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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통합게시판

[김시우의여정] <연재소설>여정(6)

김시우
2007.02.07 22:02 1,658 5

본문

“김중위님은 매사에 이런 식인가요?

“예???”

"상대방의 기분은 아랑곳 하지 않고  이렇게  밀어 붙이는 것이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하시나 보죠?...
그렇지 않아요.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경우가 있는 법이예요."

("순서?… 경우?...") "그, 그럼 아가씨 선처만 바라.... 저 ....그럼 그냥 이렇게 헤...헤어지는건가요?
달수는 이제 할만큼  다 했는데  희정이 마음을 열지  않으면 이제는 포기할 생각으로  한 번  제동을 걸어본다.  

“.............., 자,  가요.  1시간 반정도 시간을 낼 수 있겠네요, 그리고 제가 말했죠? 저 아가씨 아녜요”
희정이 손목시계를 한 번 쳐다보고  잠시  머뭇거리다  택시 승강장으로 앞장선다.

“ 뭐해요?”
예측못한 희정의 태도에 어안이 벙벙해서  서있는 달수를 희정이 재촉한다.  

("그렇지, 지도 존심이 있다 이거지, 나도 존심이 있어 한 번 튕겼다 이것아")
달수는 입이 귀에 걸려 희정을 앞서 뛰어가 승강장에 대기 하고 있는 택시의 문을 열었다.

월미도 바닷가에 도착한 달수는 다소  북적거리는 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가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창 밖을 바라보는 희정에게 말을 건넨다.

“ 저 희정씨… 희정씨라고 불러도 되죠? ”

“…………”

“그럼 저… 희정씨 뭐 드실래요?”

“ 달수씨 좋아하는 것 시키세요? 멀미를 한데다 터미널에서 간단히 요기해서 그런지 저는  별로 생각이 없네요.
달수씨 배고프겠다. 하루종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
희정은 메뉴판을 이리 저리 넘기는 달수를 보다가 허탈 웃음을 지며 별 희안한 사람 다 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달수는 에피타이져로 나온 전복죽  사발을 왼손에 들고  수저에  떠서 숙여 호호 불면서 식혀 먹다가
고개를 숙인 채  눈을 들어 희정을 바라보았다. 희정이 달수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눈을 피해 창 밖을 바라본다.

“ 희정씨 참 이뻐요, 그런 말 많이 듣죠? 글쎄 뭐랄까... 로미오와  줄리엣의 올리비아 하세보다 더  지순한 이미지를 가졌어요"
어색해 하는 그녀에게 달수가 말을 건넨다.

"..............."

" 좀 드세요 희정씨,  집에 가서 후회하지 말고…이 비싼 우럭회 아무때나 먹는 거 아니잖아요. 혼자 먹으니까  기분도 안나고요.”

“ 조금 있다가 매운탕 나오면 좀 먹을께요. 아직까지도 속이 좀…”


" 혹시  저…이 희정씨 아니세요?"
달수의 등을 마주하고 있는 테이블에  두 젊은 여자와 함께 있던 남자가  걸어와 희정에게 묻는다.
달수 역시 그 남자가 처음 식당에 들어올 때   희정을 힐끔거리며 바라보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지만
달수는 그가 희정의 미모에 반한 청년정도로 생각했었다.

“ ……….”
희정은 그 남자의 접근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고개만 아니라 엉덩이를 들어 아예 창문쪽으로 몸을 틀었다.

("이건 또 뭐야")
달수는 신경이 곤두섰으나  그를 똑바로 올려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접시에 쌓인 회를 뒤적였다.
희정을 오늘 처음 만난 달수는 희정에 대해 당당하지 못했다.  그가 희정의 오빠인지, 옛날 애인인지, 전 남편인지,
또는 희정이 그에게 뭘 잘못해서 저리 당황을 하는지 알수 없어  괜히 나섰다가 망신을 당하지는 않을지도 두려웠다.

“ 맞구나!  이 희정. 너 참 오래간만이다. 내가 너 시집 갔다는 얘기는 들었다. 그런데 남편이 많이 아프다며?
이제  괜찮은 거야 ?  이 분이 그 분… 어? 군인 아저씨네, 내가 듣기에는  대학 교수라고 들었는데…설마 너 바람피는거 아니겠지 “

희정의 무시에도 불구하고 그는 고개를 숙여 희정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 보고, 달수의 군복을 힐끔 돌아보고  비아냥거린다.

