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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통합게시판

[김시우의여정] <연재소설>여정(21회)

김시우
2007.05.05 16:43 2,063 3

본문

“ 얘, 수연아! 우리 텐트에 접근했던 그 고등학생 생각나니? ”

수연 친구 명자가 넋이 나간 듯 달수를 바라보는 수연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밀치며 말을 걸자,  수연은 그제서야 달수에게서 시선을 땠다.

“ 어?...  어~! 그 고삘이들?”

“ 저 아가씨들, 우리도 4명인데 어째 하늘이 지어준 운명같다는 생각에 이렇게 어려운 발걸음을 했습니다.”

“ 풋~ 그럼 잡지 않을 테니 어려운 발걸음 돌려 쉬운 발걸음으로 가세요. 그리고 젖 좀 더 잡수시고 오셩~”

수연의 친구 혜숙이 목소리를 변조해가며 고등학생이 자신들의 야영 텐트에 다가와 한 말과, 수연이 그 학생을 물리치면서 한 말을 흉내내자 모두들 까르르 웃었다.

“ 잘가 수연아! 추석 때도 고향에 같이 가자.”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하자 수연은 등을 보이면서 하나 둘 흩어지는 친구들과 손을 흔들어 인사를 주고 받고 지하상가 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연이 대학을 2년 늦게 입학하여 이미 대학을 졸업한 친구들은 서울에 직장을 잡았거나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 에이… 나만 인천에 사니까 좀 그렇다. 어? 아까 그 군인이잖아? ”

수연이 비교적 붐비는 지하상가를 지나 인천행 직행버스 정류장이 있는 출구에 이르자, 출구 층계를 두 계단씩 바삐 오르는 달수가 눈에 들어왔다. 달수가 프라타너스 나무 아래 한 평 남짓한 간이 매표소에서 표를 사서 손에 들고 너댓 명이 줄을 짓고 있는 인천행 직행버스 푯말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돌아서는데 수연이 달수를 불러 세웠다.

“ 아저씨! 저… 군인 아저씨, 이거…”

수연이 달수가 만원 짜리를 내고 미처 받지 못한 거스름 돈을 손위에 놓고 달수를 향해 팔을 내밀었다. 달수는 뭔가에 정신을 팔려 초점 흐린 눈을 하고 있었다.

“ 어? 아~ 예!  고맙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버스가 달려 올 왼쪽 편을 바라보고 있는 것과 달리, 달수는 버스를 기다리는 내내 길 건너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서자 알라딘의 호리병 안으로 연기가 빨려 들어가듯 하루 일상을 마치고 피곤한 사람들이 등과 배를 마주대고 버스 안으로 줄지어 들어갔다. 달수는 버스의 깊숙한 곳까지 걸어가 조금 전 고속버스에 앉았던 같은 자리에 앉았다. 그를 뒤 따라 버스 안으로 들어가는 수연은 중간 정도에 있는 빈자리에 앉으려다 달수의 옆자리에 앉았다.

“ 저… 아까 우리 같은 버스 타고 왔어요.”

“……그랬어요?”
        
눈이 약간 부은 듯한 달수가 수연을 건성 바라본 후 다시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창 밖의 그 무엇인가를 쫓는 듯 하였지만 그는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아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달수는 눈은 기능이 정지한 듯 초점이 흐려있었고 부대를 떠난 내내 머리속으로 어머니를 그리고 있었다.

“ 근데요… 이건 계급장인 줄 알겠는데요, 이건 뭘 뜻하는 거예요?”

달수는 빈자리를 놔두고 자신의 자리 옆에 앉은 수연이 손가락으로 군복 상의 카라에 있는 진노란색 병과마크를 가리키며 묻는 것을 보고 ‘별난 여자 다 보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녀가  너무도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하고  그녀를 야박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 병과 마크에요… 기갑…”

“ 기갑이요?  그게 뭔데요?”

달수는 귀찮아 죽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창문 밖을 바라 본 상태에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전차요, 탱크라면 쉽겠네.”

