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섭의종교칼럼] 바라보는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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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는 훈련!
(임동섭 목사/ 에콰도르 선교사)
이번 에콰도르 Mission Trip은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저 혼자 갔다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몇 주 전에 외손자가 태어났기 때문에 아내는 딸의 집에 갔습니다. 이제까지는 항상 아내와 같이 다녔습니다. 아내는 비행기 예약부터 선교지에 필요한 물품구입 등 세세한 모든 것을 미리 준비했기 때문에 저는 저의 사역만 준비하면 되었습니다.
마치 이번 선교지 방문은 ‘시골영감 서울 상경기’와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내는 제가 어린아이와 같은가 봅니다. 마치 어린이가 물가에서 노는 것처럼 저를 대합니다. 이번 방문이 ‘홀로서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표정이었습니다.
2016년 10월 28일(금)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에콰도르 여주인이 집에 대해 안내해 주셨습니다. 제가 쓸 수 있는 시설은 방, 부엌 그리고 화장실이었습니다. 사용료는 1박에 20불이었습니다. 특이한 사항은 열쇠가 많다는 것과 알람시스템이었습니다.
열쇠는 4개였습니다. 차고(출입문) 열쇠, 차고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열쇠, 방으로 들어가는 열쇠 그리고 뒤뜰로 나가는 열쇠였습니다. 집을 나갈 때는 2개의 열쇠를 가지고 다녔습니다. 차고 열쇠와 집으로 들어가는 열쇠였습니다. 방문 열쇠는 문 앞 선반에 걸어 놓았고, 뒤뜰로 나가는 열쇠는 방안에 놓고 다녔습니다.
저녁 11:30부터 아침 7:00까지 알람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방으로 들어가는 문에, 부엌 창문에, 뒤뜰로 나가는 문에 그리고 방 안에 있는 창문에 센서가 부착되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안전문제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은 치안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각 집마다 알람시스템이 설치되어 있고 많은 자물쇠 장치를 설치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나게 많았을 것입니다.
지진재해지역에 가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습니다. ‘필라한인연합교회’에서 'Pedernales' 지역의 한 교회를 건축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몇 개월 만에 공사를 마치고 헌당예배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필라한인연합교회’는 단기선교 팀을 구성했습니다. 헌당예배에 참석하고 어린이 사역과 치과 사역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참석하기로 한 장로님 부부의 여권 기간이 모자라 합류하실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타로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갑자기 결정된 관계로 집주인에게 알리지 못했습니다. 새벽 4시 40분에 나가야 했습니다. 새벽에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새벽에 놀라게 해서 죄송하지만 알람이 울리면 더 요란할 것이므로 전화를 드렸다고 하니 ‘9’번을 누르면 알람이 꺼진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9’번을 누르고 방문을 열자마자 알람이 작동되었습니다. 집주인은 염려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곧바로 알람을 끄셨습니다. 차고 문을 막 나서는데 치안담당 회사에서 안전을 확인하는 전화벨소리가 울렸습니다.
지진재해지역을 다녀온 후 감기에 걸렸습니다. 기침감기와 몸살감기로 꼬박 한 주간을 고생했습니다. 객지에서 아내도 없는 숙소에서 하루 종일 아무 일도 못하고 지냈습니다. 배는 고픈데 식욕은 없고 막상 뭘 먹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어떤 날은 우유 한잔에 꿀물 3잔으로 하루를 보낸 적도 있었습니다. 장효빈 선교사님이 죽이랑 밥이랑 가져다 주셨지만 거의 하루 종일 혼자서 지냈습니다. 밤새 기침으로 깊은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책도 읽을 수 없고 심지어 생각도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기침 때문에 새벽에 여러 차례 일어났습니다. 나갈 일도 없는데 알람 때문에 나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람시스템이 마치 감옥의 담장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전을 위한 알람시스템이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서 반대가 되었습니다.
점점 하나님께 섭섭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관광하러 온 것도 아니고 돈 벌려고 온 것도 아니고 오직 주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왔는데, 최소한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지켜주셔야 하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점점 더 처량해지고 더 화가 났습니다.
깊이 생각할수록 이런 섭섭한 생각은 마귀가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걸린 감기에 대해 집착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감사할 것을 바라보겠다고 관점을 바꾸었습니다. 감기에 걸린 이유는 지진재해지역인 ‘Pedernales'에서 무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계속 무리한 일정을 보내면 큰 병에 걸릴 가능성이 증가할 것입니다. 감기로 인해 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이 번에 에콰도르 학생들에게 'Master Plan'이라는 과목을 강의하고 함께 ‘Master Plan’을 작성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H'에게는 아내와 4아들이 있습니다. 그는 건축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가 어린이 선교사역의 조력자로 온 가족과 함께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목회자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생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Master Plan'을 작성하면서 목사가 되겠다고 결단했다고 합니다.
‘H'는 1년 더 공부해야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되는 것은 그가 ’바라보는 수준‘ 보다 훨씬 높은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수업을 통해 ’바라보는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인생을 어떻게 보는가가 인생관이고,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가 세계관입니다. 즉 ‘바라보는’ 것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런 인생관이나 세계관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바라보는‘ 능력도 훈련을 통해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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