“ 이것 보세요,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희정씨가 지금은 말씀나누고 싶지 않은 것 같은데 나중에  만나서 하시고 지금은 그냥 가시죠.”

달수는 그 남자를 애써 무시하는 희정을 보다 못해 고개들어 그 남자의 뒤통수를  올려다 보며 자리를 비켜달라고 했다.
그러자 그 남자는 고개를 돌려 달수의 얼굴을  내려다 보며 말을 건넨다.

“  이건 형씨하고 관련이 없는 얘기니 잠시...  어?  가만있자... 너!...  김  달수….”

“  최... 민규…"

이  달갑지 않은 만남에 희정은 애써 창밖만 바라보던  고개를 돌려 두 남자의 얼굴 표정을 번갈아 살핀다.

“ 아니 이게 누구신가. 천하의  김달수 아닌가?  그 날랜 몸을 날려 여러 놈 때려잡던… 그래, 지금도 그 정의의 이름으로
주먹을 함부로 날리나? 이 이빨 기억나? 글코  항상 끼고 있던 트럼펫은 어디로 갔나?  아하! 고물이 되어 엿장수에게 갔겠군,
그 바이올린 켜던 고운 여학생은 어쩌고 공부 밖에 모르는 재미없는 희정에게 붙었나, 이거야 세상 요지경이군.
건달 아님 딴따라 정도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장교님이  되다니  개천에 용났네 그려."

"........................."

" 제대하고  별 볼일 없으면 연락해, 내가 뒤 봐주는 애들이 있거든, 꼴망파라고  들어봤지? 
인천에선 걔들없이 장사못해. 네 실력이면 중간보스는 할 수 있을 거야.”

“ 너 많이 취한 것 같은데 나중에 우리 만나 얘기하자.”
달수는 히죽거리는 민규의 얼굴에 침이라도 뱉고 싶었지만 심호흡으로 분을 다스린다.

“ 오빠  뭐해요?  회 나왔어요, 빨리오세요.”

“ 그 .. 그래  요년들, 아이구~  깜찍한 것들… 내 금~방 간다이.”

한눈에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옷차림을 한  여자 둘 중 하나가  민규를 부르자
민규는 어디서 전주가 있었는지 술에 취해 휘청거리며 제자리로 돌아 가다  잠시 서서  뒤 돌아 희정과 달수를  본다.
          
“ 희정아,  후회되지? 그래서 시집을 잘 가야하는거야 ! 그래 잘하는 짓이다.  빌빌거리는 교수보다 대한민국 육군장교가 낫지.  
달수야  연락 한 번 해라. 내가 쭉쭉빵빵들 있는데서 한 방 찐하게 쏠께. 갸들이  희정이 보다  나을걸, 하하하.”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희정을 보다 못한 달수는 희정을 일으켜 세워 밖으로 나가면서 카운터에 외친다.

“ 아줌마! 우리 먹은 거, 저기  저 친구가 낼겁니다..  고맙다 최민규”

“ 야, 야, 야,  김  달수!  내…내가 언제….이런 시~발”

식당을 빠져나온 달수는  하인천역 반대방향으로 말없이 걷는 희정을 따라잡는다.

“  희정씨, 그 쪽은 해안으로 가는 길이예요, 집에 들어가셔야죠. 안색이 창백해요,
    저 땜에 괜히… 이거 미안해서 어떻하죠? 괜히 회 먹자고 해서…”

“ 아니예요 달수씨,  달수씨가 무슨 잘못이 있어요.  저기 포장마치 있죠?  우리 거기서 한 잔 해요.”

“ 예?  아니 몸이 안좋아 보이는데 괞찮겠어요?  저야  좋지만…”
민규의 꼬장에 판이 깨져 이제 집으로 가야되나보다 했던 달수는 속으로 신이 났다.

“ 그럼 간단하게  한잔씩만…아 아니  한 잔은 아쉬우니까  두 잔씩만…”
희정이 환하게 웃으면서 기뻐하는 달수를 보고 피식 웃는다.

“달수씨 보니까 생각나는게  있어요, 눈 오는날  이리 저리  눈밭을 뛰어다니는 강아지,  호호호”

“ 네?  강아지?  허~참 이 거 대한민국 육군 장교 체면이  말이 아니네… 하하하 희정씨가 좋다면 내 기꺼히
개가 되리라 월~ 월~ 월~ ,  하하하.”

