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의여정] 연재소설 <여정>(12회)
김시우
2007.03.06 02:09
2,222
6
본문
“ 잠수함 내에서 3명의 북한군이 시체로 발견되었으나, 잠수함의 크기로 보아 적어도 10명 안 밖의 북한군이 이미 상륙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대대는 좌로는 여단 수색대, 우로는 군단 특공대와 같이 이 칠성산을 포위하며 올라간다. 가급적 생포가 원칙이나 아군 쪽에 피해가 발생할 소지가 있거나 반항하면 사살해도 좋다. 지금 시간은 오후 5시 32분 13초, 정확히 6시 에 적색 신호탄이 올리면 일반행군의 3분의 1 속도, 시속 1.5 km의 속도로 수색해 올라간다.”
부대에 복귀한 달수는 대대장 박희상 중령이 각 중대장에게 작전 명령을 하달하는 동안 대대 작전장교 이 상기 소령을 도와 지도에 적의 예상 투입 및 퇴각로 차단계획에 따른 부대편성및 예비대의 지원계획을 검토한다.
각 중대장의 지휘하에 각 소대가 병렬로 분산 배치된 후, 적홍색 신호탄이 ‘퍽’ 소리와 함께 하늘로 솟아오르자 전부대원이 부시럭거리는 마른 잡초를 헤치고 칠성산으로 오른다.
“ 여단 지휘부입니다.”
약 1시간이 넘도록 어디에서도 총성이나 전투를 벌이는 소리가 없는 가운데 집결지 대대 지휘부에서 초조하게 보고를 기다리는 대대장 박희상 중령에게 대대 통신병이 무전기 수화기를 건넨다.
“ 여기는 여기는 갈매기, 메뚜기 하나, 둘, 셋 전부 최초의 집결지에 모인다 이상.”
여단 지휘부의 작전명령을 재하달받은 대대장이 각 중대장및 참모들을 대대 집결지에 불러모은 후 변경된 작전 명령을 하달한다.
“적이 이미 칠성산을 떠나 북쪽으로 이동하여 구미산에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적들은 활엽수가 발달되어 이동이 편한 구미산 정상 능선을 통해 월북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단 수색대 민상욱 대위가 7부, 여단 특공대 이 천일 대위가 8부 능선에, 우리 대대에서 정보장교 김달수 대위가 각각 정예요원 1개 소대를 지원받아 구성된 특수중대가 구미산 정상에 낙하 투입될 것이다.”
순간 대대 참모 및 지휘관들의 눈이 달수에게 쏠렸다. 달수의 미간이 약간 찌뿌려졌다. 작전장교 이상기 소령이 대대장의 작전 개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대대장님! 왜 하필 우리 대대에서… 그리고 김달수 중위는 실전경험이 없고 아직 대위 진급도…”
“ 무슨 얘기야, 실전경험이 있는 사람은 대대에 나밖에 없어, 그리고 중대장들 말고 참모 중에 공수낙하훈련을 받은 사람은 자네하고 김달수 중위밖에 없는 것 자네도 알잖나, 그리고 형식적인 대위 진급 신고를 안 했을 뿐이지 국방부 인사처에서 이미 대위 진급명령 공문을 받은 상태 아닌가. ”
“ ………”
대대장 박희상은 작전장교 이상기 소령의 이의제기를 일언지하에 차단하고 말을 잇는다. 박희상 중령은 병사출신에서 장교로 임관된 갑종장교로서 진급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다보니 공명심이 강하여 무리한 작전을 펴는 경우를 종종 있었다. 이 소령은 어쩌면 박중령의 공명심에 달수의 목숨이 담보가 된 것 같아 불안했다.
“나머지 대대원은 구미산으로 이동하여 36사단 수색대와 합동으로 구미산 밑에서 위로 압축 수색해 나갈 것이다. 각 중대에서는 공수낙하훈련을 받은 병장, 하사 이상의 정예병사를 4명씩 차출하여 정보장교 김달수 대위에게 배속하라.”
“적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기도비닉을 유지하라. 적을 발견하면 내가 먼저 수류탄을 투척이나 소총을 발사하여 사격명령을 내리겠다, 오늘같이 보름달이 뜬 밤은 산 등성과 하늘의 명도차이 때문에 산 정상에 있는 우리는 적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별명이 있을 때까지 절대 상체를 일으키거나 일어서면 안된다. ”
구미산으로 이동하는 헬기 안에서 달수는 배속대원들에게 작전수행 요령 및 주의사항을 하달한다.
