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의여정] <연재소설>여정(33회)
김시우
2007.07.0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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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그들이 객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달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폴짝 올랐다.
“ 김과장 어디가? 이쪽이야… 이쪽 이라구우~ 그건 내려가는 거 잖아.”
지하 주차장 램프를 통해 호텔 건물 밖으로 빠져 나온 달수는 쳐진 어깨를 한 채 고개를 숙이고 비틀거리며 시내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왠지 시내 중심으로 간다는 것이 들어가는 길은 있으나 나오는 길이 없는 두릿 그물에 갖혀버린 물고기처럼, 도심으로 빨려 들어가 다시는 나오지 못할 것 같은 광장 공포증 내지 폐소 공포증 같은 것이 느껴졌다. 시내 외곽쪽으로 걷다가 하늘을 올려다 보고 숨을 내쉬니 뿌연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제법 쌀쌀한 초겨울 밤, 정처없이 걷던 달수의 눈에 건물 모퉁이에 꼬깃 꼬깃한 주황색 비닐로 덮여진 포장마차가 들어왔다.
“ 어서 오세요…”
달수가 포장마차 모서리를 제끼자 이른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하여 비닐 위에 얇게 쌓인 눈이 그의 목춤에 떨어졌다. 어깨를 움추리며 훈훈한 열기가 느껴지는 포장마차 안으로 삐꼼 얼굴을 들이미는 달수를 주인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았다. 달수는 저녁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맥주와 양주를 섞어 마셔 쓰린 속을 달래고 싶었다.
“ 오뎅 좀 주세요.“
“ 술은요?”
“ 빈 속 좀 채우고, 쫌 있다 봐서 시킬께요.”
달수가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올 때 보이지 않았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달수가 엉덩이를 들고 고개를 빼어 보니 떡복이를 뒤적이고 있는 아주머니 옆에 쪼그리고 앉아 무우 껍질을 벗기고 있는 남자가 무우에 눈을 고정한 채로 달수에게 말했다.
“ 손님!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져 그런지 오뎅이 다 팔려버렸네요. 지금 국물만 조금 남았는데...”
“ 그럼 우동이나 한 그릇 주세요 꺼억…”
달수가 쓰린 속을 문지르며 취한 몸을 가누기 힘든 모양인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약간 휘정거리면 트림까지 해댔다.
“ 잘 생각하셨어요.”
남자가 일어서며 우동 사리를 채에 얹혀 오뎅 국물 통에 담갔다 건져 대접에 넣은 후 그 위에 다시 오뎅 국물을 붓고, 여전히 고개를 떨구고 있는 달수에게 우동 사발을 건냈다.
“하하… 어디서 이렇게 술을 많이…자 고추가루 확 풀었으니 속이 확 풀릴 겁니다."
달수가 고개를 들어 두손을 사발로 가져가는데 그 남자가 달수를 유심히 보더니 눈동자가 커지고 입이 벌어졌다.
“ 어? 너…달수…달수아냐 ?”
“ 어? 너… 너가 여기 왜 ?”
그는 이웃에 살던 중,고등학교 동창 오진태였다. 달수는 그와 자주 어울리며 그의 집 근처에 있는 독쟁이 고개에서 겨울이면 대나무 스키로 미끄럼을 타곤 했었다. 달수는 입대할 즈음, 공부를 제법 잘하고 얌전한 모범생이었던 그가 합격권이 었던 서울대를 마다하고 4년 장학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 입학하였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오랜 동안 연락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역하여 인천 용현동 본가로 돌아온 달수가 우연히 진태의 집 앞을 지나다 그의 어머니를 대문 앞에서 만났었다. 진태와 함께 눈 썰매와 스키를 타다가 지치고 배고파 그의 집에 가면, 멸치국물 국수를 맛깔스럽게 내어 오시던 분이었는데, 휠체어에 의지한 채 대문 턱을 넘느라 애쓰고 계셨었다. 달수의 기억에 남아있는 그녀의 지적인 고운 중년 여인의 모습은, 비항진성 갑상선과 만성 신부전증이란 질병으로 간 곳 없고, 우환이 짙게 배인 얼굴이 대신하고 있었다.
달수가 진태의 어머니로부터 진태의 직장 전화번호를 받아 신포동 순대국집에서 서로 소주잔을 기울인 지 5년이 더 지난 것 같다. 달수 역시 그를 보자마자 한눈에 알아봤다. 달수가 반갑고 놀라워 벌떡 일어서다 우동사발을 잘못 건드려 엎어져, 짧은 미니 스커트를 입고 옆자리에 앉아있던 젊은 여자의 무릎에 우동 면발과 국물이 튀었다.
“ 앗 뜨거…”
“ 아이고! 이거 죄송합니다. 괞찮습니까? ”
달수도 깜짝 놀라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그녀의 무릎에 아직 붙어있는 우동 사리를 떼어 내려하자, 그녀의 남자친구가 달수를 치한으로 취급하며 험상궂은 표정으로 소리쳤다.
“ 어딜 손을 대? ”
“ 뭐? 이 자식이 근데… 어따가 반말을…내가 뭘 어쨌다고?...”
