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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통합게시판

[김시우의여정] <연재소설>여정(16회)

김시우
2007.04.08 20:17 2,2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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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친구들이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취득하고 여유있게  졸업 논문을 을 준비할 때,  달수는 임관고시도 함께 준비했어야 하기에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실제로 임관고시에 패스하지 못해 그 고생을 하고 하사관으로 입대한 동기생도 발생했다. 달수는 임관후 광주 기갑학교로 떠나기 직전에 학교 후문가에서 우연히 그를 만났을 때,  그가 군생활 3년 내내 장교 계급장을 볼 때 마다 느꼈어야 했을 자괴감을 떠올렸다. 이렇듯 달수는 젊은 날의 마지막 낭만의 장이라는 대학 캠퍼스에서  낭만이란 것을 맛볼 틈도 없었는데, 자신의 노력과 인내의 결과가 이런 것인가 하고 생각하니 울화가 치밀었다. 달수는 전화기의 발신 손잡이 세차게 돌렸다.

" 통신보안!  하사관 BOQ 박치구 일병입니다."

" 손하사 있어?"

달수가 간부들이 모두 퇴근한 시간에 탄약고 뒤 공터로 손하사와 차일병을 불러내었다. 탄약고 보초병들은 이미 대대 일직사령 등 여단 간부의 접근을 사전에 경고하라는 달수의 엄명을 받은 터였다. 달수는 어차피 초급 지휘관은 지적 카리스마 보다 육체적 카리스마가 병사들에게 더 잘 먹혀 들어가는 것에 기초하여 소위 '계급장을 떼고 맞짱’ 뜨는 극약처방을 해야 했다.

차일병이 잔디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지켜보는 가운데 마주 붙은  달수와 손하사는 30여분이 넘도록 격투를 했지만, 서로 온 몸에 타박상과 멍만 들은 채 땅바닥에 “풀석’ 주저 않아 승부를 보지 못했다.

달수가 한 손으로 땅을 짚고 간신히 일어서서 손중사를 내려다 보며 ‘ 쇄꺄 일어서, 라고 고함을 치는데도 손하사가 고개를 숙이고  ‘헉헉’거리고 일어설 생각을 앉자, 달수가 다음 상대인 차일병을 쳐다보았다.

“어? 벌써 이렇게 시간이…소대장님 저 점호 준비하려 가야 됩니다.”

차일병이 시계도 없는 손목을 올려다 보고, 사색이 되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슬금 슬금 뒷걸음 치더니 방향을 틀어 부리나케 내무반쪽으로 도망갔다. 손하사와 맞장을 뜬 사병들은, 중장비를 다루는 기갑부대이다 보니 크고 작은 사고가 많아, 사고로 위장되어 의무대로 실려갔으나 달수가 그와 비등한 싸움을 하는 것을 입 벌려 지켜보던 그였다.

선임 소대장 오 승호 중위는 손하사를 말년 병사들의 군기해이로 인한 사고를 예방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다. 하사와 고참 병장들의 갈등은 군대의 사고발생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그는 손하사와 많은 병장들과 결전을 눈감아 주었고, 손하사는 백전백승으로 말년 병장들의 기를 꺽어 주었다. 지금은 달수의 머리속에는 직접 손하사와 결전을 통해  동시에 하사관과 병사들의 기강을 잡으려는 계산이 깔려있었다.

손하사는 전국 태권도 대회에서 여러 차례 입상하였지만 소속 고등학교가 4강에 진입이 안되어 대학에 특채 입학을 하지 못했다. 홀어머니는 그를 정규대학에 보낼 돈도 없었다. 그는 자포자기하듯 홧김에 하사관으로 자원 입대하여 직업군인이 되었고, 본부중대 수송부 소속이었으나 특기를 살려 여단 태권도 교관을 하고 있었다.