“ 아! 예에~ 우리 오빤 장교는 아니었지만  보병 ‘일빵빵’이라고 하던데…그 ‘빵빵’은 총소린가요? 그럼 이 마크는 탱크니까 기갑 ‘일쾅쾅’이라고 해야 하나요?”

달수는‘내 참, 기가 막혀서”라는 말보다 ‘푸웃’하고 바람빠지는 소리가 먼저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내 침묵해 버렸다.

“ 말하기 싫으면 괜찮아요, 그게 궁금한 게 아니었으니까...”

“…………”

워낙 적극적인 성격으로 남학생이 태반이 넘고, 군에 갔다 온 예비역 선배들도 다수 포진해 있는 산업 디자인 공학과 4학년 과대표를 하고 있는 수연은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다. 아니 그보다 달수가 왜 그렇게 서럽게 울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 어?  내리세요?”

혼자 있고 싶은 달수가 일어나 아무 말없이 수연의 무릎과 앞 좌석 사이를 비집고 나가려고 하자 수연이 물었다. 달수는 아무 말 없이 몇 걸음 앞으로 걸어나가서 중간 정도의 빈자리에 앉았다.

“ 핏, 되게 뻣뻣하네…”

주안역 정류장에 버스가 정차하기도 전에 달수는 출입구에 서있었다. 문이 열리자 마자 달수가 버스 밖으로 튕겨 나가며 잰 걸음으로 단숨에 수연과 거리를 넓히며 택시 승강장으로 향했다. 수연이 한참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포기한 듯 등을 돌려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넜다.

택시가 집 정문에 이르자 달수는 거스름 돈을 쥐고 뒤를 돌아 팔을 뻗는 택시 기사를  마다하고 택시를 박차고 내렸다. 달수는 벚꽃이 다 지고 푸른 잎과 버찌가 빨갛게 익고 있는 집 대문을 밀고 들어서자 마자 어머니를 부르짖으며 전투화도 벗지 않고 안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 엄마, 엄마~ 아”

“ 방금 오빠를 부르다 돌아가셨어, 왜 인제 왔어? 조금만 빨리 오지 흐흐흑…”

눈이 퉁퉁 분 달수의 여동생 달희가 달수를 보자 울음이 복받쳐 말을 잇지 못했다.

“ 어…엄 마, 엄마, 엄마~아  엄마~ 아”

달수는 어머니를 부둥켜 안고  아이처럼 엉엉대고 울었다. 어머니 생전에 보아야겠다는 여러 차례의 시도가 무산되고 결국 이렇게 싸늘한 주검을 대한 그는 주위사람들이 저러다 초상 두번 치르겠다고 우려할 정도로 통곡을 해댔다.

“ 어? 오빠, 어 엄마가…”

달수가 상체를 일으키고 어머니의 얼굴을 보는 순간 감겼던 어머니 눈이 잠시 뜨였다가 다시 감긴다. 달수가 어머니의 어깨를 잡고 흔들며 절규했다.

“ 어, 엄마 나야 달수야 나 왔어, 눈 좀 떠봐 응?  내가 곧 제대해서 맛있는 많이 사드리고 여행같이 가자고 했잖아, 이…이러면 안돼, 엄마 나한테 이러면 안되잖아, 이러면 안되는 거 엄마가 더 잘 알잖아~ 엄마!  엄마 ~ 아!”

그렇게 달수의 어머니는 가셨다. 평생 달수의 가슴에 멍울을 남기고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가셨다. 어머니의 머리맡에는 달수의 사진이 꽂혀있는 앨범이 놓여있었다. 동생 달희가 말했다.

“ 엄마가 오늘 아침에 오빠 보고 싶다고 앨범을 가져다 달라고 했어.”

“ 엄마, 엄마  엄마~아”

달규는 절규하듯 통곡하다가 갑자기 울음을 뚝 그치더니 고개를 돌려 침통한 표정으로 달수를 바라보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을 돌아보았다. 달수의 붓고 충혈된 눈에는 살기가 넘쳐흘렀다.

부평 공원 묘지를 어머니를 모신 달수는 사람들이 다 떠난 어머니의 묘 앞에 혼자 앉아 넋을 놓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묘봉이 눈에 들어온다.

