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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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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섭의종교칼럼] 중년에 악기 하나 배워볼까?

임동섭
2015.05.12 09:42 1,62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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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 악기 하나 배워볼까?



저의 친척 어르신 한 분이 은퇴 후 색소폰을 배우셨습니다. 지금은 7년 정도 연주경력 자가 되셨습니다. 자신의 색소폰 연주음반 2장을 내셨습니다. 집안 행사에 참석하실 때마다 몇 곡을 연주하시면 많은 분들이 부러워하셨습니다. 여러 곳에서 초청이 들어와 은퇴 전보다 바쁘고 즐겁게 사십니다.


저도 나이 들면 색소폰을 연주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친구 목사님이 10여년 이상 색소폰을 연주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관심을 보이자 색소폰을 빌려주셨습니다. 연주하기 쉽다면서 같이 연주하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소금(대금과 비슷하지만 길이가 짧음)을 불었기 때문에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며칠 만에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평소에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색소폰이 아니었습니다. 선교지에 가서도 연주하고 싶었는데 색소폰이 짐 하나를 차지하게 되어 부담이 되었습니다. 또한 연주를 한 후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색소폰을 포기하고 돌려 드렸습니다.


배우기 쉽고 가지고 다니기 편한 악기가 없을까 찾아보았습니다. 하모니카가 제일 먼저 후보에 올랐습니다. 하모니카를 사려고 하니,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불었던 하모니카와 대금이 있다고 했습니다. 먼저 하모니카를 불어보았습니다. 하모니카는 불면 일단 소리가 나니 좋았습니다. 하모니카의 가장 큰 장점은 날숨과 들숨을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나이 들어 관악기를 연주하려면 숨이 딸려 힘이 드는데 비해 하모니카는 힘이 덜 드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이왕이면 국악기도 하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대금이 있어서 불어 보았습니다. 대금은 소리도 매력적이고, 옆으로 부는 모습이 멋이 있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소리내기가 힘들었습니다. 손가락이 바르르 떨렸습니다. 한 달쯤 지나니 소리가 났습니다. 다음 날 불어보면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흔히 대금은 소리 내는데 10년, 음 잡는데 10년, 익숙해지는데 10년이 걸린다고들 합니다. 말은 좀 과장됐지만, 정말이지 대금은 배우기 쉬운 악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매일 조금씩 연습을 하지만 진전이 없습니다.


제가 40년 이상 가지고 있는 소금은 대금보다 소리내기도 쉽고 운지하기도 쉬었습니다. 그러나 음악을 전문하신 분이 제가 소금으로 찬송가를 연주하는 것을 듣더니 음이 반음 정도 높다는 것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제가 가지고 있는 소금은 6개의 구멍이 일정한 간격으로 뚫어져 있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미~파’ 사이, ‘시~도’ 사이는 반음이므로 구멍의 간격이 반이 되어야 서양 음계와 같은 음을 낼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금과 대금을 포기하려고 생각했지만 너무 아쉬워 여기 저기 웹 사이트를 찾다보니 개량 국악기를 만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 분들이 만드는 개량 소금이나 대금은 ‘미~파’ 의 간격을 반으로 만들어 서양음계의 오선지악보를 보고 그대로 연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한국 방문길에 인터넷 구매 사이트에서 연습용 소금을 9,000원에 구입했습니다. 재질은 플라스틱인데 음질은 수준급이었습니다. 이 소금은 ‘미~파’ 사이의 간격이 반으로 서양음계와 같았습니다.


한국 사람이 가장 많이 연주하고 있는 ‘트레몰로 하모니카’ 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비주류(?)에 속하는 이유는 반음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찬송가 몇 곡을 연주하다 보니 참 좋았습니다. 그러나 맘에 드는 곡에 반음이 있으면 포기할 수밖에 없어 아쉬웠습니다.


관심을 갖고 음악관련 사이트를 조회하다가 ‘크로매틱 하모니카’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하모니카는 반음을 연주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60,000원에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아일랜드 휘슬’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보았던 피리와 비슷했습니다. 다른 점은 ‘미~파’ 간격이 반이었습니다. 가장 반가운 발견은 반음을 내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국악기는 반음을 내기 위해 구멍을 반 정도를 막고 붑니다. 그런데 반음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일랜드 휘슬’ 운지법은 내려는 구멍(음) 아래 두 구멍을 막으면 반음이 되었습니다.


개량소금을 연주하면서 반음은 ‘아일랜드 운지법’으로 했더니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어깨가 너무 아파 원인을 찾아보니 소금연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옆으로 연주하다보니 자세가 틀어져 생긴 것이었습니다.


아일랜드 휘슬을 사고 싶었습니다. 인터넷에서 2개를 27불에 샀습니다. 하나는 재질이 황동이고, 다른 하나는 플라스틱입니다. 길이는 1피트 정도이고, 가볍습니다. 가만히 불어도 소리가 잘 납니다. 만약 은퇴 후에 악기 하나 연주하고 싶다고 한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아일랜드 휘슬’과 하모니카를 추천할 것입니다.


악기 연주는 ‘자신의 두 번째 목소리를 갖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1970년대 프랑스 제5공화국 2대 대통령이자 실용주의 대통령으로 알려진 ‘조르주 퐁피두’는 ‘카르테 드 비(Qualité de vie: 삶의 질)’ 제창하면서 국민에게 중산층의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한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악기 연주는 중년에 아주 좋은 취미라고 생각합니다.


임동섭 목사 / 응용물리 72 / 콜로라도 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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