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칼럼] 시세이도 바른 싱가포르걸을 누가 당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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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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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글로벌 브랜드 | 마틴 롤 지음 | 정인식·구승회 옮김
시그마프레스 | 392쪽 | 1만8000원
일본의 화장품 기업 ‘시세이도’가 세계시장으로 처음 눈을 돌린 것은 1960년대 중반이다. 당시 세계의 패션·뷰티 시장은 유럽 브랜드, 특히 프랑스와 미국 브랜드가 완전히 잡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후발주자 시세이도가 내건 글로벌 브랜드 전략은 ‘동양미’(東洋美)였다. 1964년 글로벌 시장에 내놓은 첫 번째 화장품 ‘젠’(善)은 16세기 교토의 사찰 문양(文樣)을 새겨 넣은 전통 칠기(漆器)로 포장했다. 또 첨단 아로마 공학을 이용해 서양 화장품에선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방향(芳香)을 화장품에 집어넣었다.
시세이도의 글로벌 브랜드 전략의 또 다른 축은 고객맞춤형 제품 개발이었다. 시세이도는 1981년 중국시장에 처음 진출하면서 ‘오프레’(Aupres)라는 서브 브랜드를 만들었다. 중국의 최상층 부자 계층 1%를 겨냥한 ‘엘리트 브랜드’였다. 동시에 대중시장을 겨냥한 ‘자’(Za)라는 화장품 브랜드를 따로 내놓았다.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과 강력한 유통 네트워크를 내세운 시세이도는 중국 진출 5년여 만에 미국과 유럽 브랜드를 제치고 시장을 석권했다.
독특한 색상과 문양의 제복을 입은 여자승무원들이 ‘싱가포르 걸’로 불리는 싱가포르 항공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브랜드로 인정 받는 또 하나의 성공작이다. 싱가포르 항공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합작 벤처기업으로 출발했다. 그 후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하면서 1972년 독자 경영을 하게 된다. 그 때만 해도 싱가포르 항공은 국내 항로도 없는 섬나라 항공사요, 동남아 지역을 오가는 후발항공사의 하나일 뿐이었다. 그런 그들이 세계가 인정하는 글로벌 선진항공사로 도약한 배경에는 ‘최고’(最高)과 ‘최신’(最新)을 고집한 브랜드 철학이 있다. 싱가포르 항공은 세계 항공사 중에서 가장 먼저 따뜻한 기내식과 무료 알코올 음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독특한 향의 뜨거운 물수건과 고객이 요구하는 비디오 영상물도 제공해 차별화를 꾀했다. 싱가포르 항공은 또한 “모든 항공기를 언제나 최신 기종으로 유지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현대는 브랜드가 돈이고 힘이다. 기업과 상품의 경쟁력을 브랜드가 좌우한다. 그러나 아시아 브랜드 가운데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 통용되는 글로벌 브랜드로까지 성장한 경우가 많지 않다. 글로벌 브랜드의 문턱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시세이도’와 ‘싱가포르 항공’의 사례는 아시아 브랜드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비결이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저자는 또 성공 사례로 한국의 ‘삼성’과 스리랑카의 ‘아만리조트’도 꼽았다.
저자는 이들에 대한 사례연구를 통해 ‘성공적인 아시아 브랜드 구축을 위한 10단계’를 제시한다. “CEO가 브랜드 전략을 리드하라” “자신만의 모델을 구축하라” “고객 등 이해관계자 모두를 참여시켜라” “기업 비전을 세워라” “새 기술을 브랜드에 담아라” “브랜드 홍보대사를 뽑아라” “전달 시스템을 구축하라” “대화하라” “성과를 과학적으로 측정하라” “목표를 조정하고 자신을 변화시켜라”.
“기술은 모방할 수 있지만 브랜드는 모방할 수 없다”. 20여 년 간 브랜드 전략 컨설팅을 해온 저자가 아시아 기업들에게 던지는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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