“ 휴~ 저 많은 사람들도 다 사연이 있었겠지…”

마지막 담배 연기 모금을 내 품은 그가 엉덩이에 뭍은 잔디를 털면서 쾡한 눈으로 이제 갓 올려 잔디보다 흙이 더 많은 어머니의 묘봉을 한 손으로 잡고 고개를 떨군다. 메마른 줄 알았던 눈물이 또 한 움큼 떨어져 묘봉의 누런 마른 흙이 진한 황토색으로 바꾸었다.

“ 엄마, 자주 올께, 미안해 엄마, 지켜주지 못해서… 나도 이젠 군복 벗을 거야,이제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 사랑하는 사람이 필요할 때 그 옆에 있고 싶어. 근데 엄마… 엄마까지 가버리니까 그게 무슨 소용이 있어… 엄마, 나 지금 너무 외로워…”

어머니의 묘봉을 몇 번이고 뒤돌아 보며 공원묘지 입구에 다달은 달수는 어머니가 없는 집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마땅히 갈 곳도 없어 없어 정처없이 길을 걸었다. 윗 주머니에 담배를 꺼내자 빈갑이었다. 주위에 담배가게를 찾아 고개를 두리번 거리는 달수 앞에 택시가 섰다.

“ 군인 아저씨 어디 가세요?”

“ 음…… 인하대 후문으로 갑시다.”

택시에서 내린 달수는 후문을 통해 문과대학 지하에 있는 서클룸 문을 밀었다. 두 명의 여학생이 서투른 솜씨로 기타를 치고, 또 한 켠에서는 남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바둑을 두고 있었다.

“누구세요… 어?” 가만… 달수형 아니세요? 야~  정말 오래간 만이네요 형, 얘들아 인사해, 우리 서클 창단 멤머인 달수 형이야, 저도 제대하고 복학 준비중이예요.”

달수가 4학년 때 신입생으로 서클에 가입한 조정민이 달수를 반겼다. 그러자 학생들이 여기 저기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일어서 달수에게 인사를 한다. 서클에 졸업한 선배들이 방문하면 그들에게 큰 기대가 앞선다.  선배가 한 턱 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있기 때문이다.

“ 형 기타 한 번 쳐 볼래요, 야~ 정말 오래간만에 형 노래 좀 들어보겠네, 얘들아 축제 때 달수형이  본관 강당에서 기타 치면서 BeeGees 의 I Stated a joke 를 부르니까 여학생들이 입을 쫙 열고 침을 질질 흘리는 거 있지?”

“ 얌마, 누가 침을 흘려? 무대조명만 있는 어두운 곳에서 관객들 잘도 봤다…근데 정민아! 서클룸이 이렇게 초라했었냐?  나, 지금 보니까 왠지 처음 온 것 처럼 낯설다.”

달수가 마치 오랜 전장터에서 돌아와 다 떠나고 없는, 폐가가 된 자신의 빈집을 허망하게 돌아보는 부상병같이 낯선 눈을 하고 서클 룸 내부를 돌아보았다. 그도 그럴것이 여기 저기서 얻어와 수리한 책상 및 테이블, 구멍이 여기 저기 나고 모서리가 헐은 쇼파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는 공간이다.  

“ 에이, 형 바뀐 건 하나도 없어요, 있다면 저기 저 천수새끼 술 처먹고 꼬장부려서 생긴 벽에 구멍 2개 새로 생긴 거 밖에는 …”  

“ 구멍?”

“ 저기 보이죠? 신문지로 쑤셔 막아놓은 거, 왜 그랬냐고 하니까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후문가에서 우연히 만나서, 망설이다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길 한복판에서 딱지를 맞았대요, 그래서 술을 먹고 서클에 들어왔는데 옆 서클에서 그 여학생 목소리가 들리더라지 뭐예요.”

“ 정말 그 여학생 이였어?”

