면 강제 전역해야 해. 예를 들면 대위 진급한지 7년, 40세 이전에 소령으로 진급하지 못하면  젊은 나이에 사회의 명퇴보다 더 조기에 명퇴하지..."

“ 그래? 그렇겠구나, 거기도 엄연히 경쟁이 존재하겠지. 근데 넌 대위 진급한 지 얼마 안되어 제대했잖아. ”

" 너 처럼 가족이 그립고 가족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책임감이 있었다. 전역한 후에도 그들에게 크게 힘이 되진 못했지만..."

인생은 결국 혼자 개척해나가는 것이라고 달수가 말했다. 둘은 이런 저런 지나간 시절 얘기를 하다 포장마차에 다시 돌아왔다. 달수는 진태의 누나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올리고, 지갑에서 만원짜리를 잡히는데로 꺼내들어, 한사코 마다하는 그녀의 손에 쥐어주고 포장마차를 나왔다. 진태의 누나는 달수가 만원사이에 살짝 끼어 놓은 10만원권 수표를 알아채지 못했다.

달수는 포장마차 밖으로 나와  시내방향으로 걸으며, 빌딩 코너를 돌아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드는 진태를 몇 번이고 돌아보았다.

“ 달수야 또 보자.”

“ 그래, 진태야… 힘내!”

진태를 돌아보며 억지 환한 미소를 짓고 손을 들었다 내린 달수의 표정이 다시 무거워졌다. 진태의 포장마차의 소주처럼 월급장이 비애의 쓴 맛을 느끼는 것이다.

댓글목록 2

김시우님의 댓글

김시우 2007.07.04 01:16
  스크린 시나리오 로 이미 쓰여진 글입니다. <br />
틈나는데로 소설체로 바꾸는 작업으로 연재합니다.<br />
그런데 길 동문은 그게 왜 궁금한지 나도 궁금합니다.

돼랑님의 댓글

돼랑 2007.07.02 22:39
  이 글늘 다 쓰신후에 연재하시나요? 아님 연재하면서 쓰고 계신건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