철퍼덕 소리와 함께 달수는 구미산 정상부위 작은 소나무와 상수리 나무 등 키 작은 활엽수가 펼쳐진 숲에 안착했다. 낙하산을 재빨리 어깨에서 풀어 말아서 주위에 몇 개의 큼직한 돌로 눌러 부피를 줄이고 나뭇가지로 위장했다. 이어서 속 속12명의 대원들이 안착하고 달수 주위로 몰려든다.
달수는 근접전을 대비해서 대원들에게 양쪽허리에 있는 대검중 왼쪽의 것을 K1 소총에 착검하라고 지시하고, 자신을 중심으로 좌우측으로 병력을 분산시키면서Ear MIC , 헤드셋 붐마이크가 장착되어 기도비닉이 가능한 PRC-96K 무전기로 대대장에게 배치완료를 보고했다.
“ 소대장님 아니, 정보 장교님, 통닭 잘 먹었심더 ”
지난 번 휴가갈 때 위병소에 있었던 차 병장이 얼굴에 시커먼 먹칠로 위장한 채 하얀이를 드러내 웃으며 속삭인다.
“ 다음달 제가 제대하면 대구에 한 번 놀러오이소, 지가 한 방 쏘겠심더.”
“알았어 마! 조용히 해 지금 실전 상태야, 그리고… 넌 내 옆에 항상 따라붙어.”
10여분이 지났을 때 우측 여단 특공대가 포진하고 있는 8부 능선에 퍽하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잠잠하다 다시 몇 발의 총성과 함께 격투소리가 들린다. 달수는 대원들에게 동요하지 말고 자리를 지키라고 지시했다.
30분정도 지났을까, 전방 약 2-30여 미터 지점에서 땅을 파는듯한 소리가 났다. 차 병장이 고개를 들어 소리나는 방향을 주시하다 ‘픽’ 소리와 함께 풀썩 고꾸라졌다.
(“ 아~! 차병장… )
달수가 차병장의 고개를 들어 살피는데 아직 숨이 붙어있는 그의 목에서 선혈이 벌컥 벌컥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 총탄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정확한 방향을 알 수 없었다. 남파 공작원들은 휴대가 편하게 일반 소총보다 총신이 짧은 특수 제작된 체코제 소총7.62mm CZW 762에 위치노출을 피하기 위해 소음기를 장착하고 있었다.
그 때 달수가 희미한 적의 움직임을 보았다. 그들은 여단 특공대 잠복지역에서 근접전을 벌이는 소리를 듣고, 그 지역을 피해 달수의 지휘권 내에 들어온 것이다. 달수가 다시 한 번 자세히 보니 3-4명이 땅을 파고 있었다.
달수가 수류탄을 투척하자 그것을 신호로 대원들이 수류탄을 일제히 투척했다. 엎드린 달수의 배에 땅의 진동이 느껴졌다. 이어서 달수가 사격신호로 조명탄을 허벅지에 눌러 쏘아 올리고 K-1소총을 발사하자 달수의 좌 우측에 있는 대원들의 소총도 일제히 불을 품는다.
김대위가 다시 신호탄을 쏘아올려 사격 중지 명령을 내리고 화약냄새가 진동하는 지역으로 이동한다. 달수는 대원들에게 사주경계를 지시하고 손 중사와 함께 4구의 시체를 찾아내어 하나씩 발로 밀어본 후 그 중 1명의 소지품을 꺼내기 위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 몇 명이 상륙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단서가 있나 싶어서였다.
여기저기 찢겨나간 그의 상의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려는데 피로 범벅되고 한 켠이 잘려나간 사진 한장이 떨어졌다. 달수가 손으로 피를 닦아내어 보니 그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 이었다. 그 순간 달수는 옆구리가 ‘뜨끔’하는 것을 느꼈다. 남파공작원의 오른 손에 잡힌 대검이 달수의 왼쪽 옆구리를 깊게 밀고 들어왔다.
달수는 무의식적으로 잡은 그의 손목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가 대검을 뽑으면 출혈이 심해지거나 다시 다른 곳을 공격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수는 전신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면서 악착같이 오른 허리에 있는 대검을 뽑아 그의 가슴에 꽂았다.
