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섭의종교칼럼]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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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한글!
임동섭 에콰도르 선교사
제가 중학교 입학할 때(1966년)에 ‘한글전용’화 정책이 시행되었습니다. ‘한글전용’ 또는 ‘한글만 쓰기’는 한국어를 적을 때 한자를 쓰지 않고 한글만을 쓰는 것을 말합니다. ‘한글 학회’ 같은 데서는 일상생활에서 한자를 완전히 폐지하고, 한글만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한문혼용(國漢文混用)’ 또는 ‘한자혼용(漢字混用)’은 한국어를 문자로 표기할 때 한글과 한자를 섞어서 표기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에서 일상생활에서 ‘국한문혼용’을 쓰자고 하는 한자 부활을 지금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1972년) ‘국한문혼용’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한자(漢字)가 어렵고 불편했습니다. 자녀들의 이름을 지을 때에 한글로만 쓰도록 했습니다. 한글로만 이름을 지어준 것은 지금 생각해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가로쓰기 한글전용으로 대세가 굳어졌습니다. 이렇게 굳어진 이유는 한글세대가 증가하고, 컴퓨터가 대중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M그룹 전산실에서 근무할 때였습니다. 인사팀에서 걱정거리가 생겼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원 이름 칸에 12자모(낱 글자)를 쓸 수 있도록 했는데 늘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한글로 이름을 짓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전산실에 근무하던 ‘박’씨 성을 가진 사원이 결혼하여 첫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이름을 ‘박으뜸나리’로 지었습니다. 이름 칸을 늘리려면 모든 프로그램을 수정해야 했습니다. 다들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누군가가 낱 글자를 한 번 세어보자고 했습니다. 낱 글자를 세어보니 정확히 12자모였습니다. 다들 안도의 한숨을 쉰 적이 있었습니다.
한글은 우수한 문자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한글의 우수성은 해외에서 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에서 세계의 모든 문자를 놓고 합리성, 과학성, 독창성 등의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 적이 있는데, 한글이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유네스코에서 해마다 문맹 퇴치에 공이 큰 사람을 선정하여 상을 주는데, 그 상 이름이 '세종대왕 문해상(UNESCO King Sejong Literacy Prize)'입니다. 시상식은 매년 9월 8일 ‘세계 문해의 날’에 열립니다. 상의 이름을 '세종'이라 지은 것은 배우기 쉬운 문자를 만들어 문맹을 퇴치하는데 공헌한 세종을 기리기 위한 것입니다.
한글을 만드신 분이 세종대왕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역사 자료를 검토해보면 세종은 언어학적 지식이 상당히 높았으며 한글 창제는 세종이 혼자 비밀리에 추진한 프로젝트였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세종은 당시 권력의 최상위에 있었는데, 왜 굳이 새로운 문자를 만들었을까? 문자는 권력층이 자신들의 권력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수단이기에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일반 백성들이 문자를 깨우치고 자신들의 권력에 도전하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그러나 세종은 백성들의 문자생활을 위해 양반계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배우기 쉬운 새로운 문자를 만들어 보급했습니다. 한글의 창제에는 애민정신이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 15세기에 이런 생각을 가진 지도자를 가졌다는 것은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한글의 우수성을 살펴보면, 첫째, 한글(훈민정음)은 설명서가 있습니다.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제70호)'은 훈민정음의 설명서입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한글을 창제한 이유와 창제원리, 사용방법 등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문자를 개인이 창제한 경우는 인류의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드문 일이며, 만든 시기, 만든 목적, 사용 방법이 기록으로 남아있는 사례는 한글이 유일합니다.
둘째, 한글은 글자가 과학적이라 배우고 익히기 쉽습니다. 한글이 과학적인 근거는 글자의 모양이 그 글자를 발음하는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기에 글자 모양만 봐도 그 소리가 나는 자리와 소리의 특성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본떠 만든 글자라고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글자의 운용방식이 체계적입니다. 한글의 'ㅋ'은 'ㄱ'에 획을 더하여 만든 글자입니다. 'ㄱ'소리에 기를 더하면 'ㅋ'소리가 되는데, 획을 더함으로써 예사소리에서 거센소리로 바뀜을 알려줍니다.
나아가 글자와 소리의 대응이 1:1입니다. 한글은 하나의 글자에 하나의 소리가 대응하기에 언제 어디서나 같은 소리를 냅니다. 한글의 모음은 어느 글자와 결합해도 같은 소리를 내기 때문에 배우고 익히기에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글은 창제동기와 창제원리가 기록으로 남아있는 유일한 문자입니다. 그리고 창제원리와 운용방식이 과학적이라 한글은 누구나 쉽게 배우고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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