희정이 개짖는 소리를 흉내내는 달수를 보고 하얀 이를 드러내고 함박 웃음을 짓는다.  달수도 희정이 웃음을 되찾자
이제 안도의 한숨을 쉰다. 달수에게 어쩌면 이렇게 흥분되고 하루에도  이처럼 위험한 고비(?)를  여러 번 넘긴 날도
많지 않을 듯 싶다.

“ 국물이 시원해요,  달수씨도 좀 드세요”
소주 한 잔을 가루약 털 듯  삼키고 오뎅국물 사발을 두손으로 들어 국물을 삼키는 희정을 달수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본다.

“ 저 술 잘해요,  아까는 멀미기운이 있어 그랬는데 지금은 술이 당기네요.”

“ 그래도 천천히 하세요. 우리 벌써 이게 3병째 예요.  희정씨가 2병은 마신 거 같은데… 괞찮겠어요?”

달수의  걱정어린  말에 희정은 달수의 눈을 바라보며 아직 끄덕없다는 눈빛을 보낸다.
그러나 달수는 희정이 민규를 만난 이후로 심기가 불편하여  스스로 감정을 달래려고 하는 것임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굳이 내색을 할 필요가 없었다.

바닷바람이 포장마차의 비닐을 벗길들이 불어오자, 포장마차 주인 아주머니가 오늘을 이만 파장해야 겠다면 짐을 꾸린다.
달수도  이젠 취기가 돌고 포장마차 비닐커버를 열어 거리가 한산해진 것을 확인한 달수가 희정의 얼굴을 한 번 본다.

“ 희정씨 많이 취한 것 같네요. 우리도 이제 가야 겠어요, 저….  술값….”

“ 자~아,  여기있어요 아줌마”

희정이 지갑을 열어 아주머니에게 신용카드를  건냈다.
“ 아니!  이건 카드 아녜요. 우리 카드 못 받아요, 아가씨 취했구먼... ”

희정의 눈은 반쯤 감겨있었고 자신이 지금 누구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달수는 주안역에서 희정에게서 받은 만원을 아주머니에게 주면서 모자라는 것은 부대 복귀 전에 갚겠다고 한다.

“ 아유~ 이거 팔아 얼마 남는다고 외상이유?”

(“젠장 이거  쪽팔려서...반지는 벌써 잡혔고...여기 저기 온통 외상이군') “자, 가시죠 희정씨”

달수가 일어서자 희정이 따라 일어서다가  그대로 주저앉는다.

댓글목록 5

박명근님의 댓글

박명근 2007.02.08 07:32
  연재소설이 오랫동안 안올라와서 궁금했더랫는데?<br />
<br />
스토리가 점점 복잡하게 돌아가는 군요<br />
이제 추측이 좀 쉽지않을듯...<br />
다음편이 기대됩니다<br />

길돼랑님의 댓글

길돼랑 2007.02.08 07:58
  예고편과 본편을 오가며, 잘 읽고 있읍니다.

김시우님의 댓글

김시우 2007.02.08 22:33
  이미 영화 시나리오로 집필한 글이라 소설체로 바꾸어 올리기만 하면 되는데 <br />
내 이름만 다닥 다닥 붙어있으니 보기가 안좋아 기다렸습니다. <br />
<br />
새로운 동문의 이름과 글들이  많이 올라와서 새로운 관리자와 함께 <br />
참신하고 다양성을 가진 우리 인하옥으로 거듭 성장하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정창주님의 댓글

정창주 2007.02.08 23:39
  영화시나리오를 위하여 집필하신 글이라니 놀라울 따름입니다.<br />
보다 나은 모습을 위해서 새로운 인하옥을 준비 중이오니<br />
조금만 기다리시면 됩니다. ^^;;

김시우님의 댓글

김시우 2007.02.15 05:09
  정후배 고맙소 <br />
이렇게 쉽지 않은 자기를 맡아 힘을 써주시니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오.<br />
관리자로 내 이름이 거론되고, 박 명근 선배님으로 부터 관리자 요청을 이런 저런 이유로 고사한 <br />
나로서는 더욱  부끄럽네.내 힘닿은데 까지 돕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