누워있던 남파공작원은 오른 손은 달수에게 잡혀있고 왼쪽 팔꿈치 아래는 수류탄 공격에 잘려나가 있어 더 이상 저항이 불가능했다. 3센티미터 정도 그의 가슴에 박힌 달수의 대검이 그의 몸 속의 뭔가에 걸려 더 이상 들어가지 않는다. 그 때 달수는 검은 먹으로 위장한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 더욱 도드라지게 보이는 그의 공포에 질린 눈을 보았다.
“ 동무 살려달라우, 내레 피양에 오마니와 병든 아내, 갓난 아기가 있어야, 제, 제발 살려 달라우, 내, 내레… 반드시 돌아가야 돼.”
달수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가운데 대검의 각도를 틀어 체중을 실어 사력을 다해 대검을 내리 눌렀다. 그가 달수의 얼굴에 피를 토해 품었다. 그의 눈동자의 초점이 흐려지더니 입술을 파르르 떨다가 눈을 부릅뜬 채 사망했다.
달수가 옆구리를 부여잡고 일어서려다 방금 사망한 그의 몸 위에 풀썩 엎어졌다. 손중사가 황급히 수류탄 공격으로 얼굴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고, 내장이 흘러나온 채 팔다리가 잘린 남파 공작원에게 까지 탄장을 갈아끼우면서 무자비하게 총알을 퍼붇는다.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고 엎어진 달수의 등에도 ‘두두둑’ 떨어졌다. 손 중사의 눈에는 공포와 그만이 느끼는 감정에 눈물이 차가운 흘러나왔다. 고막이 터질 듯한 남파 공작원을 확인 사살하는 손중사의 K-1 소총소리가 달수에게는 메아리치 듯 아득히 멀리서 들린다. 사격을 중단한 손중사의 총구에서 연기가 뿜어져 흐뜨러진다.
피와 땀, 눈물로 범벅된 손중사가 달수를 흔들며 외친다. 손중사의 철모위에 어디에선가 튀어올라 앉은 살점 덩어리가 끈적거리며 미끄러져 떨어지면서 순간적으로 시야를 가리자 화들짝 놀라 손으로 쳐낸다. 그는 이미 전쟁공황에 빠져있었다.
“ 김대위님! 김대위님! 괞찮으십니까?”
손중사가 울부짖으며 달수를 흔들어 대지만 달수는 반응이 없다.
부대에 복귀한 달수는 대대장 박희상 중령이 각 중대장에게 작전 명령을 하달하는 동안 대대 작전장교 이 상기 소령을 도와 지도에 적의 예상 투입 및 퇴각로 차단계획에 따른 부대편성및 예비대의 지원계획을 검토한다.
각 중대장의 지휘하에 각 소대가 병렬로 분산 배치된 후, 적홍색 신호탄이 ‘퍽’ 소리와 함께 하늘로 솟아오르자 전부대원이 부시럭거리는 마른 잡초를 헤치고 칠성산으로 오른다.
“ 여단 지휘부입니다.”
약 1시간이 넘도록 어디에서도 총성이나 전투를 벌이는 소리가 없는 가운데 집결지 대대 지휘부에서 초조하게 보고를 기다리는 대대장 박희상 중령에게 대대 통신병이 무전기 수화기를 건넨다.
“ 여기는 여기는 갈매기, 메뚜기 하나, 둘, 셋 전부 최초의 집결지에 모인다 이상.”
여단 지휘부의 작전명령을 재하달받은 대대장이 각 중대장및 참모들을 대대 집결지에 불러모은 후 변경된 작전 명령을 하달한다.
“적이 이미 칠성산을 떠나 북쪽으로 이동하여 구미산에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적들은 활엽수가 발달되어 이동이 편한 구미산 정상 능선을 통해 월북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단 수색대 민상욱 대위가 7부, 여단 특공대 이 천일 대위가 8부 능선에, 우리 대대에서 정보장교 김달수 대위가 각각 정예요원 1개 소대를 지원받아 구성된 특수중대가 구미산 정상에 낙하 투입될 것이다.”
