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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통합게시판

[동문칼럼] <감동실화>다시보는 유언장 (3회)

김시우
2007.03.17 13:18 2,298 5

본문

간호사들이 수시로 병실에 들어와 체온과 혈압을 체크했다. 진통제에 취해 잠들었다 깨기를 10여차례 하면서 아침을 맞았다.
간호사가 아침식사를 가져왔으나 물조차 식도에 턱턱 걸리는데, 고형물은 아예 먹을 생각을 못하게 했다. 목에 물이 걸릴 때는
마치 물고문을 당할 때처럼,  머리가 물속에 잠겼다가  밖으로 나올 때 같이,  본능적으로  쉬어지는 고통스런 큰 호흡을 해야만 했다.  
숨쉬는 것이 힘들어 본 것은 처음이다. 두려웠다.

무엇이든 먹어야 기운을 차리는데 그것이 안되니 정말 답답하고 미칠 지경이었다. 보다 못한 간호사가 차가운 Milk shake를 가져왔다.
이상하게 그것은 목에 걸리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까 물은 거침없이 내려가지만, 점도가 높은 그것은 천천히 목을 타고 넘어가 부어서
좁아진 식도를 통과할 수 있고 부은 기관지도 가라앉혀 주는 역할을 했다.

지금도 고맙고 놀란 것은 한 숟갈을 삼키는데 수십 초가 걸리는 데, 허리를 숙여 한 숟갈 한 숟갈 인내를 가지고 떠먹여주는,
한국의 간호사와 사뭇 다른 거구의 미국 간호사의 모습이었다. 비만한 자신 몸도 가누기 힘들 것 같은데…

아내가 퇴원절차를 밟은 후 휠체어에 앉아 병원 현관문을 나서는데, 하루전에 보고 느낀 것인데도, 차가운 겨울공기와 거리에 녹지않고
아직도 남아있는 눈이 새삼 새로와 보였다. 두려움에 떨었던 병원에서 살아나온 환희같은 것이 느껴졌다. 심호흡을 크게 하여보았다.

그렇게 집에서의 두문불출 요양은 시작되었다. 배는 고픈데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으니 미칠 지경이었다.
물 한 컵이나 벌컥 벌컥 시원스레 마셨으면 여한이 없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아내가 직장을 가고 혼자 있는 사이,
인터넷에서 다운 받은 영화를 하루에도  5-6편씩 보고 책도 쌓아놓고 읽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기 싫어 수술한 사실을 쉬쉬하고 알리지 않고 있었다. 수술후 약 2주가 지나 간신히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을 때, 마침 대학후배가 인터넷 사업을 상의코져 전화를 걸어와, 그가  나의 수술사실을 알게되어 동문회 홈페이지에 올렸다.
후배의 마음을 알겠지만 그것을 보고 ‘괜한 짓을 했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거기다 목사님에게만 '교회에 당분간 나갈 수 없다'고 했는데 그것이 또 소문이 나서 교우들이 찾아왔다.
나는 “ 이젠 목사님도 못 믿겠네, 어지러운 세상이야 ^^! ” 하고 농을 던졌다. 그 교우 중 한 명이 같은 오디오 동호회의 멤버인데
그 연줄이 문학동호회, 테니스 동호회에 이어졌다. 회원들이 줄을 이어 집을 방문했다. 하루는 우연히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방문하여
좁은 집에 다 들어서지 못하여 밖에서 기다리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예배를 다녀온 후 오후에 한꺼번에 몰린 것이었다.

나는 건강하지 못해 심려를 끼친 것도 미안한데 시간을 뺏은 것 같아 몸둘 바를 몰랐다.
이 감당할 수 없는 관심과 사랑을 어떻게 내 작은 가슴에 담아야 할지 버거운 것도 잠시, 그들이 떠난 허전한 거실에서
다시 통증과 고독과의 싸움에 들어갔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텅 빈 객석을 바라보는 배우가 이러했을까.

댓글목록 5

김성일님의 댓글

김성일 2007.03.23 20:39
  이곳에 선배님 글이 많이 있군요. 몰랐어요...

김시우님의 댓글

김시우 2007.03.20 02:01
  하하하... 쉐이가 그런 뜻으로 쓰인단 말입니까?<br />
언어파괴의 한 단면이군요. <br />
조치해 주셔 감사합니다. <br />
<br />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2007.03.19 19:11
  그렇습니다. 쉐이는 등록이 안되는 말입니다.<br />
다름이 아니고 xx새ㄲ ㅣ 라는 말을 한국에서 인터넷에 쉐이라는 말로 변경해서 쓰곤 해서<br />
불량단어에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수정해 놓았으니 등록이 될 것입니다.

김시우님의 댓글

김시우 2007.03.18 13:36
  관리자님! 쉐-이 (milk shake)가 등록이 안됩니다. <br />
또 일거리 안겨드렸네요. 죄송합니다.

김시우님의 댓글

김시우 2007.03.19 12:45
  4회부터 자유 게시판으로 옮겨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