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의여정] <연재소설>여정(10회)
김시우
2007.02.26 01:14
1,693
4
본문
표을 넣어야만 움직이는 승강 삼발이 쇠 막대기를 뛰어넘어, 커피를 마시고 있는 중년 여자의 어깨를 건드려 커피를 엎지르게 한 것도 모른 채
역사를 빠져나간 달수는 역 광장을 여기 저기 살핀다.
“ 어, 없다, 가버렸어, 아~ 가버렸어, 아~ 난 정말 바보야 …. ”
달수는 절망어린 표정으로 어깨를 축 늘어 뜨린 채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긴 코트를 벗어 팔뚝에 걸었다.
모든 것을 체념하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 한숨을 내쉬던 달수의 눈에 자유공원으로 이르는 경사진 도로 입구에 희정이 걸어 오르는 것이 들어왔다.
“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 그래 달수야, 달려라, 달려 ”)
달수는 정지신호에 걸린 차량사이를 비집고 희정에게 달려간다. 그녀가 골목 길을 돌아서 사라지기 전에 따라 잡아야 하기에 달수는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며 사력을 다해 달리다 모자를 떨어뜨리자 집어들고 달리고 또 달린다.
뒤에서 뭔가 인기척을 느낀 희정이 온갖 인상을 써가며 언덕길을 뛰어오르는 달수를 보고 입을 크게 벌려 놀라더니 이내 얼굴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 헉, 헉, 저… 저…. 희정씨, 생각해보니까 부대에서 집에 전화를 했다고 하는데,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실 거예요, 부대 들어 가기전에 부모님께 전화해야
되는데 두 분 다 늦게 일어나시거든요, 지금 전화했다가 괜히 혈압 높은 엄마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한시간 정도 더 있다가 가도 되거든요. 그래서…”
“ 그럼, 가다가 중간에 시간 맞춰 전화하면 되잖아요.”
“ 그 그러네,…… 근데요, 전화비도 없어요.”
“ 내참… 보다가 보다가 이런 사람은 처음 보네요. 다 큰 어른한테 귀엽다고 할 수도 없고... 자 이리 오세요, 같이 걸어요.”
희정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아니 그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한 시간이면 같이 공원 정상까지 가서 밝아 오르는 바닷가와 시가지 풍경보고 동인천역에 가서 전철을 타면 되겠네요.”
“ 야~ 그러면 되겠네요.”
달수는 신이나서 애처럼 덜렁거리며 걷다가 말없이 걷는 희정의 얼굴을 힐끔 힐끔 바라보았다. 이것을 느끼고 있는 희정이 미소를 짓는다.
“ 뭘 그렇게 자꾸 봐요? ”
“ 그, 그냥… ”
달수는 같이 있기만 해도 이렇게 기분이 좋은 사람이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 달수씨는 어떤 분이세요?”
“ 예? 제가 어떻게 저 자신을 평가해요?”
“ 그냥 자신이 자신을 느끼는데로 판단하면 되는데… 제가 맞추어 볼까요? ”
“……….”
“ 고집불통…”
“ 예? ”
“ 고집불통에다가 찐드기.”
“허참, 점점…”
“ 그것도 모자라 앞 뒤 안가리고 덤비는 코풀소…”
“ 아니 왜그래요? 진짜….”
“ 호호호, 근데 아주 포근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뿔없는 코풀소,.
“ 아휴, 내참 뿔이 없으면 코풀소가 아니죠.”
“그러니까 그렇게 무대뽀로 들이 밀어도 아프긴 커녕 간지럽기만 한거예요.”
“ 예?, 그건 그렇고 정상에 다 올라온 것 같은데 희정씨 집은 어디예요?”
가벼운 대화를 나누면서 언덕을 오르는 달수는 맥아더 장군 동상이 보이기 시작하자 희정에게 물었다.
“ 지나왔어요, 저 아래… 이젠 보이지도 않네…”
“………”
“달수씨 밤새 눈이 많이 왔어요, 저 나뭇가지에 쌓여 있는 눈들이 전 참 신기해요. 비는 어떤 나뭇가지에도 멈추어 쉬고 가지 못하지만
눈은 저 가녀린 가지 위에서 한참을 쉬다 고드름이 되어 아주 오래 쉬어 가잖아요”
“……… 희정씨 얼굴이 창백해요, 이 코트 좀 걸치실래요?”
