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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섭의종교칼럼] 에콰도르 이야기(8) 늑대는 양의 공포를 말할 수 없다!

임동섭
2020.06.24 00:40 1,609 0

본문

에콰도르 이야기(8)

늑대는 양의 공포를 말할 수 없다!


'덴버지역 교역자회‘ 임원회에서 선교보고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2015년 6월 25일(목) ’덴버지역 교역자회‘에서 저희 부부를 선교사로 파송했습니다. 2020년 6월 25일(목)이 파송 받은 지 5년이 되는 날입니다.


선교 보고를 하기위해 보고 자료를 만들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들이 지나갔습니다. 가장 중요한 3가지가 생각났습니다. 첫 번째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유리 천장(glass ceiling)’을 없애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환경보다는 뜻이 먼저라는 생각입니다. 세 번째는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권사님 한 분이 에콰도르에 와서 제일 먼저 느낀 점을 말씀했습니다.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가난하게 사는 것 때문에 때때로 불평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에콰도르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신 후에는 미국에서 사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는 것이 바로 깨달아 졌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행복이 돈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가짐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강변합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통계에 의하면 수입이 올라갈수록 행복감도 올라간다고 합니다. 다만 수입이 어느 정도(2018년 기준 연봉 5만 불) 이상 올라가면 행복감은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연봉에 따라서 '세계 부자 순위를 알려주는 사이트(www.globalrichlist.com)'가 있습니다. 이 사이트에 연봉 5만 불을 넣어 보았더니 세계 부자 순위가 2018년 기준으로 0.24%라고 알려주었답니다.


“늑대는 양이 느끼는 공포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Julian Patrick Barnes)”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말하는 사람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부자는 가난한 사람의 고통에 대해 쉽게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에콰도르 젊은이들에게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남자는 대부분 ‘경찰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여자는 대부분 ‘교사’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경찰직이나 교사직이 좋아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현실적으로 다른 직업은 실력이 있어도 구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경찰직이나 교사직은 실력이 있으면 채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즉 ‘유리천장’이 있다는 말입니다.


‘유리 천장’은 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직장 내 차별 때문에 고위직을 맡지 못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경제학 용어입니다. 에콰도르에만 ‘유리 천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 사는 곳에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도 있습니다.


제가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엘머 타운즈’교수님이 수업 중에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간단히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은 말씀이었습니다. “봉건시대에 낮은 신분에서 높은 신분으로 올라가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도 어렵습니다. 현대에도 신분이 상승하는 길은 거의 두 가지 길에 달려있습니다. 첫 번째는 결혼이고 두 번째는 교육입니다.”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신분 상승이 어렵다면 다른 나라에서 성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울까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에콰도르 사람들의 신분 상승을 시키기 위해 교육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 M.Div.(목회학 석사)과정의 첫 수업시간은 ‘Master Plan'이라는 과목입니다. 인생의 목적과 목표 그리고 목회의 방향을 먼저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개발한 과목입니다.


각자 자기의 Master Plan을 발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중의 한 분의 말씀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 분은 며칠 전에 사모님과 올해 50명에게 전도하기로 약속했다고 합니다. 큰 목표를 세우고 싶었지만 ‘유리천장’에 여러 번 부딪치는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강의를 들은 후 갑자기 ‘유리 천장’이 열리는 것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전도할 대상이 50명에서 1,200만 명으로 커졌다고 합니다. 제가 오히려 너무 크게 목표를 세운 것이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분은 더 크게 잡고 싶었지만 저를 생각해서 조금 낮추었다고 합니다. 다른 학생들도 비슷한 내용의 발표를 했습니다.


저는 세상에서 신분이 상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적인 신분이 상승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영적 신분 상승의 핵심은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저희 부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에콰도르 사람들이 천국에 갈 수 있도록 신학교육을 통해 돕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이렇게 뜻을 정하면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푸시고, 환경을 변화시키시고, 길을 열어주신다고 믿었습니다. 선교할 나라는 에콰도르이고, 해야 할 일은 신학대학원 사역으로 정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습니다. 아는 분이 에콰도르에는 한 분도 없었습니다. 선교 비를 비축해 놓은 것도 없었습니다. 후원하겠다는 분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선교사가 되겠다고 작정한 지 일 년 만에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교회가 생겼습니다. 강사로 섬기겠다는 분들이 연결되고 있습니다. 파송 받은 지 4년 만에 목회학 석사 6명이 배출되었습니다. 계획도 없이 무모하게 선교지로 나가는 것도 좋지 않지만,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았다고 미루는 것은 더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학교건물을 구입하는 일이나 구제사업도 중요한 일이지만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서 오직 교육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학교 건물을 빌려 쓰는 것이 구입하는 것보다 비용도 적게 들고 효율성도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진#1 : 선교사 파송예배 순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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