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의여정] 연재소설 여정 49회
김시우
2008.02.29 22:3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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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그래 맞구나! 저쪽에서 너를 봤을 때 한 눈에 알아봤지.”
달수가 태훈이 고개 짓을 하는 쪽을 바라보니 검정 그랜져 승용차 3대가 노변에 줄지어 주차하고 있었고, 한결같이 짧은 머리에 검정 양복을 입은 건장한 청년들이 차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태훈은 부천에 본거지를 둔 폭력조직 신앙촌파 행동대장으로, 6개월 전에 있었던 부평 폭력조직과 부평역 앞의 유흥업소 보호비 명목의 관리권을 놓고 마찰을 빚어 1명이 죽고 1명이 중상을 당한 사건의 배후자로 지목받아 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었다.
달수와 태훈이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에 다다르자 청년들은 고개를 90도 숙이고 팔을 늘어뜨리는 폭력배 특유의 인사로 그들을 맞았다. 태훈은 일행을 해산시키고 직접 승용차를 몰아 올림푸스 호텔 커피숍으로 향했다.
“근데 너 지금 무슨 일 하는 거야? 저 젊은 친구들은 또 뭐고? ”
“그게…그냥...”
“ 야, 달수야 우리 자세한 것은 나중에 얘기하고… 난 몇 년 전에 너 봤었어.”
“ 어디서? ”
“ 중소기업 진흥청에서 너 표창 받을 때 저만치 뒤에 있었지. 사실 나 조회장 밑에서 일해.”
태훈은 고등학교때 신인왕전에서 반탐급에서 챔피언으로 등극하여 인천체육대를 특기생으로 입학하였고 동양 챔피언까지 올랐었다. 그러나 태국 선수에게 타이틀을 빼앗긴 후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폭력세계에 발을 잘 못 들여 1년 반 교도소 수감생활을 한 이후 20년 가까이 어둠의 세계에서 발을 빼지 못하고 있었다.
“ 조회장이라면 조양건설의 조통달…”
“ 응, 실명은 조민수, 그런데 그렇게 알려졌지. 워낙 유명한 깡패였잖아.”
“ 그래서…네가 그 사람 밑에서 하는 일이 뭔데?”
“ 뭐…조회장 경호가 주임무지만 공개 입찰할 때 다른 업체들 입찰함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겁주거나, 아파트 건설부지에서 퇴거하지 않고 데모하는 주민들 끌어내리는 거지, 나도 알아, 결코 자랑스럽지 못한 일이라는 걸, 근데…마땅히 할 것이…”
달수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친한 친구였던 태훈이 하필 폭력배 노릇을 해야 하는지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민규가 도시락 반찬을 가지고 급우들을 농락하는 것을 보다 못한 달수가 민규와 싸움을 벌인 이후, 태훈은 달수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둘은 태훈이 권투연습을 하는 풍운관장에서 밤 늦게까지 운동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었다.
태훈은 운동 선수 특유의 투박한 면이 있었지만 심성이 따뜻하다는 것을 달수는 알고 있었고, 풍기는 분위기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둘은 졸업할 때 까지 늘 붙어 다녔다. 달수가 군 입대 후 첫 휴가를 나왔다가 마침 태훈의 동양 챔피언 방어전을 광고하는 벽보를 보고 맘모스 체육관을 찾았다가, 그의 패전을 보고 차마 그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선 것이 그를 마지막으로 본 18년 전이었다.
승용차가 올림푸스 호텔 정문에 이르자 벨보이가 다가와 차문을 열려고 할 때 태훈이 손을 들어 그를 저지했다. 그리고 차문을 열고 밖으로 발을 내리려는 달수를 잡아 세우자, 달수도 태훈이 뚫어지게 바라보는 곳에 시선을 던졌다. 그곳에 체구가 건장한 젊은이들의 호위를 받으며 호텔 정문을 나서고 있는 키 큰 남자가 있었다. 달수는 낯설지 않은 그가 최민규임을 한 눈에 알아차리고 태훈을 돌아보며 말했다.
“ 저거 최민규 아냐?”
“ 맞아, 여기가 저 자식의 아지트야.”
조통달 회장은 월미도와 연안부두, 부평일대의 유흥가의 이권을 두고 인천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꼴망파와 갈등을 빚고 있었고, 태훈으로 하여금 꼴망파의 아지트인 올림푸스 호텔의 나이트 클럽을 평정하라는 명을 받았고, 꼴망파의 두목인 최민규가 나이트 클럽의 실질적인 주인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 실체를 파악하는 중이었다.
최민규와 일행이 미리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 사라지자 달수와 태훈은 차에게 내려 이상하다고 고개를 꺄우뚱 거리는 벨보이를 지나쳐 호텔 회전문을 밀고 들어가 커피숍에서 마주했다.
“ 장딴지 너 정말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거 알아? 꼭 이 일을 해야겠냐? ”
“ 달수야, 난 너하고 달라, 너 처럼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지도 못했고, 권투 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었어, 그런데 경기에서 지고 나니까 관장이 나를 헌신짝 버리듯 했지만, 조 회장님은 나를 지금까지 아들처럼 아껴줬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죽을 때까지 그 분을 위해 충성을 다하는 거야.”
