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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통합게시판

[동문칼럼] 아들아 미안하다

김진수
2007.04.24 09:34 1,509 1

본문

나의 사랑하는 아들아, 이 아버지는 이번 버지니아택 사건을 보면서 나를 거울에 비처보게 되었다. 그리고 너를 생각하였단다.

얼마 전 나는 나의 아버지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을 회상하려고 노력하였단다.
나의 아버지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나를 고등학교 까지 교육시켜 주신 훌륭한 아버님이 셨다. 그 심심산골에서 대부분의 초등학교 졸업생이 중학교도 진학하지 못했던 시절, 나의 아버지는 나를 중학교에 보내주셨단다. 그리고 많은 고기는 주시지 않았지만 고기를 낚을 수 있는 낚싯대와 낚시를 주셨단다.

그러나 생각은 그기에 머무르고 말았다. 정말 다정한 대화를 한 기억이나 나의 고민을 나눈 기억이 별로 나지 않더구나.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자립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였기에 부모님으로부터 일찍이 자립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단다. 내가 결정하고, 내가 책임지고, 내가 대학편입 결정하고, 내가 이민 오고…

부모로부터 스스로 독립하는 것은 이루었을지 몰라도, 나는 나의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느끼지 못하였단다. 나의 어머니에게 느끼는 그 애틋한 마음을 나는 나의 아버지에게서 느끼지 못하였단다. 너는 나의 글 “어머니, 어머니, 나의 어머니” 라는 글을 보았니? 그 글에는 어머니에 대한 나의 애틋한 마음이 있단다. 나중에 한번 보려무나. 그러면서 나는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단다. 네가 이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을 때, 아니 이 아버지가 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나의 아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 너에게 필요한 그 무었을 제공한 아버지로만 남게 되지나 않을는지…

너는 기억하니, 내가 얼마 전 너에게 전화한 것을…   나는 항상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너에게 전화를 하였지. 그런데 그날은 웬 일이지 그냥 전화하고 싶었단다.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냥 전화하고 싶었단다. 다행히 너는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전화를 받지 않았었지. 만일 네가 전화를 받았으면 참으로 싱거울 뻔했지. 너는 내가 남긴 메시지를 기억하니? “아들아, 그냥 잘 있는지 알고 싶어서 전화했다. 나는 아무 일이 없으니 응답 전화 할 필요가 없다. 여자 친구랑은 잘 지내니? 잘 있어라.” 나는 그 전화를 하고서 비로소 내가 아버지의 일을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단다. 아무런 목적도 없이 한 전화에서 그 어떤 것보다도 큰 사랑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란다.

나의 사랑하는 아들아, 가족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처음에는 의존하다가, 첨차 스스로 독립하여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러나 스스로 독립한 후에는 다시 서로를 의지하는 관계가 아니겠니?
네가 나에게 소중한 존재이듯 나도 너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 서로 상호 의존하는 관계가 가족관계가 아니겠나?

너는 다섯 살에 미국으로 이민 왔었지.
그리고 나는 학교에서 죽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빨리 성공하고 싶어서 매일 15 시간씩 일할 때, 너는 외롭지 않았니?
너와 같이 공도 제대로 차면서 놀아 주지 않았을 때, 이 아빠를 원망하지는 않았니?
네가 스스로 독립해야 된다며 네가 원하는 것을 거절했을 때 나를 원망하지는 않았니?

고맙구나, 나의 아들아. 네가 대학을 졸업하면서 나에게 몇 개의 회사 중 어떤 회사를 선택해애 하는지 물었었지.
얼마 전에도 너의 회사에 문제가 있을 때 나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을는지를 물은 적이 있었지. 기억하니?
그 순간 나는 나의 존재의 필요를 알게 되었단다.
내가 나의 아들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고맙다. 나의 아들아…

이제 너도 멀지 않아 결혼도 하고 너 자신의 삶을 살아가겠지.
그러나 나의 아들아, 이제 우리의 삶이 같이 울고 같이 웃는 삶을 누려 보자구나.
그리하여 이 이민의 땅에서 우리의 꽃을 피워 보자구나.

나의 아들아 사랑한다.

댓글목록 1

채승묵님의 댓글

채승묵 2007.04.24 10:3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두 아버지에 대해서 느끼는게 비슷합니다. 우리 시대 아버지상들이 요즘 젊은 아빠들의 그것과는 많이 다른것도 사실이지만 유난히 저희 아버지는 무뚝뚝한 편이서 십대에 마음이 편치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신 저두 상당히 자립적인 인간형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애 아빠가 되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아이가 아빠라는 존재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사랑하고 이해할 지 두려우면서, 아빠라는 존재도 자식과의 관계를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해보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