그는 운동선수 출신답지 않게 부드럽고 천성이 착한 성격인데, 자신의 노력이 반영되지 않은 대학입시와 가난에 대한 사회불만으로  성격이 왜곡되어 있었다. 만사에 삐딱한 그의 태도는 거기서 기인했다. 그러나 그의 효성은  매우 지극하여 하사관 학교 수료후 술 담배를 끊고 매월 박봉을 쪼개 무픞 관절염을 앓는 고향의 홀어머니에게 보내고 있었다.

그의 효성은 전 여단에 알려져 뽀빠이 이상용이 진행하는 군 위문 프로그램에 어머니가 초대되어 그와 극적인 상봉을 하는 장면을 연출해, 여단장 이하 부대 장병들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그가 지금은 달수의 열성 팬이 되었고 휴가 복귀장병 수송차량 인솔 간부로 나온 것이다.

“  야, 손중사!”

“  네?”

“  나, 대위 진급하면 곧 고등 군사학교에 가야 되는데 그전에 한 번 끝장을 봐야지, 그치?”

“  에이~ 왜 또 이러세요오~.”
        
“ 뭐가 짜샤아~, 싸나이가 한 번 붙었으면 승부를 봐야지이~ 안그래?”

“ 아이 참… 애들도 있는데 그러지 마세요. 쪽 팔리게…”

손 중사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겨준 달수가 히죽거리며 주먹으로 손중사의 어깨를 치며 농을 걸고 있는데 멀리 부대 정문이 보인다. 그 안에 뭔가 부산한 움직임이 달수에게 감지되었다.

“ 충성! 아따 소대장님 떡도 제대로 못치셨것네 키키키..."

전역을 한 달여 남겨놓은 위병소의 차 병장이었다. 달수는 강남 터미널서 구입한, 아직 온기 남아있는 전기 통닭구이를 차 창문 밖으로 던졌다. 차병장이 그것을 잡으려다 철모를 떨어뜨렸다. 비닐 봉투 안의 박스에서 풍겨나오는 구수한 냄새를 맡은 차병장이 그것을  철모 안에 집어넣고 달수를 향해 함박 웃음을 지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달수도 따라 웃으며 차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뒤돌아 보며 소리친다.

“ 저 저.. 저 쇄끼 위병이 철모를 떨어뜨리고… 저게 빠지긴 빠졌어… 야 새꺄,  오늘은 점호준비 안해?”

“ 아이 참, 또 그 얘기…”

“ 하하하… 짜식… 게길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제대할 때가 됐네. 저 사고뭉치  남한산성 가지 않고 그 동안 잘도 버텼습니다.”

손중사가 웃으며 한마디 거들자 달수의 얼굴에 환한 미소를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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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머… 좋은 꿈 꾸시나봐… 주무시면서 웃으시네 호호호"

광주 상무대에서 근무하다 중위 진급과 동시에 1개월전 통합병원으로 전출 온 간호장교  차미례 중위가 달수를 내려다 보며 입을 막아 웃음을 참아 내려 하고 있다.  
그녀는 달수의 수술 부위의 통증감소와 염증 예방을 위한 소염 진통 주사기를 오른 손에 들고 왼손으로 달수의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

“ 김 중위님, 좋은 꿈 꾸신 모양이예요? "

“ 어?  아 예!...그런 것 같네요, 또 주사예요? 그거 언제까지 맞아야 되요?  점심에 맞은 게 아직도 엉덩이가 얼얼해요…”

“ 아유~  김중위님… 엄살은… 이렇게 큰 수술 받았는데 이까짓 주사 가지고 뭘 그래요?”

“ 그 때는 전신 마취한 거잖아요. 지금은 생살을 찌르는 거고...”

“ 그럼 전신마취 주사를 놓고, 소염제 주사 놓을까요?”

“???”

특전사 하사관으로 복무하다 간호사관학교에 입학한 특이한 경력의 차중위는 생도시절 방송부 아나운서를 했었다. 차 중위는 그 까랑 까랑하고, 예쁜 목소리로 한 마디도 안 지고 달수의 말문을 막았다. 그녀는 애교 넘치는 표정으로 고개를 약간 틀어 사시 눈을 하여  미소를 짓고 달수에게 농을 걸었다.  이러는 차중위가 달수는 몹시 귀엽다. 그도 가벼운 농을 띄운다.