“ 야, 강태훈! 너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 있어, 난 너를 잘 알아, 그 사람이 너를 자식처럼 돌본 것이 아니고 네가 목숨을 바쳐 충성을 했기에 버림받지 않은 거야, 그러나 언젠가 그 사람도 네 가치가 없어졌다고 판단하면 풍운 체육관 관장하고 조금도 다를 바가 없을 거야, 토사구팽 당할 거라구. ”
인천의 전통적인 폭력조직인 꼴망파에 밀려 부천에서 자리를 튼 조통달은 인천 송도 호텔 사장 살인사건의 배후자 중 한 명으로 강력한 카리스마로 많은 당시 3대 폭력조직인 양은이파, OB파 조직보다 많은 부하들은 거느리고 부천과 경기 일대의 암흑가, 일종의 틈새시장을 평정한 인물이다.
그가 꼴망파의 본거지인 인천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환갑을 넘은 그에게는 양보할 수 없는 인생에서 마지막 남아있는 야망이었다. 그런데 태훈은 조통달의 그러한 야심의 깊이를 알지 못하고, 그의 수족이 되어 자신도 모르게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깨우치지 못하는 듯 싶었다.
태훈은 자신이 조통달의 후계자가 되어 가난하여 멸시받았던 어린시절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그가 현재 할 일은 당장 눈앞에 있는 조통달의 명령을 이행하는 것이었다.
“ 그래서 어떻해 하려구. 옛 친구를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
“ 몰라 나도…아직은 나도 모르겠어…나도 잘 모르겠다구! ”
달수는 태훈이 집까지 바래다주겠다는 것을 뿌리치고 하인천 역 앞에 여기 저기 즐비하게 늘어선 택시 중 한 개에 올랐다. 달수는 자신도 모르게 노란색 택시를 택했다. 희정이 노란색 머플러가 참 잘 어울렸다는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 달수였다.
택시 뒷좌석에 앉자 피로가 엄습해 오면서 정신이 몽롱해진 달수가 시트에 기댄 머리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 달수가 올림푸스 호텔 커피숍으로 가자고 했을 때 기겁을 하던 희정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달수는 생각했다. 분명 희정이 최민규가 그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아니 그곳에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달수가 나지막이 혼자 웅얼거렸다.
“ 그렇다면 희정이 어떻게 그것을…”
도무지 앞 뒤 정리가 되지 않은 달수가 고개를 흔들어댔다. 달수는 또 다시 희정의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힌 것처럼 자기물음의 메아리만이 되돌아왔다.
달수가 태훈이 고개 짓을 하는 쪽을 바라보니 검정 그랜져 승용차 3대가 노변에 줄지어 주차하고 있었고, 한결같이 짧은 머리에 검정 양복을 입은 건장한 청년들이 차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태훈은 부천에 본거지를 둔 폭력조직 신앙촌파 행동대장으로, 6개월 전에 있었던 부평 폭력조직과 부평역 앞의 유흥업소 보호비 명목의 관리권을 놓고 마찰을 빚어 1명이 죽고 1명이 중상을 당한 사건의 배후자로 지목받아 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었다.
달수와 태훈이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에 다다르자 청년들은 고개를 90도 숙이고 팔을 늘어뜨리는 폭력배 특유의 인사로 그들을 맞았다. 태훈은 일행을 해산시키고 직접 승용차를 몰아 올림푸스 호텔 커피숍으로 향했다.
“근데 너 지금 무슨 일 하는 거야? 저 젊은 친구들은 또 뭐고? ”
“그게…그냥...”
“ 야, 달수야 우리 자세한 것은 나중에 얘기하고… 난 몇 년 전에 너 봤었어.”
“ 어디서? ”
“ 중소기업 진흥청에서 너 표창 받을 때 저만치 뒤에 있었지. 사실 나 조회장 밑에서 일해.”
태훈은 고등학교때 신인왕전에서 반탐급에서 챔피언으로 등극하여 인천체육대를 특기생으로 입학하였고 동양 챔피언까지 올랐었다. 그러나 태국 선수에게 타이틀을 빼앗긴 후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폭력세계에 발을 잘 못 들여 1년 반 교도소 수감생활을 한 이후 20년 가까이 어둠의 세계에서 발을 빼지 못하고 있었다.
“ 조회장이라면 조양건설의 조통달…”
“ 응, 실명은 조민수, 그런데 그렇게 알려졌지. 워낙 유명한 깡패였잖아.”
“ 그래서…네가 그 사람 밑에서 하는 일이 뭔데?”
“ 뭐…조회장 경호가 주임무지만 공개 입찰할 때 다른 업체들 입찰함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겁주거나, 아파트 건설부지에서 퇴거하지 않고 데모하는 주민들 끌어내리는 거지, 나도 알아, 결코 자랑스럽지 못한 일이라는 걸, 근데…마땅히 할 것이…”
달수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친한 친구였던 태훈이 하필 폭력배 노릇을 해야 하는지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민규가 도시락 반찬을 가지고 급우들을 농락하는 것을 보다 못한 달수가 민규와 싸움을 벌인 이후, 태훈은 달수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둘은 태훈이 권투연습을 하는 풍운관장에서 밤 늦게까지 운동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었다.
