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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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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우의여정] <연재소설>여정(37회)

김시우
2007.07.21 14:31 2,213 2

본문

“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김달수 사장은 형사적 책임이 없습니다. 토지주들이 김달수 사장을 상대로  민사적 책임을 물을 수도 없습니다. 사실상의 피해자는 김달수 사장이기 때문입니다.”

“ 네 ? 그, 그게 무슨 말…”

김상무가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것 인양 시치미를 떼면서 자신의 행위가 의도적이지 않다는 것을 부각시키려 노력했지만 이민우 변호사가 냉정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 계약이라 함은 강압이 아닌  자유로운 의사를 가진  쌍방간의 의견이 일치하여  성립하는 것이고, 토지주들이 자발적으로 계약에 임했으므로 일단 이건 토지매매계약은 그 기준에 어긋남이 없이 합법적이었습니다. ”

“ 그렇다면 나나 김사장이나 여기 잡혀 들어와야 할 이유도 없을 것 아닙니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던 김 상무가 얼굴에 화색이 돌아와 그가 밝은 표정으로 이민우 변호사에게 묻자 이 변호사가 잠시 뜸을 들인 후 말을 이었다.

“ 상무님은 사기라는 죄를 지었습니다. 일부 토지주들에게 다른 토지주들보다  값을 제일 많이 쳐주겠다고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타인을 기망하여 자신의 이득을 취한 것, 이것이 형법에서 말하는 사기의 정의입니다.”

“ 무슨 말을 그렇게 서운하게 하십니까?”

“ 제가 말하는 게 아니고 법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상무님의 횡령 사실입니다.”

“ 이거 왜 자꾸 이러십니까? 횡령이라뇨?”

“상무님이 토지 매매 이중계약으로 회사로 입금되어야 할 돈을 착복함으로 그 만큼 회사영업수익은 줄어들고, 김달수 사장에게 돌아가는 사업수익 지분이 줄어들기 때문에 피해자는 상무님과 사실상 동업관계에 있는 김달수 사장입니다. 이것들이 토지주들이 가지고 있던 이중 계약서 사본입니다.

진태에게서 이면 계약서 사본을 건네 받은 이 변호사가 김 상무에게 그것들을 얼굴 가까히 들이 대자 김 상무가 외면하듯 고개를 돌리면 한숨을 내쉬었다. 구속 적부심에서 무혐의로 석방된 달수가 피해자 신분으로 김 상무를 고소했다. 달수가 처음에는 김 상무의 횡령을 접어두려 하였으나, 김 상무가 오랜 동안 철저한 계획으로 자신을 비리에 끌어들여 혼자만의  뱃속을 챙기려 했던 것을 새삼 떠올리니 용서가 되지않았다.

인천 형무소에 이감된 김 상무는 형량을 줄이기 위하여 사업이익 지분을 포기하는 것으로 달수에게 고소를 취하하고 합의하여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달수가 한 동안 배신감에 이를 외면하고 있던 중, 달수의 예상대로 신청아 그룹 노 회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회사의 법률고문인 이민우 변호사를 통해 김 상무의 구속사실을 전해들은 노 회장은 회사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것도 문제지만, 중병을 앓고 있는 누나의 아들인 김 상무가 구속되어 있는 것을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노 회장은 회사를 뛰쳐나가 별도의 사업을 하면서 회사의 이름을 팔고 명예를 더럽힌 김상무의 행실에 크게 분노하고 있지만, 달수에게 옛 정을 봐서라도 더 이상 그룹의 이미지가 더럽혀지지 않도록 김상무와 합의를 봐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상대적으로 토지를 싸게 매도한 토지주들에게 보상을 해주어 원성을 잠재우고, 기존의 김 상무가 전결권을 남용하여 달수 회사와 맺은 계약이 무효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을 철회하겠다는 것이다.

달수는 사업진행 지역 고등학교의 운동회 및 경로회에 초대되어 축사를 하는 자리에서 사업 완성 시점에서 김 상무가 포기한 영업이익의 일부를  마을 간선도로 및 농수로 확충과 마을회관 건축비에 기부할 것을 공약하였고, 아파트가 준공되어 입주가 완료되는 시점에서 실제로 그 공약을  이행함으로써  매스컴의 스포트 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우역곡절 끝에 첫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달수는 회사 조직을 2차 예정사업의 규모에 맞게 확장하고 재편성했다. 김 상무의 구속으로 불신의 분위기가 아직 회사에 남아있었기에 달수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직장 분위기를 도모하기 위해, 각 직급의 전결권을 한 단계 상향 조정했고 진태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개발지역 선정 및 토지 매매권을 제외한 자신의 권한을 대부분 이양했다.

군 재직시 보병과 달리 작전지역이 광활한 기갑부대의 정보과와 작전과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을 통해, 지도만 보아도 새소리와 물소리가 들린다고 할 정도로 지형의 판독에 탁월한 달수였다. 그는 사옥관리를 겸하고 있는 운전기사가 있슴에도 불구하고 사업 예정 지역 답보를 할 때는 아무도 모르게 직접 운전을 하고 찾아 나섰다.

달수는 아무도 눈 여겨 보지 않은 지역이라도 이모 저모를 따져보아 얼마간의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개인 자금을 동원하여 친 인척의 명의로 주요 토지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그 지역에 대한 확실한 재산 행사권을 잡기까지는 누구에게도 개발구상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상무의 배신행위로 적지 않은 충격을 받는 달수의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잠재의식이 그 때까지 그의 언행을 지배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날도 달수는 혼자 점심까지 거르면서 예상개발지역을 답보하고 구두에 벌건 진흙을 묻힌 채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경쟁회사가 시행한 아파트 단지 상가의 식당을 찾았다. 설렁탕에 소주를 반주 삼아 허기를 채우고 피로를 푼 달수는 다시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이제 막 해가 질 즈음의 초 저녁임에도 바리케이트를 치고 검문을 하고 있는 경찰에게 음주운전이 적발되었다.

