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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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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우의여정] <연재소설>여정(36회)

김시우
2007.07.15 02:19 2,269 3

본문

김 철근 상무는 김포지역의 준농림지를 매입하여 건축허가 및 분양허가를 위한 토지매매계약서를 수집하는 역할을 하기로 했다. 그러면 달수는 설계사무소와 논의하여 건축허가를 받고 시공자를 선정하여 사업 전반을 감독하고 책임지는 시행회사의 대표로 각각 역할이 나뉘었고, 사업수익은 절반으로 나누기로 했다. 그리고 서로의 역할에 대해 신뢰하고 독립적 지위를 갖기로 했다.

달수의 회사와 아직 김상무가 남아있는 신동아 건설은 시행자와 시공자  결연계약을 맺었다. 그 결연 계약의 주된 내용은 달수의 회사가 다른 회사들로부터 받은 건축비 견적 평균에 8%를 하향 조정한 건축비로 시공을 맡겠다는 것이다. 사업 규모가 최소 수백억에서 수천억에 달하는 아파트 건설사업에서 8%는 상당히 큰 금액이었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김 상무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또한 김상무는 달수 회사가 사들이는 토지 매매 계약서에 시행사 우림건설, 시공사 신동아 건설 이라고 신동아 건설의 법인명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전결권을 행사하였다. 김상무가 대한민국 굴지의 건설회사의 회장 조카이며 임원이라는 것이 토지주들에게 신뢰로 작용하여 그가 토지 매입하는데 유리하게 작용 했슴은 두말 할 나위 없다.  

김상무의 이 같은 양다리 행세는  “임원은 타 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으며 타 회사의 영리를 위한 행위를 금한다.” 라는  회사 규정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김상무의 이러한 일탈행위는 달수 회사의 영업이익의 50%가 자신의 몫이므로 철저하게 계산된 계획에 따라 달수의 회사의 뒤를 봐주고 있는 것이다.

김 상무는 개발이익이 예상되는 지역의 땅을 다른 회사의 토지개발 담당자의 경쟁을 물리치고 매매계약을 잘도 성사시켰다. 매매 계약서를 검토하던 달수는 김상무가 다소 비싸게 토지값을 책정했다는 생각을 하고 김상무의 토지매입 현황을 예의 주시하였다.

개발지역의 전제 토지 면적의 7-80%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매매계약서 없이는 해당구청 또는 시청에 건축 인허가 및 분양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아파트 개발사업의 약점을 볼모로 잡고,  더 높은 가격으로 토지를 팔려고 버티는 토지주와 지루한 협상보다는 조금 더 값을 쳐주고 빨리 계약을 하는 것이 보다 유리했다.

또한 그렇게 조기에 이루어진 토지 매매는 다른 토지 소유자들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사업을 계획대로 진척하는데 유리했기에 달수는 김 상무의 토지매매계약에 별다른 제동을 걸지 않았다.

김 상무가 달수의 생각보다 토지를 쉽게 매입하는 데는 달수가 염려 하던데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보통 토지는 지방 자치단체 공시지가에서 30-40%가 상향된 금액으로 실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김 상무는 그 가격보다 높은 금액으로 토지를 인수했기 때문이며 그 부풀린 토지가의 일부가 김 상무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김 상무는  토지 소유자와 이중 계약을 하여 뒷돈을 챙겨 자신만의 배를 불리고 있었다. 그는 신동아 건설의 임원으로서 타 회사의 대표가 될 수 없다고 하며 대표이사를 극구 사양하며 영원한 상무로 남겠다고 변명했었으나 실제로 법적인 책임이 요구되는 사장 자리를 원치 않았던 것이다.

어찌 되었던 달수와 김 상무와의 동업은 일단 성공적이었다.  준농림지였던 토지가 건축허가와 분양 허가를 받음과 동시에 주거지로 용도 변경되면서 토지가격이 급상승하여 아파트 분양가에 반영되므로, 회사 회계장부에는 김 상무의 그러한 횡령이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건축부지를 조기에 확보한 그의 공적이 높이 인정되는 분위기였다.

김포시청 앞의 11층 건물의 1개 층을 임대하였던 달수의 회사는 분양 수익금으로 건물을 통째로 매입하고 3개 층을 전부 사무실로 사용할 만큼 회사는 성장가도에 있었고 차기 사업을 위한 충분한 자금력도 갖추게 된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이었기에 김상무는 일등 공신의 지위를 굳건히 하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아무리 김 상무가 토지주들의 입막음 작업을 했다 해도, 따지고 보면 이웃 모두가 먼 친척으로 구성된 시골 마을에 비밀은 없는 법,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했던가, 자신의 땅을 이웃보다 상대적으로 싸게 매도한 것을 알아버린 토지주들이 들고 일어섰다.

금방 밭일을 하다 온 차림새의 70대 노인이 직원들이 만류를 뿌리치고 상무실로 난입했다. 입에서 시큼한 막걸리 냄새를 풍기며 눈이 충혈된 그는 김상무의 멱살을 잡고 흔들면서 말했다.

