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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인재경영]현대자동차 신입사원 류민경씨의 포부

admin
2007.02.04 11:56 1,03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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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상용디젤엔진설계팀 연구원 류민경 씨가 현대차 사옥 로비에 설치된 대형 트럭 엔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의 패기가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기술을 넘어설 수 있을지 기대된다. 홍진환 기자  


《2005년 8월. 당시 대학생이었던 류민경(24) 씨는 친구들과 함께 일본 도쿄(東京)의 해변 관광지 오다이바(お台場)로 배낭여행을 나섰다. 대학 4학년 마지막 여름방학이었다.

무더운 날씨 속에 정처 없이 돌아다니던 류 씨 일행은 우연히 도요타자동차의 상설 전시장을 발견했다.


류 씨는 자동차에 큰 관심은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발걸음이 그쪽으로 향했다. 물론 일정에는 없는 코스였다.


세계 정상의 자동차업체답게 전시장에는 하이브리드, 연료전지 등 첨단기술의 자동차 100여 종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돼 있었다.


“친구들에게 ‘선언’했죠. 여기 있는 자동차는 다 보고 나가야겠다고요.”


친구들은 “관광 일정이 엉망이 된다”며 말렸지만 류 씨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전시장은 그만큼 류 씨에게 별천지였다. 4시간쯤 지난 뒤 그는 전시장 문을 나섰다. 더 보고 싶은 게 많았지만 숙소행 교통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와야 했다.》




‘가슴 벅차다’는 감정은 이런 것일까. 전시장을 나온 류 씨는 들어갈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그의 꿈이 ‘자동차 엔진 기술자’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 “죄송합니다, 교수님”


당시 류 씨는 항공대 항공우주공학과에 재학 중이었다. 처음부터 남들과 다른 공부를 하고 싶어 항공대를 택했다. 이곳에서 비전 있는 분야는 인공위성 기술. 류 씨도 3학년이 되면서 관련 공부를 시작했다.


주위에서는 그가 인공위성 분야의 ‘인재’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조금만 더 공부하면 정부 프로젝트에도 참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도요타 전시장에서 생각을 바꿨다.


“한마디로 차에 반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돌아와서 국산 자동차를 보니까 아쉬운 부분이 많더라고요.”


류 씨는 도요타자동차의 앞선 기술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한국의 자동차 제조기술 발전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곧장 지도교수를 찾아갔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류 씨를 1년 넘게 가르쳤던 교수는 “웬만하면 석사 과정은 밟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제자는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 뒤였다.


○ “정말 죽을 힘을 다했어요”


그때부터 류 씨는 취업 목표를 현대자동차로 정했다. 하지만 자동차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한참 모자란다는 것을 절감했다.


우선 회사에 대해, 그리고 자동차에 대해 알아야 했다. 영어 실력은 뉴질랜드와 캐나다에 어학연수를 다녀온 터라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는 내연기관에 대해 공부하면서 최근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에 맞춰 기계와 전자공학 과목도 수강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입사 전형. 자기소개서를 공들여 썼다.


“‘어떻게 쓰면 나를 더 잘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죠.”


원서 마감일까지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채용사이트에 들어가 글을 고치고, 또 고쳤다.


면접시험은 다른 서류전형 합격자 3, 4명과 조를 이뤄 ‘자동차 스터디’를 하면서 준비했다. 면접일 단 하루를 위해 그는 말 그대로 ‘죽을 힘을 다해’ 준비했다.


○ “축하해, 민경아”


“열 번의 실패는 열 번 도전했다는 것과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류민경입니다.”


첫인사부터 독특했다.


같이 들어간 6명 중 여자는 혼자였던 데다 자기소개마저 튄 덕택에 면접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질문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회사에는 남자가 대부분인데 잘 적응할 수 있겠습니까?” “2지망으로 디자인을 선택했는데, 류민경 씨는 디자인 경력이 전혀 없지 않나요?”


그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고 당당하게 답했다.


드디어 발표일.


류 씨는 친구와 함께 시내 PC방의 컴퓨터 앞에 앉았다. 수험번호를 치고 엔터를 누른 순간, 그는 떨리는 마음에 손으로 두 눈을 가렸다. 이어 친구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한마디. “축하해, 민경아.”


꿈은 이루어졌다.


○ “도전 정신을 기르세요”


“처음인 제가 잘해야 앞으로도 여성이 계속 들어오겠죠.”


류 씨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상용엔진 분야에서는 첫 여성 연구원이다. 지금은 경기 화성시에 있는 남양종합연구소에서 일한다.


입사한 지는 1년이 채 안 됐지만 나름대로 회사에서 살아남는 법도 익혔다.


우선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인정받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하는 과정도 성과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 또 문제가 생겼을 때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사람이 회사에서 인정을 받는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사람의 실수나 기계의 오류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으니까….


그의 입사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많은 구직자들이 지레 겁을 먹지만 자기 확신과 믿음이 있으면 문제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합격한 것도 도전 정신을 회사가 높이 샀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류 씨의 취미는 힙합댄스다. 춤을 출 때면 일하면서 쌓였던 모든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 버린단다. 역시 젊고 패기가 있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현대자동차가 원하는 인재


뭘 두려워하는가… 끝없는 도전정신


현대자동차의 인재상은 여느 대기업과 다르지 않지만 직무 자세나 태도 등 내적 요소를 중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신념과 의지를 갖고 업무를 추진하는 ‘도전 정신’ △항상 새로운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창의력’ △회사나 고객을 위해 업무를 주도적으로 수행하며 끝까지 책임지는 ‘열정’을 인재 선발의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이와 함께 다른 조직을 존중하며 적극적으로 협동하는 ‘협력의 자세’와 글로벌 상황에 대한 통찰력과 전문성을 뜻하는 ‘글로벌 마인드’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대차는 이렇게 뽑힌 인재들을 위해 다양한 인재육성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정상적인 신입사원 교육을 마친 입사 3년차의 직원들에게는 ‘사이버 어학 과정’과 ‘주재원 교육’, ‘미국 경영학석사(MBA) 과정’ 등의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또 부장이나 차장 등 중간 관리자들은 글로벌 경영자 과정, 신임 부·차장 과정 등 맞춤 교육도 받을 수 있다.


현대차는 1년에 두 차례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한다. 모집 분야는 일반 사무직과 영업, 생산부문, 연구직 등으로 나뉜다.


연구개발과 제조를 주로 하는 제조업체인 만큼 통상 선발되는 신입사원들의 전공은 이공계가 인문계의 4배가량에 이른다.


하지만 출신 전공보다는 ‘열심히 하려는 자세’를 더 높이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 기계공학이나 경영학이 아닌 다른 전공자들도 원칙적으로 입사 지원이 가능하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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