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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통합게시판

[동문칼럼] 유비의 현명함

김진수
2005.08.18 20:22 713 0

본문

삼국지의 유비와 방통의 대화를 소개합니다. 유비는 자기를 알고 남을 알았으며, 자기가 무었이 다른가를 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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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는 그간 조조와 앙숙으로 지냈소이다. 나와 조조로 말할 것 같으면 상극(相剋)과도 같은 사이요. 조조가 급하면 나는 천천히 했고, 조조가 힘으로 밀어붙이면 나는 덕으로 상대했소. 조조가 간특한 술수를 쓰면 나는 충직함으로 일관했소이다. 모든 것이 조조가 나보다 한 수 위지만 그래도 이만큼이나마 나 자신을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 그와 내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오. 조조라면 이번 일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결단했을 것이오. 하지만 나는 조조가 아니므로 작은 이익을 얻으려고 큰 의(義)를 저버릴 수가 없구려."

방통의 성긴 눈썹이 부르르 떨렸다. 유비는 좀처럼 본심을 털어놓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지금 한 말은 속내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유비는 답답하기가 이를 데 없는 모습만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그 누구보다도 자신을 잘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방통은 섬뜩한 느낌을 받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주공의 행동은 하나에서 열까지가 다 천도(天道)를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달라야합니다. 권도(權道)를 따를 때가 되었습니다. 유장에 대한 의는 대업을 이룬 후에라도 갚을 수 있습니다. 훗날 그에게 후의를 베푼다면 유장도 기뻐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촉을 취하지 않는다면 촉은 남의 손으로 넘어가게 되니 의도 지키지 못하고 유장 또한 불행해질 것이니 망설일 필요가 무에 있겠습니까? 이것이야말로 진실로 천도를 따르는 길입니다."

지금까지 흐리기만 했던 유비의 안색이 구름 걷히듯이 환해졌다. 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방통이 대신 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유비는 크게 깨달은 듯 정중히 포권했다.

"선생의 말씀이 내 어리석음을 일깨워주셨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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