“ 아네요, 달수씨 입으세요, 그거 알아요? 여자가 남자보다 더 오래 산대요.”
“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상식인데…”
“ 그게 아니구요, 같은 조건의 추위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30분 더 오래 산대요.”
“ 30분 더 살면 뭐해요, 죽으면 죽는거지.”
“ 그 30분 동안 구조대를 기다린다고 생각해봐요, 남자는 구조대를 눈앞에 두고 죽을 거구요, 여자는 구조가 되어 다른 남자랑 행복하게 산다고 생각해 봐요. ”
“ ………… 난 죽으면 같이 죽지, 혼자 살아남아 행복하게 살 자신없어요.”
“ ........... 달수씨 첨 봤을 때 달수씨 보다 코트가 더 멋있었어요, 그러니 어서 입으세요, ……어서요~오 ”
“ 나 이거야 참… 흉인지 칭찬인지 …”
달수는 너털 웃음을 짓고 땀이 식어 추위가 느껴지는 것을 느끼던 차라 코트를 걸쳐 입었다. 그리고 두 손을 코트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 달수씨 여기 자갈길에 눈이 덮여서 소리가 참 재밌네요, 뽀드득도 아니고 자갈밭 밟는 소리가 섞여 뭐라고 해야되나?”
“ 자갈밭 걷는 소리가 ‘저거적 저거적’ 하니까 합성어로 ‘뽀거적 뽀거적’ 정도 되겠네요.
“ 하하하, 하하하”
희정이 너무 우스워 박장대소를 하며 걸음을 멈추고 허리까지 굽혀가며 웃는다. 달수는 생각했다.
이렇게 낙엽이 굴러가도 웃는다는 사춘기 소녀같이 순수한 여자의 얼굴에 어째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있는지.
달수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막는 희정의 손을 보았다. 파란 핏줄과 힘줄이 도드라진 가는 하얀 손…
달수가 말없이 희정을 오른손을 잡아 내렸다. 그리고 자신의 왼쪽 코트 주머니에 넣었다.
“………….”
“ 따뜻해요? ”
“ 네, 근데 어째 좀 쑥스럽다.”
“ 앞으로 다 쑥스러운 것도 참아야 하는데…”
“???”
달수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신의 코트에 넣었던 희정의 오른손을 잡아 빼어 자신의 허리를 감아 오른쪽 코트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달수도 왼팔을 희정의 허리를 감자 자연스레 희정의 머리가 달수의 어깨에 닿았다.
달수도 고개를 좌측으로 기울여 희정의 머리에 기댔다. 그리고 가만히 희정의 머리에 키스를 했다.
눈과 땀에 젖은 희정의 머리결에 풋풋한 체취와 희미한 샴푸냄새가 남아있다.
“…………”
“…………”
“ 달수씨 왜 최민규에 대해서 안 물어봐요?
말없는 적막을 깨고 희정이 달수의 어깨에서 머리를 떼고 달수를 빤히 올려보며 물었다.
달수가 희정에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희정이 눈을 감고 그의 키스를 받는다.
“ 희정씨, 전 희정씨를 믿어요, 안 들어도 괞찮아요, 과거없는 사람 어딨어요, 그러는 희정씨는 저와 최민규의 관계에 대해 왜 안 물어요 ?
“ 언제 시간을 주었어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면서 저를 놀라고 당황케 하고 또… 설레게 하면서 틈을 주지 않았잖아요?
“ 그랬었나? 설레게까지 했어요 제가?”
“………….”
사실 달수는 희정과 최민규의 관계가 너무도 궁금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민규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어나 처음으로 이렇게 사랑스런 여자를 만났는데 왠지 그녀의 입에서 최민규의 얘기를 듣는 것이 두려웠다.
금방 사랑한다 했다가도 과거를 듣는 순간 잡았던 손을 놓는 것이 남자의 마음 아닌가.
오래 전의 얘기인데도 달수는 생각만 해도 민규와 그의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끓어올라 얼굴이 화끈 달아 오르는 느낌이다.
(“ 나쁜 자식…”)
역사를 빠져나간 달수는 역 광장을 여기 저기 살핀다.