“ 뭘요…술 취해서 그렇게 들린거죠, 아뭏튼 노크를 했더니 그 여학생이 자기가 아니라면서 문을 잠고 열어주지 않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 여학생 볼려고 그랬다나 어쨌다나… 너 천수 이 새끼, 또 그 여학생 본다고 신문지 빼면 알지?  이그 저 새끼… 그래도 형, 저 놈이 기타를 기막히게 쳐요.”

“ 그래? 그럼 어디 솜씨 좀 볼까?”

달수가 천수를 보고 손바닥이 하늘을 보게 하여 팔을 뻗어 ‘부탁해요’라는 의미의 제스츄어를 취하자 천수가 머리를 긁적이다가 기타를 잡았다. 잠시 튜닝을 하던 그는 에릭 크랩톤의 Wonderful tonight 을 연주했다. 어디서 배웠는지 기존에 내고 있는 음에서 다른 음으로 전환하는 주법이 특이하고 듣기 좋았다. 달수가 흥이 나서 다른 기타를 잡고 그의 반주를 도우며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여기 저기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 짜식들… 맛있는 거 많이 사달라는 건 줄 알아 하하하... 그래 내가 오늘 찐하게 한 잔 쏘지.”

달수가 앵콜을 청하는 후배들을 향해 소리치며 호탕하게 웃었다. 달수는 오랜 만에 웃음을 찾고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느낌이다.

“ 야, 천수야! 서클 게시판에 나중에 수업 끝나고 늦게 오는 사람, 타박네 식당으로 오라고 메모 붙여놔.”

‘아직 이르지 않냐’ 는 달수의 말에 ‘먼저 가서 한 잔 하자’고 정민이 보챈다. 정민은 음치에다가 기타에 대한 소질도 없어 기타를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는 달수도 포기한 자칭 음악 평론가이다. 그러나 그는 주눅들지 않는 밝은 성격에다가 달수도 한 수 배우고 싶은 처세술로 많은 후배들이 따랐다.

구운 삼치 안주에 막걸리 판이 벌어졌다. 며칠 째 제대로 먹지 못하고 다소 지쳐있던 달수에게 막걸리가 제법 입맛을 돋구었다.

“캬~”

한숨에 바닥이 보이게 시원스레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킨 달수가 ‘탁’소리를 내며 사발을 테이블에 내려놓자 정민이 그 사발에 술을 더하는 것을 보고 있던 달수의 시선이 식당입구로 쏠렸다. ROTC 1년차 후보생이 애인과 같이 식당 안으로 들어오다가  달수를 보고 학군단 훈육관으로 오해했는지 2년차 선배도 아니고 대위씩 되는 선배 장교가 부담스러웠는지 되돌아 나가는 것을 달수가 소리쳐 붙잡아 세웠다.  

“ 내 신경쓰지 말고 편안하게 앉아 식사해, 다른 곳 헤매 다니다 선배들 만나면 안 좋찮아.”

달수는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계산대로 향했다.

“ 아줌마 저기 저 후보생이 먹은 음식 제 계산서에 올려주세요.”

애인과 같이 식탁에 앉아 서로 반찬을 나누어 주며 사랑을 속삭이는 후보생을 보자 달수는 그녀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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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이거 큰일났네.”

달수와 같은 과 동기 민경창은 후문가를 배회하면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봄 축제직후에 열리는 ROTC 축제인 무룡제에 애인없이 참석했다가는 선배들에게 무능력자로 찍히고 얼차례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 달수야 우리 이제 어떻하냐, 시간은 별로 없고, 아이~ 이 지지배는 오늘따라 회사에서 잡혀서 못나오고… 어? 달수야 어디가?”

“ 가만히 앉아서 빳따 맞을거야?  이리와 봐.”

갑자기 뭔가를 생각해냈다는 듯 달수가 잰 걸음으로 앞장섰다.

“ 아이 씨~ 여기도 없네. 저기는 전부 쌍쌍이고…”

학교 후문가 카페를 몇 군데 뒤진 달수가 혼자있는 여학생을 발견하지 못하자 시계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 경창아, 한 군데만 더 들러보고… 그래도 못 구하면 터지는 거지 뭐”

달수가 '창'이란 간판이 걸려있는 지하카페로 들어갔다. 달수가 눈이 커지더니 뒤 따라들어오는 경창에게 회심에 찬 미소를 보냈다. 경창도 그 의미를 얼른 알아차리고 베레모를 고쳐썼다.