“ 그러고 보니 마취 주사 필요 없네요, 차 중위님 그 미모에 이미 취해 아픈 줄도 모르겠는걸요.”

“ 아유~ 닭살 돋네 그려… 야, 김중아! 이 병원 간호장교는 다 네꺼냐? 저 번엔 박소위 가지고 그러더만… 짜식이 말야 좀 남겨두면서 해야지… 싹쓸이 하려고 그래?” .

민충식 대위가  병실 깊숙한 곳에 자리를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달수 쪽을 향해 히죽거리며 소리쳤다. 그가 간질병이라 불리는 뇌혈관 이상으로 밤에 입에 거품을 물고 경련을 일으키면 간호장교가 뛰어와 그의 입을 강제로 벌리고 나무 젓갈을 물렸다. 혀가 말려들어가 기도를 막아 사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아침이면 그는 그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수개월째 수술을 미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의 상태가 수술로 치료하기 어려운 것 같았다. 그의 아내의 발길이 뜸해진 지도 꽤 오래되었다. 그는 옆 침대 구상규 대위에게 간밤에 자신이 발작했냐고 묻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당연히 답변은 무조건 ‘아니다’ 이다.  달수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를 볼 때마다’ ‘참 안됐다’ 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달수의 마음을 그가 알 리가 없다. 그가 눈가에 장난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한 마디 더했다.

“ 남자는 무덤에 들어갈 때가지 남자라는 말이 맞는거 같아. 저 몸 가지고 작업을 하려고 하니…”

여기 저기에서 환자와 면회객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차중위는 신경외과에서 인기 최고였다. 귀여운 미모와 거침없는 명랑한 성격이 많은 환자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그녀는 생도시절 교관이었던 수 간호장교 정인희 소령이, 수제자였던 그녀를 곁에 두고 싶어서 불러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차 중위가 외삼촌인 병원장 박희도 소장에게 간청하여 전출 온 것을 숨기고 있었다.

차미례 중위는 달수가 ‘그 편한 후방 보직을 두고 영안실에 항상 향불이 켜져 있는 것이 말해주듯, 생사를 넘나드는 중환자가 득실거리는 수도 통합병원을 자청한 이유’ 묻자 ‘나이팅게일 전기를 읽고 나이팅게일 같이 전쟁터에서 부상을 당한 군인을 돌보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간호장교라는 것’ 이라고 했다. 달수는 그녀의 답변이 설득력이 없다고 느꼈으나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달수는 차 중위를 볼 때 자신도 모르게 희정의 모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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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터미널행  직행 버스에 앉은  희정은 마음이 착잡하다. 강릉 경포대 앞바다에 남편 완기의 분골을 뿌린 후 버스에 오른 참이었다.  희정은 애써 남편의 기억을 지우려 고개를 흔들어 털고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버스가 한참을 달려  어딘가 정차를 하자 희정의 눈이 떠졌다.  버스 뒤를 따라오던 뿌연 먼지가 정차한 버스를 감아 돌아 앞쪽으로 뿌옇게 번지면서 버스에 낯익은 헌병이 올라선다.

승객이  몇 명 안되는  버스안을 돌아보더니  바로 뒤돌아 내린 헌병의 뒷 모습을 쫓던 희정은 달수가 내렸던  그 헌병 초소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달수가 헌병에게 끌려 나가는 그 날의 일들이 떠올랐다.

[“ 이거 참 미치겠네,  지갑이 어디갔지?”]

수심 가득했던 희정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가시기도 전에 버스가 어딘가 정차했다.

“양평입니다. 약 10분간 쉬겠습니다.”

버스기사가 버스를 세우자 희정은 버스에서 내려  기사 식당앞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로 향했다.