순간 대대 참모 및 지휘관들의 눈이 달수에게 쏠렸다. 달수의 미간이 약간 찌뿌려졌다. 작전장교 이상기 소령이 대대장의 작전 개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대대장님! 왜 하필 우리 대대에서… 그리고 김달수 중위는 실전경험이 없고 아직 대위 진급도…”
“ 무슨 얘기야, 실전경험이 있는 사람은 대대에 나밖에 없어, 그리고 중대장들 말고 참모 중에 공수낙하훈련을 받은 사람은 자네하고 김달수 중위밖에 없는 것 자네도 알잖나, 그리고 형식적인 대위 진급 신고를 안 했을 뿐이지 국방부 인사처에서 이미 대위 진급명령 공문을 받은 상태 아닌가. ”
“ ………”
대대장 박희상은 작전장교 이상기 소령의 이의제기를 일언지하에 차단하고 말을 잇는다. 박희상 중령은 병사출신에서 장교로 임관된 갑종장교로서 진급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다보니 공명심이 강하여 무리한 작전을 펴는 경우를 종종 있었다. 이 소령은 어쩌면 박중령의 공명심에 달수의 목숨이 담보가 된 것 같아 불안했다.
“나머지 대대원은 구미산으로 이동하여 36사단 수색대와 합동으로 구미산 밑에서 위로 압축 수색해 나갈 것이다. 각 중대에서는 공수낙하훈련을 받은 병장, 하사 이상의 정예병사를 4명씩 차출하여 정보장교 김달수 대위에게 배속하라.”
“적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기도비닉을 유지하라. 적을 발견하면 내가 먼저 수류탄을 투척이나 소총을 발사하여 사격명령을 내리겠다, 오늘같이 보름달이 뜬 밤은 산 등성과 하늘의 명도차이 때문에 산 정상에 있는 우리는 적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별명이 있을 때까지 절대 상체를 일으키거나 일어서면 안된다. ”
구미산으로 이동하는 헬기 안에서 달수는 배속대원들에게 작전수행 요령 및 주의사항을 하달한다.
철퍼덕 소리와 함께 달수는 구미산 정상부위 작은 소나무와 상수리 나무 등 키 작은 활엽수가 펼쳐진 숲에 안착했다. 낙하산을 재빨리 어깨에서 풀어 말아서 주위에 몇 개의 큼직한 돌로 눌러 부피를 줄이고 나뭇가지로 위장했다. 이어서 속 속12명의 대원들이 안착하고 달수 주위로 몰려든다.
달수는 근접전을 대비해서 대원들에게 양쪽허리에 있는 대검중 왼쪽의 것을 K1 소총에 착검하라고 지시하고, 자신을 중심으로 좌우측으로 병력을 분산시키면서Ear MIC , 헤드셋 붐마이크가 장착되어 기도비닉이 가능한 PRC-96K 무전기로 대대장에게 배치완료를 보고했다.
“ 소대장님 아니, 정보 장교님, 통닭 잘 먹었심더 ”
지난 번 휴가갈 때 위병소에 있었던 차 병장이 얼굴에 시커먼 먹칠로 위장한 채 하얀이를 드러내 웃으며 속삭인다.
“ 다음달 제가 제대하면 대구에 한 번 놀러오이소, 지가 한 방 쏘겠심더.”
“알았어 마! 조용히 해 지금 실전 상태야, 그리고… 넌 내 옆에 항상 따라붙어.”
10여분이 지났을 때 우측 여단 특공대가 포진하고 있는 8부 능선에 퍽하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잠잠하다 다시 몇 발의 총성과 함께 격투소리가 들린다. 달수는 대원들에게 동요하지 말고 자리를 지키라고 지시했다.
30분정도 지났을까, 전방 약 2-30여 미터 지점에서 땅을 파는듯한 소리가 났다. 차 병장이 고개를 들어 소리나는 방향을 주시하다 ‘픽’ 소리와 함께 풀썩 고꾸라졌다.
(“ 아~! 차병장… )
달수가 차병장의 고개를 들어 살피는데 아직 숨이 붙어있는 그의 목에서 선혈이 벌컥 벌컥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 총탄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정확한 방향을 알 수 없었다. 남파 공작원들은 휴대가 편하게 일반 소총보다 총신이 짧은 특수 제작된 체코제 소총7.62mm CZW 762에 위치노출을 피하기 위해 소음기를 장착하고 있었다.
그 때 달수가 희미한 적의 움직임을 보았다. 그들은 여단 특공대 잠복지역에서 근접전을 벌이는 소리를 듣고, 그 지역을 피해 달수의 지휘권 내에 들어온 것이다. 달수가 다시 한 번 자세히 보니 3-4명이 땅을 파고 있었다.
달수가 수류탄을 투척하자 그것을 신호로 대원들이 수류탄을 일제히 투척했다. 엎드린 달수의 배에 땅의 진동이 느껴졌다. 이어서 달수가 사격신호로 조명탄을 허벅지에 눌러 쏘아 올리고 K-1소총을 발사하자 달수의 좌 우측에 있는 대원들의 소총도 일제히 불을 품는다.