달수가 김포 경찰서에서 조서에 지장을 찍고 나오면서 뭔가 곰곰히 생각하고 있었다. 김포지역의 신개발지는 아파트 건축에 비해 근린 생활 시설등 기반시설이 따라잡지 못하여  멀리서 보면 아파트 불빛만 보이고 주변은 암흑뿐 이었다. 그래서 일부 주민들은  김포시내, 인천 심지어 서울 근교까지 나가  술을 마시고 음주운전으로 적발되거나 사고를 일으키는 지역 분위기를 달수가 읽어낸 것이다.

아파트 상가에는 근린생활 시설이외의 단란 및 유흥주점 등의 허가가 금지되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은 달수는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파트 주위의 주변의 준농림지를 매입하여 근린생활 시설의 상가를 건축하려 했던 달수의 구상은 준농림지의 용도 변경을 주거지로 제한하는 한시적 건축규제에 부딪혀 무산되었다.  며칠 째 고민을 하던 달수는 자신이 시행했던 아파트 단지의 지적도와 토지대장을 보면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달수는 김상무가 매입하여 아파트 단지로 조성된 부분 이외에도 회사 명의로 되어있는 토지가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김상무가 마구잡이로 매수한 토지 중에는 아파트 진입로 용도로 시에 헌납한 것 이외에도 건축설계에 적합하지 않아 건축면적에서 배제된 부분이 자투리로 얼마간 남아있는 것이었다. 달수는 서울 및 인천 등 대도시 근교에 지어진 아파트의 지적도와 토지대장을 가능한 모두 발급 받아 열람했다. 거기에도 많은 자투리 땅이 발견되었다.

달수는 법인 명의로 그 자투리 토지들을 매수하게 되면 매도인 회사에서 눈치를 챌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 토지의 중심부의 부터 개인자금으로 매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매입한 토지를 회사에 되파는 식으로 경쟁회사의 정보망을 피해갔다.  달수는 자투리라고는 하지만 아담한 상가를 한 두채 올릴 수 있는 크기인 부지에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유치할 수 없거나, 없는 업종의 상가를 신축했다. 이 틈새 사업에서 달수는 상당한 부대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이로서 달수는 아파트및 빌라 사업보다 근린생활 시설 건축에 더욱 관심을 가졌다. 일단 사업 근거지를 정하면 그곳을 정점으로 규모와 영역을 과감하게 확대하는 공격적인 사업형태 때문에  달수의 사업지역에서는 다른 사업체가 경쟁을 피해 스스로 물러나는 경우도 발생했다. 접대부를 고용할 수 있는 유흥주점은 영업판매세금이 30% 이상이었으므로 달수는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되는 단란주점과 식당 및 숙박시설을 위한 건물을 집중적으로 건축하여 분양하였고, 영업수익이 많은 업소는 별도의 관리부를 신설하여 직영하기도 했다.

이렇듯 건축과 외식, 숙박업이 결합된 사업 형태는 러브 모텔이라 손가락질을 받으며 주민으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하였지만 달수는 영업수익의 일부를 마을회관 건축과 지역 초중고의 장학금을 기부하고, 어차피 아파트 인근의 기반시설이 확충되면서 들어설 수 밖에 없는 업종이라며, 외지인이 마을을 자주 찾아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장점을 강조하면서 주거환경의 악화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우려를 잠재웠다.

달수는 마을 회관의 준공식 축사에서 기업이익과 지역의 환경과 주민의 이익이 상충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하고 문제가 발생시 즉각 사업 중단 조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덧붙임으로써 지역주민으로부터 믿음을 공고히 쌓아나갔다. 이러한 달수의 이웃과 융화하는 사업 마인드를 바탕으로 한 노력에 걸맞는 운도 따라 달수의 회사는 설계실, 건축사업부, 외식사업부, 분양사업부, 건물관리사업부, 유통사업부 등에 각각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는 종합 개발회사로 성장하고 있었다.

달수의 사업은 업종에서의 차이를 제외하면  부의 사회 환원이라는 동찬의 사업 마인드와 상당히 닮아 있었다. 어느날 달수는 중소기업청의 공문을 받았다. 몇 해전 김포지역의 아파트 사업을 추진하면서 영업이익의 상당부분을 지역 기반시설에 재투자하고 지역사회에 환원한 것과 근린생활시설의 확충으로 지역 고용을 창출하고 생활수준을 높였다는 공적으로 올해의 기업인에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달수는 그 상이 자신에게는 너무 과분하다며 한사코 수상을 거절했지만, 회사를 더욱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진태의 등에 밀려 수상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김달수…”

수상식이 끝나자 자연스레 연회로 이어졌고 목에 걸려있던 메달이 어쩐지 쑥쑤럽게 느껴져 바지 주머니에 넣고 샴페인을 가볍게 입술에 적시며 다른 기업인들과 명함을 주고받는  달수의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댓글목록 2

박명근님의 댓글

박명근 2007.07.23 13:51
  이때가 김시우 동문 한참 잘나가던 때 같은데<br />
그 이름 부런 사람이 반가운 사람인교<br />
아니면 겁주는 사람인교?<br />

김시우님의 댓글

김시우 2007.07.23 16:38
  적과 동지는 한 끝 차이인 것 같습니다. <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