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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섭의종교칼럼] 직장이 없는 시대! 2021.01.05 21:40

최고관리자
2021.03.05 09:36 2,68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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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 없는 시대!

임동섭 에콰도르 선교사


네 식구의 가장인 A씨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직장을 잃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던 그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택배회사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회사 매니저는 그에게 고용되는 게 아니라 ‘합류’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노동자로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사업자가 되는 것이라며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될 거라고 했습니다.


A씨는 사업의 주인이 되기 위해 아내의 출퇴근에 꼭 필요한 차를 팔아 택배용 차량을 구입했습니다. 그러나 업무를 시작한 첫날 A씨는 운명의 노예가 됐습니다. 소변 볼 틈도 없어 페트병을 써야 했습니다. 자비를 들여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하면 하루 휴가를 쓰는 것도 불가능했습니다. 온종일 일에 치이다 보니 가족과의 사이도 점점 멀어졌습니다. 결국 A씨에게 불행이 찾아왔습니다. 강도에게 폭행을 당해 갈비뼈가 부러지고 배송 상품까지 도난당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쉴 수 없었습니다. A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지옥 같은 일터로 나섰습니다.


A씨는 2019년 말 개봉한 영국 영화 ‘미안해요 리키’의 주인공입니다. ‘미안해요 리키’의 원제는 수신자가 부재중이어서 배송을 완료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택배 기사가 문 앞에 남겨 놓는 메시지인 ‘Sorry, We Missed You’입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픽션입니다만 마치 실제 상황을 묘사한 것처럼 보입니다. 요즘 한국의 택배 노동자가 과로로 숨진 비극적 소식을 잇달아 듣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걸 생각하게 합니다.


‘Gig Economy’는 4차 산업시대에 꼭 알아야 할 필수 상식이 되었습니다. ‘임시로 하는 일’이라는 ‘Gig’과 ‘경제’라는 ‘Economy’의 합성어입니다. 이 단어는 1920년대 미국에서 생겼습니다. Gig이란 단기 또는 하룻밤 계약으로 연주한다는 뜻이 있습니다. 주변에서 필요할 때마다 재즈 연주자를 섭외해 단기 공연을 진행하던 Gig에서 유래한 용어입니다. ‘배민(배달의 민족) 라이더스', '부릉(VROONG)', 'Uber', 'airbnb’, ‘플랫폼 노동자’ 등이 이에 속합니다.


‘플랫폼 노동자’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는 노동자로 아르바이트-자영업자 성격을 모두 가지는 서비스 공급자로 일종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로 플랫폼 노동자가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공유’ 경제라면서 불이익만 공유하고 이익 공유에는 인색한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라’며 유혹하는 플랫폼 기업에 노동자는 시간과 노동력을 갖다 바치지만 위험과 책임은 홀로 짊어져야 합니다. 플랫폼 노동자는 자영업의 단점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단점을 결합한 신개념 노동자입니다.


요즘 공유 경제가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여유 있을 때 일하는 사람’도 같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긱 이코노미로 일하는 사람은 자기가 원할 때 일할 수 있어 좋고 소비자는 서비스 공급자가 더 많아지니 질 높은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서로 ‘윈윈’이라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유연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은 고용과 해고도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계적으로 긱 이코노미는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긱 이코노미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고도의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은 긱 이코노미로 인해 더 많은 돈을 벌 기회가 있고,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 노동자라면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기 때문에 긱 이코노미가 공포일 것입니다.


이렇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학습’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장이 없어지는 시대에 20대든 50대든 나이와 경력에 상관없이 새롭게 배워야만 살아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자신만의 일, 자신을 차별화 할 수 있는 일,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긱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임금이 아니라 입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 직종은 생각보다는 바닥이 좁기 때문에 소문이 나쁘게 나면 일감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추천의 말 한 마디가 장기적으로 훨씬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종교개혁자 ‘루터’에게 직업(Beruf)은 ‘소명(Berufung; 부르심)’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부름'이란 뜻의 '소명(Berufung)‘이란 말은 중세 시대엔 영적 직무에 속한 이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루터는 이를 모든 직업으로 확장시켰습니다. 그리고 '직업'(Beruf)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습니다. 즉 모든 직업은 하나님의 소명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독특한 재능을 주셨습니다. 이 독특한 재능을 살려 전문가가 되고, 가족의 생계뿐만 아니라 이웃에게 도움을 준다면 직장이 없는 시대에도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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