달수가 하던 동작을 멈추고 얼굴이 굳어지면서 허리를 굽힌 채 눈을 치켜들어 그 남자를 보았다. 달수가 천천히 허리를 세워 일어나 그 남자를 화난 눈으로 바라보았다. 분위기가 살벌해지자 진태가 앞으로 나와 달수와 청년 사이를 가로 막았다.
“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이 자식이 근데… 넌 집안에 어른도 없어?… 말이면 다 말인 줄 알아, 막내 동생보다 어린 것이”
달수가 주먹을 쥐고 어깨만치 올려 젊은 남자를 가격할 행동을 취했다. 진태가 놀란 얼굴로 달수의 몸통을 감아 안아 밀치며 두 남자의 사이를 넓혔다.
“ 나이 많으면 다야? 그러니까 행실을 똑바로 하고 다니란 말야.”
“ 뭐얌마! 근데 이 자식이 계속 반말이네…그리고 마, 이건 실수였잖아, 내가 네 여자친구 다리라도 만지려고 했냐? 우동 사리를 떼어내려고 한 거지… 그러게 누가 한 겨울에 짧은 치마 입고 다니래? 저런 다리?… 줘도 안 먹어 짜샤… 거기에 붙었던 우동을 먹는 한이 있어도... ”
조카뻘 되는 젊은 학생이 계속 반발을 해대자 이미 취기가 한 껏 올라있는 달수도 감정이 격앙되어, 여학생을 위 아래를 훝어 본 후 진태가 듣기에도 민망한 소리를 해대자 두 남녀학생이 달수에게 합동으로 달려들 듯 했다. 달수의 등 뒤에서 달수의 허리를 감아 잡고 있던 진태가 황급히 두 젊은 남녀의 앞으로 달려가 바닥에 무릎을 꿇어 앉았다.
“ 학생들…나를 봐서라도 제발 한 번 만 봐줘요…”
“ 야, 진태야! 왜 그래? 일어나아. 그리고 봐주긴 뭘 봐달라는 거야?”
젊은 학생들이 진태를 향해 일어서라고 소리를 지르는 달수와 여전히 두 손을 머리만치 올려 빌면서 고개를 조아리는 진태를 번갈아 보았다. 그들이 경멸스런 눈빛으로 달수의 위아래로 훝어보더니 포장마차를 비닐을 제끼고 나가면서 말했다.
“이 아저씨 보고 우리가 참는다, 아우…정말 재수없어. 아저씨! 친구 제대로 관리하세요.”
“ 뭐, 뭐야 그래도 이 짜식들이…”
“ 김과장 어디가? 이쪽이야… 이쪽 이라구우~ 그건 내려가는 거 잖아.”
지하 주차장 램프를 통해 호텔 건물 밖으로 빠져 나온 달수는 쳐진 어깨를 한 채 고개를 숙이고 비틀거리며 시내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왠지 시내 중심으로 간다는 것이 들어가는 길은 있으나 나오는 길이 없는 두릿 그물에 갖혀버린 물고기처럼, 도심으로 빨려 들어가 다시는 나오지 못할 것 같은 광장 공포증 내지 폐소 공포증 같은 것이 느껴졌다. 시내 외곽쪽으로 걷다가 하늘을 올려다 보고 숨을 내쉬니 뿌연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제법 쌀쌀한 초겨울 밤, 정처없이 걷던 달수의 눈에 건물 모퉁이에 꼬깃 꼬깃한 주황색 비닐로 덮여진 포장마차가 들어왔다.
“ 어서 오세요…”
달수가 포장마차 모서리를 제끼자 이른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하여 비닐 위에 얇게 쌓인 눈이 그의 목춤에 떨어졌다. 어깨를 움추리며 훈훈한 열기가 느껴지는 포장마차 안으로 삐꼼 얼굴을 들이미는 달수를 주인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았다. 달수는 저녁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맥주와 양주를 섞어 마셔 쓰린 속을 달래고 싶었다.
“ 오뎅 좀 주세요.“
“ 술은요?”
“ 빈 속 좀 채우고, 쫌 있다 봐서 시킬께요.”
달수가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올 때 보이지 않았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달수가 엉덩이를 들고 고개를 빼어 보니 떡복이를 뒤적이고 있는 아주머니 옆에 쪼그리고 앉아 무우 껍질을 벗기고 있는 남자가 무우에 눈을 고정한 채로 달수에게 말했다.
“ 손님!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져 그런지 오뎅이 다 팔려버렸네요. 지금 국물만 조금 남았는데...”
“ 그럼 우동이나 한 그릇 주세요 꺼억…”
달수가 쓰린 속을 문지르며 취한 몸을 가누기 힘든 모양인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약간 휘정거리면 트림까지 해댔다.
“ 잘 생각하셨어요.”
남자가 일어서며 우동 사리를 채에 얹혀 오뎅 국물 통에 담갔다 건져 대접에 넣은 후 그 위에 다시 오뎅 국물을 붓고, 여전히 고개를 떨구고 있는 달수에게 우동 사발을 건냈다.