“ 어, 없다, 가버렸어, 아~ 가버렸어, 아~ 난 정말 바보야 …. ”
달수는 절망어린 표정으로 어깨를 축 늘어 뜨린 채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긴 코트를 벗어 팔뚝에 걸었다.
모든 것을 체념하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 한숨을 내쉬던 달수의 눈에 자유공원으로 이르는 경사진 도로 입구에 희정이 걸어 오르는 것이 들어왔다.
“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 그래 달수야, 달려라, 달려 ”)
달수는 정지신호에 걸린 차량사이를 비집고 희정에게 달려간다. 그녀가 골목 길을 돌아서 사라지기 전에 따라 잡아야 하기에 달수는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며 사력을 다해 달리다 모자를 떨어뜨리자 집어들고 달리고 또 달린다.
뒤에서 뭔가 인기척을 느낀 희정이 온갖 인상을 써가며 언덕길을 뛰어오르는 달수를 보고 입을 크게 벌려 놀라더니 이내 얼굴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 헉, 헉, 저… 저…. 희정씨, 생각해보니까 부대에서 집에 전화를 했다고 하는데,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실 거예요, 부대 들어 가기전에 부모님께 전화해야
되는데 두 분 다 늦게 일어나시거든요, 지금 전화했다가 괜히 혈압 높은 엄마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한시간 정도 더 있다가 가도 되거든요. 그래서…”
“ 그럼, 가다가 중간에 시간 맞춰 전화하면 되잖아요.”
“ 그 그러네,…… 근데요, 전화비도 없어요.”
“ 내참… 보다가 보다가 이런 사람은 처음 보네요. 다 큰 어른한테 귀엽다고 할 수도 없고... 자 이리 오세요, 같이 걸어요.”
희정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아니 그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한 시간이면 같이 공원 정상까지 가서 밝아 오르는 바닷가와 시가지 풍경보고 동인천역에 가서 전철을 타면 되겠네요.”
“ 야~ 그러면 되겠네요.”
달수는 신이나서 애처럼 덜렁거리며 걷다가 말없이 걷는 희정의 얼굴을 힐끔 힐끔 바라보았다. 이것을 느끼고 있는 희정이 미소를 짓는다.
“ 뭘 그렇게 자꾸 봐요? ”
“ 그, 그냥… ”
달수는 같이 있기만 해도 이렇게 기분이 좋은 사람이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 달수씨는 어떤 분이세요?”
“ 예? 제가 어떻게 저 자신을 평가해요?”
“ 그냥 자신이 자신을 느끼는데로 판단하면 되는데… 제가 맞추어 볼까요? ”
“……….”
“ 고집불통…”
“ 예? ”
“ 고집불통에다가 찐드기.”
“허참, 점점…”
“ 그것도 모자라 앞 뒤 안가리고 덤비는 코풀소…”
“ 아니 왜그래요? 진짜….”
“ 호호호, 근데 아주 포근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뿔없는 코풀소,.
“ 아휴, 내참 뿔이 없으면 코풀소가 아니죠.”
“그러니까 그렇게 무대뽀로 들이 밀어도 아프긴 커녕 간지럽기만 한거예요.”
“ 예?, 그건 그렇고 정상에 다 올라온 것 같은데 희정씨 집은 어디예요?”
가벼운 대화를 나누면서 언덕을 오르는 달수는 맥아더 장군 동상이 보이기 시작하자 희정에게 물었다.
“ 지나왔어요, 저 아래… 이젠 보이지도 않네…”
“………”
“달수씨 밤새 눈이 많이 왔어요, 저 나뭇가지에 쌓여 있는 눈들이 전 참 신기해요. 비는 어떤 나뭇가지에도 멈추어 쉬고 가지 못하지만
눈은 저 가녀린 가지 위에서 한참을 쉬다 고드름이 되어 아주 오래 쉬어 가잖아요”
“……… 희정씨 얼굴이 창백해요, 이 코트 좀 걸치실래요?”
“ 아네요, 달수씨 입으세요, 그거 알아요? 여자가 남자보다 더 오래 산대요.”
“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상식인데…”
“ 그게 아니구요, 같은 조건의 추위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30분 더 오래 산대요.”