“ 이노옴! 나 한텐 제일 값을 많이 쳐주었다고 해놓곤, 알고 보니 젤로 싸게 값을 쳐줘? 이 쥑일 놈…사장 어딨어. 네 사장이 시킨 짓거리지? 사장 어딨어? 당장 사장 나오라고 해.”

돈 맛을 알아버린 선량하고 순진한 농민들이 회사를 찾아와 시위하는 과정에서 김상무의 비리 사실이 드러났고, 회사 대표인 달수와 김상무는 횡령과 사기 혐의로 전격 구속되어 김포 경찰서 유치장에 갇혔다.

달수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쪼그리고 앉아있던 김상무를 째려보던 달수가 고개를 젖히고 천정에 붙어있는 파리를 보면서 한 숨을 내쉬다가 다시 김상무를 쳐다보며 물었다.

“ 상무님! 이제 어떻해 할 겁니까?”

“……………”

“이제 어떻하실 거냐구요? 이렇게 하려고 저보고 회사 때려치고 동업하자고 한 겁니까?”

달수의 언성이 높아지자 책상에 업어져 자고 있는 당직 형사와,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 고개를 제끼고 코까지 골고 자는, 머리가 희끗 희끗한 고참인 듯한 당직 형사가 깜짝 놀라 깨어났다. 두 손가락만을 사용하는 독수리 타법으로 키보드를 제법 빠르게 두드리며 술에 취한 피의자를 심문하며 조서를 꾸미던 또 다른 당직 형사가 달수에게 조용히 하라고 호통쳤다. 달수가  움찔하여 어깨를 떨구며 한숨을 내쉬는데 김상무가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 내가 자네에게 묻고 싶은 말이야.  내가 어떻하면 좋겠어?”

“ 결자회지라고 했잖습니까, 그걸 저 한테 물으면 어떻합니까?”

“ 형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민들과 합의를 해야 하지 않겠어? 그러면 구속은 면하지 않을까?”

“ 제가 판사입니까? 그걸 제가 어떻해 압니까? 암튼 진태에게 이민우 변호사 모시고 오라고 했으니까 그 때까지 묵비권 행사하세요.”

“ 이 변호사? 김과장, 아니 김사장 그 사람은 그룹 고문 변호사 잖아. 회장님 귀에   들어갈 텐데…”

“  변호사가 외뢰인 으로부터 인지한 사실을 공개할 수 없다는 것도 모르세요.”

“ 그거야 알지만… 그래도 이 변호사는 회장님 측근인데 그게 법대로 되냔말야. 난 그리고 그 사람 날 바라보는 눈빛이 싫어.”

“ 지금 그런 사적인 감정 따질 땝니까?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잠자코 가만히 계세요.”

달수가 신동아 법무팀 재직시 자신과 손발이 척척 맞았고, 김상무와는 껄끄러운 관계에 있었던 이민우 변호사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다. 달수는 자신이 아무리 회사의 대표로 관리 책임이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김상무와 동업관계에 있고, 관리권 행사 밖에 있는 김상무의 비리로 자신이 처벌받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그러한 정상이 법원에서 참작되고 시비가 가려질 수 있도록 자신과 친분이 있고 김상무과 적대관계에 있는 이민우 변호사를 택한 것이다. 사실상 시행사의 비리로 시공사인 신동아 건설은 법적인 책임은 없었고 사건이 터진 후 김상무는 그룹 상무이사 직위를 박탈당했다. 그러나 신동아 건설 회장의 외조카인 김상무가 관련된 사건이 매스컴에 오르내리면 그룹 이미지에 좋지 않을 결과를 낼 것이 분명하니 그룹차원에서 회장이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또한  달수가 예견했다.

하룻밤을 철장에서 보내고 까칠한 얼굴을 한 달수와 김상무를 진태와 함께 찾아온 이민우 변호사가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댓글목록 3

돼랑님의 댓글

돼랑 2007.07.16 06:55
  준농림지라.....어려운 땅입죠.....건폐율 40% 정도에...옛날에 제가 파주이마트 설계 할때 고생좀 했읍죠....^^

김시우님의 댓글

김시우 2007.07.16 13:37
  토지를 용도별로 구분하면 주거지 준주거지 준농림지 상업용지 또 뭐가 있었더라,  빌라짓는 친구의 말 들어보니까 법과 용어가 좀 바뀌었던데...

정창주님의 댓글

정창주 2007.07.20 13:15
  파주이마트 ^^;; 파주 근처에 조부모님을 모신 곳이 있어서 자주 가는데 꼭 그 앞을 지나가게 될 때마다<br />
'여기 장사되는건가' 라고 생각하고 지나다녔는데,<br />
선배님께서 설계하셨다니까 신기합니다.<br />
장사는 잘 되겠죠? 노조 문제만 해결되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