태훈은 운동 선수 특유의 투박한 면이 있었지만 심성이 따뜻하다는 것을 달수는 알고 있었고, 풍기는 분위기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둘은 졸업할 때 까지 늘 붙어 다녔다. 달수가 군 입대 후 첫 휴가를 나왔다가 마침 태훈의 동양 챔피언 방어전을 광고하는 벽보를 보고 맘모스 체육관을 찾았다가, 그의 패전을 보고 차마 그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선 것이 그를 마지막으로 본 18년 전이었다.
승용차가 올림푸스 호텔 정문에 이르자 벨보이가 다가와 차문을 열려고 할 때 태훈이 손을 들어 그를 저지했다. 그리고 차문을 열고 밖으로 발을 내리려는 달수를 잡아 세우자, 달수도 태훈이 뚫어지게 바라보는 곳에 시선을 던졌다. 그곳에 체구가 건장한 젊은이들의 호위를 받으며 호텔 정문을 나서고 있는 키 큰 남자가 있었다. 달수는 낯설지 않은 그가 최민규임을 한 눈에 알아차리고 태훈을 돌아보며 말했다.
“ 저거 최민규 아냐?”
“ 맞아, 여기가 저 자식의 아지트야.”
조통달 회장은 월미도와 연안부두, 부평일대의 유흥가의 이권을 두고 인천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꼴망파와 갈등을 빚고 있었고, 태훈으로 하여금 꼴망파의 아지트인 올림푸스 호텔의 나이트 클럽을 평정하라는 명을 받았고, 꼴망파의 두목인 최민규가 나이트 클럽의 실질적인 주인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 실체를 파악하는 중이었다.
최민규와 일행이 미리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 사라지자 달수와 태훈은 차에게 내려 이상하다고 고개를 꺄우뚱 거리는 벨보이를 지나쳐 호텔 회전문을 밀고 들어가 커피숍에서 마주했다.
“ 장딴지 너 정말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거 알아? 꼭 이 일을 해야겠냐? ”
“ 달수야, 난 너하고 달라, 너 처럼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지도 못했고, 권투 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었어, 그런데 경기에서 지고 나니까 관장이 나를 헌신짝 버리듯 했지만, 조 회장님은 나를 지금까지 아들처럼 아껴줬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죽을 때까지 그 분을 위해 충성을 다하는 거야.”
“ 야, 강태훈! 너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 있어, 난 너를 잘 알아, 그 사람이 너를 자식처럼 돌본 것이 아니고 네가 목숨을 바쳐 충성을 했기에 버림받지 않은 거야, 그러나 언젠가 그 사람도 네 가치가 없어졌다고 판단하면 풍운 체육관 관장하고 조금도 다를 바가 없을 거야, 토사구팽 당할 거라구. ”
인천의 전통적인 폭력조직인 꼴망파에 밀려 부천에서 자리를 튼 조통달은 인천 송도 호텔 사장 살인사건의 배후자 중 한 명으로 강력한 카리스마로 많은 당시 3대 폭력조직인 양은이파, OB파 조직보다 많은 부하들은 거느리고 부천과 경기 일대의 암흑가, 일종의 틈새시장을 평정한 인물이다.
그가 꼴망파의 본거지인 인천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환갑을 넘은 그에게는 양보할 수 없는 인생에서 마지막 남아있는 야망이었다. 그런데 태훈은 조통달의 그러한 야심의 깊이를 알지 못하고, 그의 수족이 되어 자신도 모르게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깨우치지 못하는 듯 싶었다.
태훈은 자신이 조통달의 후계자가 되어 가난하여 멸시받았던 어린시절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그가 현재 할 일은 당장 눈앞에 있는 조통달의 명령을 이행하는 것이었다.
“ 그래서 어떻해 하려구. 옛 친구를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
“ 몰라 나도…아직은 나도 모르겠어…나도 잘 모르겠다구! ”
달수는 태훈이 집까지 바래다주겠다는 것을 뿌리치고 하인천 역 앞에 여기 저기 즐비하게 늘어선 택시 중 한 개에 올랐다. 달수는 자신도 모르게 노란색 택시를 택했다. 희정이 노란색 머플러가 참 잘 어울렸다는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 달수였다.
택시 뒷좌석에 앉자 피로가 엄습해 오면서 정신이 몽롱해진 달수가 시트에 기댄 머리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 달수가 올림푸스 호텔 커피숍으로 가자고 했을 때 기겁을 하던 희정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달수는 생각했다. 분명 희정이 최민규가 그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아니 그곳에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달수가 나지막이 혼자 웅얼거렸다.
“ 그렇다면 희정이 어떻게 그것을…”
도무지 앞 뒤 정리가 되지 않은 달수가 고개를 흔들어댔다. 달수는 또 다시 희정의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힌 것처럼 자기물음의 메아리만이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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