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마크
  • 접속자 46
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통합게시판

[임동섭의종교칼럼] 레드 팀(Red Team)!

임동섭
2020.03.09 19:17 1,811 0

본문

레드 팀(Red Team)!

(임동섭 목사 / 에콰도르 선교사)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폭스바겐’은 ‘정직한 연비 1위’라는 명성을 얻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배출가스 양을 부정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자 한 순간에 신뢰를 잃어버렸습니다. 2015년 대비 2016년 ‘폭스바겐’의 시가총액은 약 80조원이 증발했습니다. CEO인 ‘마틴 빈터콘(Martin Winterkorn)’은 결국 사퇴했습니다. 미국에서만 약 21조원의 벌금이 부과 되었습니다. 전 세계 소비자들의 소송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2011년 일부 엔지니어들이 배기가스 조작 행위에 대해 보고하였음에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2015년 12월 GM은 자사 자동차 점화장치 불량으로 숨지거나 다친 399명의 피해자에게 약 7천억 원의 배상금을 지불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실 GM은 보상과 벌금을 합쳐 이미 약 2조원 가까이의 돈을 썼다고 합니다. GM의 내부 직원들의 인터뷰에 따르면 안전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상부에서 꺼려하는 조직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사람의 생각은 결코 똑같을 수 없습니다. 다른 의견은 반드시 존재합니다. 반대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 제도가 생겼습니다. 로마 가톨릭교회의 정식 명칭은 '신앙의 촉진자(Promoter of the Faith)‘입니다. 임무는 성인으로 추대될 후보자들의 덕행과 그들이 기적을 행했다는 평가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1587년 교황 ’식스토 5세‘가 오판을 막기 위해 고안했다고 합니다.


‘내부 반대자’를 두는 것은 동양에도 오랜 역사가 있습니다. 조선시대 세종은 국가대사를 결정할 때면 ‘허조(許稠)’와 ‘끝장 토론’을 벌였다고 합니다. 언제나 “아니 되옵니다!”를 외치는 그를 고집불통이라 불편해하면서도 지적을 참고해 정책을 보완했다고 합니다. 중국 ‘당 태종’의 옆에는 쓴 소리쟁이 ‘위징(魏徵)’이 있었습니다. “아방궁을 버리라!”는 등 거침없는 간언에 태종은 ‘위징’이 죽이고 싶도록 미웠지만 여러 계획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10번째 남자’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1973년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욤 키푸르’ 전쟁을 예측하지 못했던 국방부는 10명 중 9명이 동의해도 1명은 반드시 반대해야 하는 ‘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하도록 했습니다.


1983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악마의 변호인 제도를 폐지했습니다. 그 결과, 교황의 20년 남짓한 재임기간 많은 수의 복자(1,338명)와 성인(482명)이 배출되었습니다. 이는 거의 2,000년 동안, 그보다 앞서 재임한 263명의 교황이 배출한 복자와 성인을 합한 것보다 많았습니다. 교황청은 ‘성인을 배출하는 공장(?)’이 되었습니다.


가톨릭교회의 '악마의 변호인'이 미군의 '레드 팀(Red Team)'의 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일류 기업과 글로벌 CEO들이 스마트한 혁신을 위해 현재 가장 주목하고 있는 키워드가 있다면, 바로 ‘레드 팀(red team)’이라고 합니다. ‘레드 팀’은 미(美) 육군에서 아군인 ‘블루 팀(blue team)’의 승리를 돕기 위해 운용된 가상의 적군입니다. 레드 팀은 블루 팀이 생각도 못한 약점과 허점을 철저히 파고듦으로써 블루 팀의 전략을 더 탁월하고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합니다.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코넬 국가사회조사 2009’가 있습니다. 응답자의 53%는 자신의 생각이나 문제점을 상사에게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의 41%는 그것을 시간 낭비라고 여겼습니다. 31%는 그렇게 했다가 자신이 당하게 될 불이익을 걱정했습니다. 반대의견을 말하는 순간 문제아가 됩니다. 그래서 반대는 더욱더 존중되어야 합니다.


때론 제가 틀리고 다른 사람이 옳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의심하거나 부인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1960년 사회심리학자 ‘피터 왓슨’은 “사람은 대부분 자기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더욱 강하게 뒷받침해주는 말이나 증거만 확인하려 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에 빠지기 쉽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자신이 틀렸다고 인정하는 것은 인간 본성을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성공하고 싶으면 ‘레드 팀’을 만들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레드 팀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아내가 결혼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레드 팀의 역할을 너무나 잘 수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저에게 필요한 것은 레드 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레드 팀(아내)의 의견을 ‘겸허한 용기(!)’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