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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섭의종교칼럼] 에콰도르 선교일지(25) 땅을 보고 걷자!

임동섭
2016.08.09 14:10 1,787 0

본문

에콰도르 선교일지(25)

땅을 보고 걷자! (임동섭 목사/ 에콰도르 선교사)


오늘(2016년 6월 3일, 금요일)은 드디어 스페인어 수강료를 내는 날입니다. 수강료를 내야 등록이 확정됩니다. 가톨릭대학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대학 정문을 향해 가고 있는데, 아내가 강력하게 선포를 했습니다. “지금부터는 당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해야 합니다!” 아내의 말을 듣자마자 책임감과 걱정거리들이 생겼습니다.


오늘까지는 이진호 선교사님이 라이드를 해주셨지만 첫 수업이 시작되는 월요일부터는 버스를 타야 합니다. 숙소와 학교의 위치는? 어느 버스를 타야 하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우선 먼저 대학교의 위치를 알아야 했습니다. 도로 표지판을 보면서 지도 어디에 학교가 있는지 확인을 하면서 걷고 있었습니다. 가톨릭대학 정문 앞 횡단보도를 지나면서 계속 지도를 보고 있었습니다.


횡단보도 중간에 왔을 때 무언가에 발이 걸려 넘어졌습니다. 넘어지는 순간에 아 내 얼굴이 시멘트 바닥에 깎이겠구나! 그 짧은 순간에도 망가진 얼굴에 대한 걱정과 창피한 생각 등....... 이왕 넘어진 것 좀 쉬면서 상황을 파악해보자는 생각으로 엎어진 자세에서 돌아누웠습니다. 하늘이 보이지 않고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이 놀라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마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안경은 오른쪽 위쪽 부분이 긁혔습니다. 생각보다 덜 다쳤습니다. 이유는 배낭을 앞으로 메었기 때문에 배낭이 완충역할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중에 안경집과 하모니카 케이스가 망가진 것을 알았습니다. 저를 넘어지게 한 장애물이 무엇인가 확인해 보니 자동차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세워놓은 약 50cm 높이의 시멘트 기둥이었습니다.


얼마 후에 키토 중심가를 걷다가 위와 비슷한 기둥에 무릎을 다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후로는 하늘을 보지 않고 땅을 보면서 걷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길바닥이 평평하지 않았습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넘어지기 쉬운 곳이었습니다.


돼지는 스스로 하늘을 볼 수 없답니다. 돼지가 하늘을 보려면 넘어져야만 한답니다. 저는 돼지가 아닙니다. 하늘을 보기 위해 넘어질 필요가 없습니다. 막상 넘어져보니 하늘이 보이지 않고 구경하는 사람들만 보였습니다. 어떤 분은 “한번쯤 하늘을 보고 싶으면 넘어지세요!"라고 말합니다. 실수로 넘어졌다면 넘어진 김에 하늘을 보겠지만 하늘을 보려고 일부러 넘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안에 있는 은행에 수강료를 냈습니다. 수강료는 120시간에 330불이므로 두 사람 수강료 660불을 냈습니다. 등록 후 구내 카페테리아에서 차를 마시면서 쉬고 있었습니다. 마침 한국학생을 만났습니다. 이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하는 여대생이었습니다. 금년 가을에 2학년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 학생이 제 얼굴을 보더니 바로 옆 건물에 학교 병원이 있으니 가보자고 했습니다. 의사가 제 얼굴을 보더니 상처가 깊지 않아 다행이라고 하시면서 치료해 주셨습니다.


다음 날 오펠리아 시장에 갔습니다. 오펠리아 시장은 농수산물 시장입니다.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열리는 주말시장입니다. 키토 주변도시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팝니다. 어린 자녀들이 부모를 따라 시장에 옵니다. 이진호 선교사님 가족은 이들을 대상으로 토요일 10시 반부터 12시 반까지 찬양, 만화, 종이접기, 영어 그리고 성경이야기 등을 가르쳐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30여명의 어린이들이 참석했는데 4년이 지난 지금은 250여명이 참석하고 있습니다. 이 사역을 돕는 이들이 있습니다. 로사 목사님과 딸 마리아, 모니카 가족, SK 상사주재원 자녀, 출석하는 현지인 교회 사모님 그리고 가끔 방문하는 단기 선교팀 등이 있습니다. 아내는 팝콘을 튀기는 사역을 자원했습니다.


모니카는 이 선교사님이 양육한 자매입니다. 모니카가 대학에 들어갔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 선교사님은 4년 동안 매월 $70씩 후원하셨습니다. 모니카는 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 자격증을 받고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미국인이 운영하는 선교단체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모니카는 남편, 그리고 아들들과 함께 오펠리아 시장 사역을 돕고 있습니다.


저녁에 숙소를 키토 중심가에 있는 콘도로 옮겼습니다. 옮긴 이유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장기간(6주간) 머물러야 했기 때문이며, 둘째는 버스를 이용하기에 편하기 때문이었으며, 가장 중요한 셋째 이유는 신학대학원 수업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숙소는 방이 2개, 화장실 2개 그리고 식당과 거실이 있는 콘도였습니다. 콘도에 냉난방 시설이 없었습니다. 키토의 건물들은 대부분 냉난방시설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일 년 내내 날씨가 화씨로 50~70(섭씨 10~21)도이기 때문입니다. 적도지역이지만 고도가 9500피트(2850m)이기 때문에 덥지 않습니다. 일 년 내내 꽃이 피어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에게는 추웠습니다. 이 선교사님께 전기장판을 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내일이 주일인데 어느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것인가를 아내와 상의 했습니다. 선교사는 결국 현지인을 상대해야 하는데 한국교회보다는 현지인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현지인 교회 중에 가장 먼저 이진호 선교사님이 출석하시는 교회부터 가보기로 정했습니다. 이 교회는 키토 중심가에 있었습니다. 숙소에서 가까웠습니다.


사진 #1 ‘모니카’ 가족

사진 #2 콘도 앞에서, 숙소는 4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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