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의여정] <연재소설>여정(32회)
김시우
2007.06.28 22:2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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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나를 봤단 말야? 어디서?”
“ 한 시간 전 쯤에 가게 입구에서요…”
“ 뭐?”
“ 오늘은 투탕 뛰지 말고 김 과장님만 신경쓰라고 마담 언니 특별 지시가 있어서, 도대체 어떤 분인가 궁금해서 클럽 입구에서 저녁 내내 기다리고 있었죠. 그 때 봤는 걸요. 호호호…”
“ 그게 다야?”
당돌차고 도도한 그녀의 이미지 역시 기억에 남아있는데도 그 이미지와 실제 사건과 연결을 못 짓고 답답해 하는 달수의 미간이 찌뿌려졌다.
“ 과장님! 뭐가 그리 심각해요? 그러지 말고 양주도 좀 드세요.”
김상무의 고개짓을 눈치 챈 최양이 달수의 앞에 있는 빈 양주잔에 술을 따르고 자신도 한 잔 달라고 잔을 내밀었다. 얼떨결에 그녀의 잔에 술을 채우고、 그녀의 건배 제안에 눈쌀을 찌뿌리며 달수는 양주를 삼켰다. 미리 들어가 진을 치고 있던 맥주에 양주가 합쳐져 위벽의 공격을 당한 달수의 얼굴에 취기가 가득 올랐다.
“ 정말 나 어디서 본 적 없어? ”
궁금해 못 견디겠는지 '고향이 어디냐’ 부터 시작해서 ‘여기 오기 전에 뭐했냐’ 로 이어지며 마치 그녀를 신상 조사하듯 하던 달수가 그녀의 얼굴에서 문득 경림의 얼굴을 찾아냈다. 최양는 달수가 군 재직시절 매주 토요일 마다 찾았던 부대 근처 시장통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던 경림의 동생이었다.
양 아버지에게 상습적인 성폭행을 피하여 가출하였다가 어머니가 양아버지 손에 죽었다는 비보를 접하고 터미널로 향하는 경림을 달수가 마지막으로 본 것이 9년 전이었다. 최양은 경림의 7년 터울 막내 동생이며 이름은 경희, 나이는 28살 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당시 끝내 나이를 정확히 밝히지 않은 경림이 자신보다 3살 아래인 35살 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 시집가서 잘 살고 있겠네.”
“ 그럼문요. 아이도 둘 이나 있는데요…얼마나 귀여운 줄 몰라요”
“ 허허… 그렇군. 최경희씨도 시집갈 나이가 넘은 것 같은데…”
경희는 평생 결혼 같은 거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녀의 그 말속에는 사회에 대한 짙은 배신감와 남자에 적대감이 베어있었다.
“ 빽 없고 돈 없는 나 같은 건 여기가 딱 좋아요. 모르긴 해도 제가 과장님 보다 조금 더 벌껄요.”
경희는 미스코리아 인천 예선에서 시민회관에 모인 관객도 야유를 보낼 만큼 뒷거래가 작용한, 눈에 뻔히 보이는 부정심사로 “진”을 놓치고 “선”으로 입상하여 본선에 진출하지 못해 낙심하고 있던 중, 7년 만에 귀가한 언니 경림으로부터 양아버지의 성폭행 사실을 전해 들었다.
그러나 경희는 언니 경림이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호송차로 가기 위해 걸어 나오는 양아버지를 칼로 상해를 입혀 살인미수로 복역 중이라는 사실은 차마 달수에게 말하지 못했다. 경희는 언니 경림으로 부터 혼자 사모한 사람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달수와의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이 달수였다는 사실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언니인 경림과 같이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며 상대적 강자인 남자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이 가슴 저변에 각인되어 버린 경희는, 역시 남성우월주의가 만들어낸 유흥주점에서 남성을 상대하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다. 순간 달수의 머리 속에는 실마리를 찾아낼 수 없이 엉켜버린 실타래로 가득 찬 느낌이었다.고급 룸싸롱에서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떨어진 아가씨들의 정보를 입수해 차출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경희는 달수의 신분을 알아버린 후 달수에게 매우 솔직해졌다. 경희의 사회에 대한 복수일까. 그녀는 룸 밖에서는 사회 지도층으로 추앙받는 점잖은 사람들이 룸 안에서 망가지는 것을 보면서 야릇한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또한 경희는 양주를 입에 넣고 물을 마시는 척 하면서 물컵에 뱉어버리는 수법으로 매상을 올리고 건강을 지킨다고 했다. 먹고 마시며 취하여 제정신이 아닌 혼탁함 속에서 속고 속이는 가운데 생존을 위한 수단이 존재하고 있었다.
달수와 경희가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흡족하게 바라보던 김 상무가 그녀들을 전부 내보내자 처음 밀실에 들어올 때 보았던 마담이 들어왔다. 김상무가 법인카드와 수표 몇 장을 그녀에게 건너자 그녀가 야시시한 미소를 짓고 나갔다. 잠시후 비지네스 클럽에서 호텔 객실로 바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 앞에 두 아가씨를 뒤로 한 김상무가 주위를 힐끔거리며 달수와 함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한 시간 전 쯤에 가게 입구에서요…”
“ 뭐?”