“ 저어~ 저희들이 오늘 파트너 없이 축제에 참석하면 선배들한테 반 죽거든요…”

우유와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있는 여학생 두 명에게 다가간 달수가 시원스레 경례를 붙인 다음 축제의 파트너가 되줄 것을 간청했다.

“ 저기 저 두 여학생이 마신 거 얼마에요?”

두 여학생이 웃으면서 서로를 바라보고 대답을 망설이자 달수가 카운터에 가서 1,000원을 지불한 뒤 여학생을 향하여 소리친다.

“ 뭐해요? 시간 없어요.”

달수는 이런 용기가 어떻해 나오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두 여학생이 다시 한 번 서로를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 근데 축제식장에 들어가기 전에 파트너를 정해야 하는데…”

달수가 하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던 경창이 축제식장으로 급하게 걸어가던 중 뒤 따라 오는 두 여학생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식장에 입장할 때, 다른 동료 후보생들이 예도를 들어 마주대어 만든 게이트로 여학생이 후보생의 팔장을 끼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달수가 잠시 고개를 한쪽으로 틀고 허공을 눈 흰자위가 보이게 바라보더니 걷던 걸음을 멈춰 여학생들에게 말했다.

“ 두 분이 파트너를 선택할 기회를 주지 뭐, 자 빨리 찍으세요.”
  
“……………”

여학생들은 카페에서 그랬듯이 이번에도 서로 얼굴을 마주보다가 난처하다는 듯 머뭇거렸다.

“ 애인 있는 분 계세요? 빨리요… 어? 그럼 경창이 늬가 애인있다는 저분하고 파크너 하고 나는 이 분하고 하면 되겠네.”

달수가 부끄러운 듯 살며시 가슴높이로 낮게 손을 드는 한 여학생을 보고 재치있고 신속하게 교통정리를 하면서 호감을 가지고 있던 여학생이 자신의 파트너가 되었슴에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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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 뭐 생각하세요, 따라놓은 막걸리 앙금 가라앉아요, 어서 마셔요”

경민이 허공 한 켠을 멍하니 바라보는 달수의 입가에 미소를 보고 삼치를 휘젖던 젖가락으로  달수의 막걸리를 휘휘 저으며 달수를 불러 깨운다.

“ 후보생때 생각이 나서… 아휴~ 저 놈들 좋~ 을 때다…  어?  야, 야, 막걸리에 생선 기름뜨잖아, 짜샤.”

달수가 손바닥으로 정민의 어깨를 툭 치며 웃는데3명의 여학생과 6명의 남학생이 왁자지껄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 오늘 어떤 선배가 오신거야, 점심 대충 먹었는데 잘 됐다.”

“ 얘들아 어서들 와, 수업 다 끝났냐?”

경민이 써클 룸 게시판을 보고 찾아온 후배들에게 손을 들어 위치 신호를 보냈다.

“ 경민이 형, 누가 오신 거예요? 어?”

식당 안으로 들어서는 학생 중 1명이 달수를 보고 놀라더니 고개를 약간 돌려 피식웃으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달수는 입꼬리에 묻은 막걸리를 손등으로 쓸다가 그녀를 보고 입을 반쯤 벌린 상태에서 동작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내리면서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댓글목록 3

정창주님의 댓글

정창주 2007.05.06 13:34
  '일쾅쾅'이 재미있습니다. 인하대만의 특징인 "후문으로 가주세요."도 갑자기 학교 생각이 납니다. 정문은 왜 그렇게 볼 일이 없는지 저도 학교 다니면서 기숙사 생활을 안해봐서 정문 구경할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

김시우님의 댓글

김시우 2007.05.15 16:24
  인하대 후문은 다시 가보니 정말 많이 변했더군요. 먹거리, 놀거리 대신 책방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aaaaaa님의 댓글

aaaaaa 2007.07.2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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