김대위가 다시 신호탄을 쏘아올려 사격 중지 명령을 내리고 화약냄새가 진동하는 지역으로 이동한다. 달수는 대원들에게 사주경계를 지시하고 손 중사와 함께 4구의 시체를 찾아내어 하나씩 발로 밀어본 후 그 중 1명의 소지품을 꺼내기 위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 몇 명이 상륙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단서가 있나 싶어서였다.
여기저기 찢겨나간 그의 상의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려는데 피로 범벅되고 한 켠이 잘려나간 사진 한장이 떨어졌다. 달수가 손으로 피를 닦아내어 보니 그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 이었다. 그 순간 달수는 옆구리가 ‘뜨끔’하는 것을 느꼈다. 남파공작원의 오른 손에 잡힌 대검이 달수의 왼쪽 옆구리를 깊게 밀고 들어왔다.
달수는 무의식적으로 잡은 그의 손목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가 대검을 뽑으면 출혈이 심해지거나 다시 다른 곳을 공격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수는 전신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면서 악착같이 오른 허리에 있는 대검을 뽑아 그의 가슴에 꽂았다.
누워있던 남파공작원은 오른 손은 달수에게 잡혀있고 왼쪽 팔꿈치 아래는 수류탄 공격에 잘려나가 있어 더 이상 저항이 불가능했다. 3센티미터 정도 그의 가슴에 박힌 달수의 대검이 그의 몸 속의 뭔가에 걸려 더 이상 들어가지 않는다. 그 때 달수는 검은 먹으로 위장한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 더욱 도드라지게 보이는 그의 공포에 질린 눈을 보았다.
“ 동무 살려달라우, 내레 피양에 오마니와 병든 아내, 갓난 아기가 있어야, 제, 제발 살려 달라우, 내, 내레… 반드시 돌아가야 돼.”
달수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가운데 대검의 각도를 틀어 체중을 실어 사력을 다해 대검을 내리 눌렀다. 그가 달수의 얼굴에 피를 토해 품었다. 그의 눈동자의 초점이 흐려지더니 입술을 파르르 떨다가 눈을 부릅뜬 채 사망했다.
달수가 옆구리를 부여잡고 일어서려다 방금 사망한 그의 몸 위에 풀썩 엎어졌다. 손중사가 황급히 수류탄 공격으로 얼굴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고, 내장이 흘러나온 채 팔다리가 잘린 남파 공작원에게 까지 탄장을 갈아끼우면서 무자비하게 총알을 퍼붇는다.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고 엎어진 달수의 등에도 ‘두두둑’ 떨어졌다. 손 중사의 눈에는 공포와 그만이 느끼는 감정에 눈물이 차가운 흘러나왔다. 고막이 터질 듯한 남파 공작원을 확인 사살하는 손중사의 K-1 소총소리가 달수에게는 메아리치 듯 아득히 멀리서 들린다. 사격을 중단한 손중사의 총구에서 연기가 뿜어져 흐뜨러진다.
피와 땀, 눈물로 범벅된 손중사가 달수를 흔들며 외친다. 손중사의 철모위에 어디에선가 튀어올라 앉은 살점 덩어리가 끈적거리며 미끄러져 떨어지면서 순간적으로 시야를 가리자 화들짝 놀라 손으로 쳐낸다. 그는 이미 전쟁공황에 빠져있었다.
“ 김대위님! 김대위님! 괞찮으십니까?”
손중사가 울부짖으며 달수를 흔들어 대지만 달수는 반응이 없다.
댓글목록 6
관리자님의 댓글
하루 종일 컴퓨터를 보고 있지만 요즘 바빠서 낮에는 접속을 할 수가 없어서<br />
수정이 늦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br />
<br />
정창주 드림
김성일님의 댓글
김시우님의 댓글
김시우님의 댓글
요금 조금 한 시름 놓고 있나보군, 가끔은 연장놓고 붓을 들어 자신을 되돌아 보는 것이 <br />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같네. 찬찬히 읽으면서 자네의 추억도 더듬어 보세.
윤성한님의 댓글
김시우님의 댓글
<br />
자네가 89학번 맞지? 금속공학과... <br />
<br />
시간나면 스스로 재미동문들에게 자신 소개 좀 부탁함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