“ 예,  통신보안  5전차 대대 입니다.”

“ 여보세요,  김달수  중위님 좀 바꿔주세요.”

“ 아! 김달수 대위님 말씀인가요.  지금 부대에 안 계십니다.”

“ 언제쯤 통화 가능한가요?

“ 당분간 힘들 것 같은데요.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

“ 아,  아니…저…  다시 걸겠습니다.”

  희정은 ‘누구냐’는 질문에  마땅히 할 말이 없슴에 스스로 당황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속으로 반문한다.

(“ 내가 정말 누구지? 내가  그이한테  어떤 사람이지?”)

“저 아가씨… 지가  엿들은게 아니고예,  옆에 있다보니 본의아니게  듣게 되었는데... 김달수 중위를 아십니꺼?”

막 식사를 마친 이쑤시게를 입에 물은 덥수룩한 사내가  공중전화에서 돌아서는 희정에게 말을 건넨다.

“네 ? 그런데요.  선생님은 누구시죠?”

“김달수 중위가 차비 대신 이걸 주었는데… 며칠째 부대에  전화를 해도 없다카데예.”

“아 예~  저도 얘기를 듣긴 했는데…12만원이요?”

희정은 탐탁치 않았지만  택시기사에게 12만원을  주고  달수의 반지를 받아 들었다. 2만원을 더 벌었다고 속으로 좋아하는 그를 뒤로하고 버스에 오른 희정은, 지갑을 열어 손수건에 펼쳐  달수의 청록색 에머럴드가 얹혀진 임관반지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희정은 반지를 잡아 손바닥 안으로 꼭 쥐었다. 그리고 달수의 손의 열기를 느끼듯 고개를 들어 의자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희정은 시간이 어떻해 흘러갔는지 모른다. 주위 사람에게 ‘무슨 생각을 그리 하냐’ 는 소리를 자주 들을 정도로 머리 속에 온통 달수생각 뿐이다. 남편이 죽자 이상해졌다는 얘기도 들었다.  희정은 달수가 먼저 전화를 주기를 기다렸으나 통 연락이 없자, 달수와의 해프닝을 한 여름밤 꿈으로 치부하려는 마음이 발동했다. 그러나 희정은  왠지 달수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녀는 다시 용기를 내어 달수 부대에 전화를 걸었다.

“ 뭐라구요, 병원에요?”

희정의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 했다.  달수에게 면회를 가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지나쳐야 하는지 좀처럼 결심이 서지 않았다. 하루밤의 짧은 인연에 무게를 얼마나 두어야 할 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혹시 하룻밤 풋사랑을 하려 했을 뿐, 자신을 전혀 염두해 두고 있지 않을지도 모르는  달수에게 면박을 당하거나 그를 불편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자존심과 의구심도 고민을 더했다. 그러나 희정은 남편의 비보를 듣고 강릉으로 향하는 버스 안 에서의 그녀의 등을 쓰다듬는 달수의 따스하고 부드러운 손길을 잊을 수가 없다. 어느새 그녀는 화곡동 수도 통합병원으로 향하는 전철에 올라있었다.


        

댓글목록 3

김시우님의 댓글

김시우 2007.04.09 11:36
  사진 2개중 1개를 글의 중간에 넣는 방법은 없나요?<br />

길동돼랑님의 댓글

길동돼랑 2007.04.09 17:40
  웬만하면 블로그(페이퍼) 하나 만드세요.....ㅎㅎ<br />

정창주님의 댓글

정창주 2007.04.09 21:09
  현 시스템 상에서는 사진을 중간에 넣을 수 있는 방법은 글에 직접 링크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HTML로 다른 곳에 있는 사진을 링크시키는 방법 외에는 없습니다. 홈페이지 개편 후에도 사진을 중간에 게재를 하시려면 직접 FTP를 이용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좀 더 좋은 게시판 프로그램을 설치한다고 하면 과거의 자료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전 게시판으로 별도 운영을 할 수도 있지만 아직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