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마크
  • 접속자 104
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통합게시판

[동문칼럼] <추억여행>남성 컴플렉스(3회)

김시우
2007.02.28 16:36 1,406 0

본문

대학에 입학한 나는  음악 동호회에서 이루지 못한 음악인으로서의 아쉬움을 달랬지만 음대를 그만 둔 후로
대학생활이 무료하기만 하였다.  강의실에서 지내는 시간보다 술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고 책보다 기타를
안고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면 과장일까.

우리집은 정석공고 바로 옆에 아버지의 소유로 되어있는 야산 아래에 아버지의 취향대로 설계하여 지은
집보다 정원이 넓은 집이었다. 봄이되면 하얀 벚꽃이 만발하고 봄바람에 떨어지는 벚꽃은 주위에 집들이 없어
멀리서도 잘 보여 마치 눈발이 흩날리는 것 같았다.  

꽃이지고 버찌가 열리면 동네사람들이 몰려와 따가도록 아버지가 대문을 활짝 열어두셨다.  
그 버찌를 소주에 담가 며칠을 두면 포도주 보다 더 고운 달콤한 과실주가 되었다. 1학년 겨울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했지만 학교를 지척에 두고도 결석하는 일이 많았다.  어쩌다가 아버지가 일찍 집에 돌아오시면 나는
뒷 마당 벽을 넘어 야산으로 도주하기도 하였다.

어느날 아버지가  야산에서 밤에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하여 관할 경찰에 신고하여 확인한 결과 야산이 인하대학교
ROTC의 선후배간의 사적 군기장으로 쓰인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학군단에서는 공식적으로 구타나 군기잡는 것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멀리서 그들의 절도있는 상급자에 대한 존경과 하급자에 대한 사랑을 지켜본 나는 그들이
참 남자다와 보였다.

‘휴학을 하고 군대나 갔다올까’ 하는 무기력한 생활에 빠져있던 나는 ROTC 입단을 생각하자 다소 활기를 찾았다.
아버지의 뜻에도 맞는 일이었다.  아버지는 내가 원하면 경위급 경찰로 전직할 수 있도록 해주겠으니 대위 진급하고
중대장 보직마치고  제대하라고 했다. 훗날 이말이 맞아 떨어지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내가 중위 진급을 하였을 때 융통성 없던 아버지는 훗날 복권되기는 하였지만, 정치적 모함을 받아 공직생활의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반 강제로 퇴직하셨다. 집안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았다. 직후에 어머니도 지병에 화병이 겹쳐 56세의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다.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별로 주저함이 없이 직업군인의 길로 들어섰다. 지, 덕, 체를 고루 강조하는 직업군인의 개막,
이때 부터 나는 남성 컴플랙스에 더욱 깊이 빠져들어갔다.  ‘무엇이던지 잘하고 강해야 한다.’ 는 말이 내 귓가에 항상 메아리쳤다.

88년도 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우리 대대에서 대전 스타디움에 대한 경계임무를 맡았다. 북한 테러범이 은둔할 수 있는 
여러 개의 높은 산중  우리 중대는  축구경기장에서 가장 근접한 지역에 있는 야산에 진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사이클 선수들이 자전거를 어깨에 걺어지고  상체를 벋고 구보를 하는 것을 목격했다.  

탄탄한 가슴, 소위 '왕'자가 새겨진 배,  개구리 뒷다리 같이 미끈한 근육이  발달된  허벅지와  구리빛 몸매에
나는 넋을 잃었다.  나는 남자임에도 남자가 좋다. 올림픽이 끝나자 마자 나는 그 당시에는 드문 산악자전거를 샀다.
동료 장교 2 명을 꼬셔 매주 일요일만 되면 전국의 야산을 누볐다.

철악산 산길에서 하루는 동료장교가 계곡에 곤두박질을 하여 어깨 쇄골이 부러지고, 다른 날은 또 다른 동료가
넘어져 짚던 손목이 뿌러지고,  나는  잘라진 날카로운 고목이 허벅지에 박히는 사고가 잇달았다.
결국 나는 부대 전투력 약화의 주범으로 찍혀 대대장의 지시로 중대장으로 부터 자전거를 압수당했다.

그러나 나의 남성 콤플랙스는 끝나지 않았다.  자건거를 빼앗기자  남들이 다하는 등산보다는 암벽등반에 도전하였다.
약하게 태어난 몸은 나날히 강해지고 제법 몸매도 균형있게 발달했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한 후 부대 근처 바에서
팔을 움직일 때마다 실룩거리는 내 가슴 근육을 쓰다듬으며 팁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아양을 떠는 아가씨옆에서
시원한 생맥주 한 잔에 통닭 다리를 잡고 있을 때가 제일 행복했다. 

 이렇게 나의 철없던 20대는 저물고 있었다. (4회으로 이어집니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