“하하… 어디서 이렇게 술을 많이…자 고추가루 확 풀었으니 속이 확 풀릴 겁니다."
달수가 고개를 들어 두손을 사발로 가져가는데 그 남자가 달수를 유심히 보더니 눈동자가 커지고 입이 벌어졌다.
“ 어? 너…달수…달수아냐 ?”
“ 어? 너… 너가 여기 왜 ?”
그는 이웃에 살던 중,고등학교 동창 오진태였다. 달수는 그와 자주 어울리며 그의 집 근처에 있는 독쟁이 고개에서 겨울이면 대나무 스키로 미끄럼을 타곤 했었다. 달수는 입대할 즈음, 공부를 제법 잘하고 얌전한 모범생이었던 그가 합격권이 었던 서울대를 마다하고 4년 장학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 입학하였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오랜 동안 연락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역하여 인천 용현동 본가로 돌아온 달수가 우연히 진태의 집 앞을 지나다 그의 어머니를 대문 앞에서 만났었다. 진태와 함께 눈 썰매와 스키를 타다가 지치고 배고파 그의 집에 가면, 멸치국물 국수를 맛깔스럽게 내어 오시던 분이었는데, 휠체어에 의지한 채 대문 턱을 넘느라 애쓰고 계셨었다. 달수의 기억에 남아있는 그녀의 지적인 고운 중년 여인의 모습은, 비항진성 갑상선과 만성 신부전증이란 질병으로 간 곳 없고, 우환이 짙게 배인 얼굴이 대신하고 있었다.
달수가 진태의 어머니로부터 진태의 직장 전화번호를 받아 신포동 순대국집에서 서로 소주잔을 기울인 지 5년이 더 지난 것 같다. 달수 역시 그를 보자마자 한눈에 알아봤다. 달수가 반갑고 놀라워 벌떡 일어서다 우동사발을 잘못 건드려 엎어져, 짧은 미니 스커트를 입고 옆자리에 앉아있던 젊은 여자의 무릎에 우동 면발과 국물이 튀었다.
“ 앗 뜨거…”
“ 아이고! 이거 죄송합니다. 괞찮습니까? ”
달수도 깜짝 놀라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그녀의 무릎에 아직 붙어있는 우동 사리를 떼어 내려하자, 그녀의 남자친구가 달수를 치한으로 취급하며 험상궂은 표정으로 소리쳤다.
“ 어딜 손을 대? ”
“ 뭐? 이 자식이 근데… 어따가 반말을…내가 뭘 어쨌다고?...”
달수가 하던 동작을 멈추고 얼굴이 굳어지면서 허리를 굽힌 채 눈을 치켜들어 그 남자를 보았다. 달수가 천천히 허리를 세워 일어나 그 남자를 화난 눈으로 바라보았다. 분위기가 살벌해지자 진태가 앞으로 나와 달수와 청년 사이를 가로 막았다.
“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이 자식이 근데… 넌 집안에 어른도 없어?… 말이면 다 말인 줄 알아, 막내 동생보다 어린 것이”
달수가 주먹을 쥐고 어깨만치 올려 젊은 남자를 가격할 행동을 취했다. 진태가 놀란 얼굴로 달수의 몸통을 감아 안아 밀치며 두 남자의 사이를 넓혔다.
“ 나이 많으면 다야? 그러니까 행실을 똑바로 하고 다니란 말야.”
“ 뭐얌마! 근데 이 자식이 계속 반말이네…그리고 마, 이건 실수였잖아, 내가 네 여자친구 다리라도 만지려고 했냐? 우동 사리를 떼어내려고 한 거지… 그러게 누가 한 겨울에 짧은 치마 입고 다니래? 저런 다리?… 줘도 안 먹어 짜샤… 거기에 붙었던 우동을 먹는 한이 있어도... ”
조카뻘 되는 젊은 학생이 계속 반발을 해대자 이미 취기가 한 껏 올라있는 달수도 감정이 격앙되어, 여학생을 위 아래를 훝어 본 후 진태가 듣기에도 민망한 소리를 해대자 두 남녀학생이 달수에게 합동으로 달려들 듯 했다. 달수의 등 뒤에서 달수의 허리를 감아 잡고 있던 진태가 황급히 두 젊은 남녀의 앞으로 달려가 바닥에 무릎을 꿇어 앉았다.
“ 학생들…나를 봐서라도 제발 한 번 만 봐줘요…”
“ 야, 진태야! 왜 그래? 일어나아. 그리고 봐주긴 뭘 봐달라는 거야?”
젊은 학생들이 진태를 향해 일어서라고 소리를 지르는 달수와 여전히 두 손을 머리만치 올려 빌면서 고개를 조아리는 진태를 번갈아 보았다. 그들이 경멸스런 눈빛으로 달수의 위아래로 훝어보더니 포장마차를 비닐을 제끼고 나가면서 말했다.
“이 아저씨 보고 우리가 참는다, 아우…정말 재수없어. 아저씨! 친구 제대로 관리하세요.”
“ 뭐, 뭐야 그래도 이 짜식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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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동돼랑님의 댓글
많이 비싸 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