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의 의사결정...

(예병일의 경제노트, 2007.3.19)

그는 1970년대 초 전화교환대 사업에 진출하고 싶어 했으나, 전문가인 직원들이 반대하자 깨끗하게 포기했다. 그는 또한 평생 동안 음반감상과 수집에 상당한 취미가 있어 1965년과 1970년 두 차례에 걸쳐 음반회사를 설립하고자 했다. 그러나 시장조사를 맡았던 담당부서가 수익성이 별로 없다는 보고서를 올리자, 그는 매우 아쉬워하면서도 부하직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반면에 반도체 사업을 경험한 사업가들이 호암을 만날 때마다 반도체 사업에서 손을 뗄 것을 권장했지만, 그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불교의 '아함경'에는 "홀로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생각하라"라는 말이 수없이 되풀이되는데, 호암은 바로 이러한 사유의 과정을 꼭 거친 후에 결정을 내렸다.


유필화의 'CEO, 고전에서 답을 찾다' 중에서 (흐름출판, 267p)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의사결정입니다. 우리는 너무 늦은 결정, 올바르지 않은 결정 때문에 곤경에 빠지는 조직을 수 없이 목격하곤 합니다.

삼성그룹의 창업자 호암 이병철 전 회장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우선 다양한 곳으로부터 최고수준의 정보를 모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의견을 들은 뒤, 홀로 깊이 생각해보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저자는 이를 불교 '아함경'에 나오는 "홀로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생각하라"라는 표현에 비유했습니다.

저자는 호암이 이런 사유의 과정을 거쳐 결정을 내렸고, 그래서 때로는 그가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호암이 내린 결정은 그가 선입견 없이 많은 정보를 수집한 뒤 홀로 골똘히 생각해 내린 결정이라는 점에서 똑같다고 평가합니다.

개인적으로 큰 관심을 쏟았지만 실무자의 반대로 손을 대지 않은 음반사업은 주변 사람의 말을 잘 들은 경우로, 많은 전문가들이 반대했지만 밀고 나갔던 반도체 사업은 주변 사람의 말을 듣지 않은 경우로 보이기 쉽지만, 그 의사결정의 과정은 같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반도체 사업의 경우 확신을 갖고 계속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최고 수준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 뒤, 홀로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생각하기'. 우리가 참고할만한 리더의 의사결정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