“ 오늘은 투탕 뛰지 말고 김 과장님만 신경쓰라고 마담 언니 특별 지시가 있어서, 도대체 어떤 분인가 궁금해서 클럽 입구에서 저녁 내내 기다리고 있었죠. 그 때 봤는 걸요. 호호호…”
“ 그게 다야?”
당돌차고 도도한 그녀의 이미지 역시 기억에 남아있는데도 그 이미지와 실제 사건과 연결을 못 짓고 답답해 하는 달수의 미간이 찌뿌려졌다.
“ 과장님! 뭐가 그리 심각해요? 그러지 말고 양주도 좀 드세요.”
김상무의 고개짓을 눈치 챈 최양이 달수의 앞에 있는 빈 양주잔에 술을 따르고 자신도 한 잔 달라고 잔을 내밀었다. 얼떨결에 그녀의 잔에 술을 채우고、 그녀의 건배 제안에 눈쌀을 찌뿌리며 달수는 양주를 삼켰다. 미리 들어가 진을 치고 있던 맥주에 양주가 합쳐져 위벽의 공격을 당한 달수의 얼굴에 취기가 가득 올랐다.
“ 정말 나 어디서 본 적 없어? ”
궁금해 못 견디겠는지 '고향이 어디냐’ 부터 시작해서 ‘여기 오기 전에 뭐했냐’ 로 이어지며 마치 그녀를 신상 조사하듯 하던 달수가 그녀의 얼굴에서 문득 경림의 얼굴을 찾아냈다. 최양는 달수가 군 재직시절 매주 토요일 마다 찾았던 부대 근처 시장통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던 경림의 동생이었다.
양 아버지에게 상습적인 성폭행을 피하여 가출하였다가 어머니가 양아버지 손에 죽었다는 비보를 접하고 터미널로 향하는 경림을 달수가 마지막으로 본 것이 9년 전이었다. 최양은 경림의 7년 터울 막내 동생이며 이름은 경희, 나이는 28살 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당시 끝내 나이를 정확히 밝히지 않은 경림이 자신보다 3살 아래인 35살 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 시집가서 잘 살고 있겠네.”
“ 그럼문요. 아이도 둘 이나 있는데요…얼마나 귀여운 줄 몰라요”
“ 허허… 그렇군. 최경희씨도 시집갈 나이가 넘은 것 같은데…”
경희는 평생 결혼 같은 거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녀의 그 말속에는 사회에 대한 짙은 배신감와 남자에 적대감이 베어있었다.
“ 빽 없고 돈 없는 나 같은 건 여기가 딱 좋아요. 모르긴 해도 제가 과장님 보다 조금 더 벌껄요.”
경희는 미스코리아 인천 예선에서 시민회관에 모인 관객도 야유를 보낼 만큼 뒷거래가 작용한, 눈에 뻔히 보이는 부정심사로 “진”을 놓치고 “선”으로 입상하여 본선에 진출하지 못해 낙심하고 있던 중, 7년 만에 귀가한 언니 경림으로부터 양아버지의 성폭행 사실을 전해 들었다.
그러나 경희는 언니 경림이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호송차로 가기 위해 걸어 나오는 양아버지를 칼로 상해를 입혀 살인미수로 복역 중이라는 사실은 차마 달수에게 말하지 못했다. 경희는 언니 경림으로 부터 혼자 사모한 사람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달수와의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이 달수였다는 사실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언니인 경림과 같이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며 상대적 강자인 남자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이 가슴 저변에 각인되어 버린 경희는, 역시 남성우월주의가 만들어낸 유흥주점에서 남성을 상대하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다. 순간 달수의 머리 속에는 실마리를 찾아낼 수 없이 엉켜버린 실타래로 가득 찬 느낌이었다.고급 룸싸롱에서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떨어진 아가씨들의 정보를 입수해 차출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경희는 달수의 신분을 알아버린 후 달수에게 매우 솔직해졌다. 경희의 사회에 대한 복수일까. 그녀는 룸 밖에서는 사회 지도층으로 추앙받는 점잖은 사람들이 룸 안에서 망가지는 것을 보면서 야릇한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또한 경희는 양주를 입에 넣고 물을 마시는 척 하면서 물컵에 뱉어버리는 수법으로 매상을 올리고 건강을 지킨다고 했다. 먹고 마시며 취하여 제정신이 아닌 혼탁함 속에서 속고 속이는 가운데 생존을 위한 수단이 존재하고 있었다.
달수와 경희가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흡족하게 바라보던 김 상무가 그녀들을 전부 내보내자 처음 밀실에 들어올 때 보았던 마담이 들어왔다. 김상무가 법인카드와 수표 몇 장을 그녀에게 건너자 그녀가 야시시한 미소를 짓고 나갔다. 잠시후 비지네스 클럽에서 호텔 객실로 바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 앞에 두 아가씨를 뒤로 한 김상무가 주위를 힐끔거리며 달수와 함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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