“ 30분 더 살면 뭐해요, 죽으면 죽는거지.”
“ 그 30분 동안 구조대를 기다린다고 생각해봐요, 남자는 구조대를 눈앞에 두고 죽을 거구요, 여자는 구조가 되어 다른 남자랑 행복하게 산다고 생각해 봐요. ”
“ ………… 난 죽으면 같이 죽지, 혼자 살아남아 행복하게 살 자신없어요.”
“ ........... 달수씨 첨 봤을 때 달수씨 보다 코트가 더 멋있었어요, 그러니 어서 입으세요, ……어서요~오 ”
“ 나 이거야 참… 흉인지 칭찬인지 …”
달수는 너털 웃음을 짓고 땀이 식어 추위가 느껴지는 것을 느끼던 차라 코트를 걸쳐 입었다. 그리고 두 손을 코트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 달수씨 여기 자갈길에 눈이 덮여서 소리가 참 재밌네요, 뽀드득도 아니고 자갈밭 밟는 소리가 섞여 뭐라고 해야되나?”
“ 자갈밭 걷는 소리가 ‘저거적 저거적’ 하니까 합성어로 ‘뽀거적 뽀거적’ 정도 되겠네요.
“ 하하하, 하하하”
희정이 너무 우스워 박장대소를 하며 걸음을 멈추고 허리까지 굽혀가며 웃는다. 달수는 생각했다.
이렇게 낙엽이 굴러가도 웃는다는 사춘기 소녀같이 순수한 여자의 얼굴에 어째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있는지.
달수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막는 희정의 손을 보았다. 파란 핏줄과 힘줄이 도드라진 가는 하얀 손…
달수가 말없이 희정을 오른손을 잡아 내렸다. 그리고 자신의 왼쪽 코트 주머니에 넣었다.
“………….”
“ 따뜻해요? ”
“ 네, 근데 어째 좀 쑥스럽다.”
“ 앞으로 다 쑥스러운 것도 참아야 하는데…”
“???”
달수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신의 코트에 넣었던 희정의 오른손을 잡아 빼어 자신의 허리를 감아 오른쪽 코트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달수도 왼팔을 희정의 허리를 감자 자연스레 희정의 머리가 달수의 어깨에 닿았다.
달수도 고개를 좌측으로 기울여 희정의 머리에 기댔다. 그리고 가만히 희정의 머리에 키스를 했다.
눈과 땀에 젖은 희정의 머리결에 풋풋한 체취와 희미한 샴푸냄새가 남아있다.
“…………”
“…………”
“ 달수씨 왜 최민규에 대해서 안 물어봐요?
말없는 적막을 깨고 희정이 달수의 어깨에서 머리를 떼고 달수를 빤히 올려보며 물었다.
달수가 희정에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희정이 눈을 감고 그의 키스를 받는다.
“ 희정씨, 전 희정씨를 믿어요, 안 들어도 괞찮아요, 과거없는 사람 어딨어요, 그러는 희정씨는 저와 최민규의 관계에 대해 왜 안 물어요 ?
“ 언제 시간을 주었어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면서 저를 놀라고 당황케 하고 또… 설레게 하면서 틈을 주지 않았잖아요?
“ 그랬었나? 설레게까지 했어요 제가?”
“………….”
사실 달수는 희정과 최민규의 관계가 너무도 궁금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민규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어나 처음으로 이렇게 사랑스런 여자를 만났는데 왠지 그녀의 입에서 최민규의 얘기를 듣는 것이 두려웠다.
금방 사랑한다 했다가도 과거를 듣는 순간 잡았던 손을 놓는 것이 남자의 마음 아닌가.
오래 전의 얘기인데도 달수는 생각만 해도 민규와 그의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끓어올라 얼굴이 화끈 달아 오르는 느낌이다.
(“ 나쁜 자식…”)
댓글목록 4
박명근님의 댓글
건데 갑작스레 우째 그리 빨리 가까워ㅈㅕㅅ노?
김시우님의 댓글
박명근님의 댓글
한자 달고 가셨구먼요<br />
한국의 장교들 매너가 이러면 안되는것 아닌교?<br />
뭐 오셨으면들 그래도 보직신고는 하고 전출입 해야되는것 같은데<br />
우야간 다녀가신것 환영합니다
길동제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