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 오마하의 현자, 워런 버핏을 다시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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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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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병일의 경제노트, 2007.9.10)
지난 (2006년) 7월 중순의 어느 날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올해 75세인 워런 버핏은 직접 차를 몰고 US뱅크 오마하 지점을 찾았다. 귀중품 보관함을 연 그는 1979년 날짜의 버크셔 A주식 12만여주에 대한 인증서를 꺼냈다. 현재 가치 110억 달러. 버핏의 전재산 440억 달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인증서다. 보관함에서 이 증서를 꺼냄으로써 그는 자신이 얼마전 발표했던 ‘기부’를 실천하는 첫 걸음을 내디뎠다.
"70년 전 내가 6살 때 아버지가 20달러로 처음 통장 계좌를 개설해 줬던 때가 생각났다. 그 20달러가 120달러가 되는데 5년이 걸렸다." 그날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11살 때 114달러를 주고 씨티스 서비스 주식 3주를 사면서 처음 주식투자의 길에 들어섰던 한 소년이 60여년이 흐른 지금 37조원에 달하는 거액을 기부하는 칠순의 노신사가 되어 있었다.
지난 6월. 정치, 경제, 외교… 무엇 하나 시원스레 풀리는 것이 없어 답답해 하기만 하던 우리들에게 ‘상큼한’ 소식이 하나 날아왔다. 바쁜 일상을 멈추고, 일, 성취, 인생,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준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따뜻한 이야기. 바로 워런 버핏 스토리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그는 그 6월의 어느날 자기 재산의 85%인 370억 달러(약 37조원)를 자선기금으로 내놓겠다고 말했다. 놀라운 금액이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가 내놓은 자선기금의 규모만은 아니었다. 그는 그 돈의 대부분을 자신의 재단이 아닌 남의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기부라는 ‘선행’을 하면서도 최소한의 ‘명예욕’까지 버린 셈이다.
워런 버핏은 기부금 370억 달러 중 310억 달러를 MS의 빌 게이츠 회장(51)이 운영하는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한다. 버핏에겐 이미 자신이 만든 가족 명의의 4개 자선재단이 있다. 자신의 이름을 따 새로운 재단을 만들 수도 있었을 게다. 그런데도 자신의 '명예'를 높여줄 수도 있는 자신의 재단에는 '적은 규모'인 60억 달러만 내고, 나머지 310억 달러를 게이츠 재단에 기부키로 한 것이다. 스스로를 낮추는, 정말로 쉽지 않았을 결정이다.
왜 그랬을까? 왜 그런 거금을 기부했을까? 아니 기부를 하더라도 자신의 재단에 기부하지, 다른 이의 재단에 기부했을까? 워런 버핏은 이렇게 설명했다.
"오랜 친구로서 그들의 자선활동을 지켜보다 열정과 에너지에 탄복했다. 내 가족이 운영하는 자선재단을 확대하기보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큰 돈이 걸린 내기 골프에서 누가 타이거 우즈에게 돈을 걸지 않겠는가."
한마디로 오랜 ‘친구’인 자선사업가로서의 게이츠에 대한 버핏의 믿음이 이런 결정을 가능하게 한 것이었다. 게이츠야말로 자신의 돈을 맡아 가장 잘 운영할 최적임자라고 생각했다는 얘기다.
세계 두 번째 부자 버핏과 세계 최고의 부자 게이츠.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 그들은 스무 살이 넘는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오랜 친구’이다. 그들은 1991년 처음 만나 계속 친구로 지냈다.
게이츠를 자선사업의 길로 인도한 이가 바로 버핏이다. 그는 게이츠에게 세계의 빈곤 문제를 분석한 세계은행 보고서를 읽어 보라고 권했다. 이 보고서를 읽고 게이츠는 후진국에 대한 자선에 눈을 떴다.
버핏은 게이츠에게 많은 경영상의 조언도 해주었다. 게이츠가 2003년에 버핏의 고향인 네브래스카주 오마하를 방문, 버핏의 단골 스테이크하우스에서 10달러대의 식사를 하면서 스톡옵션에 대한 충고를 들은 것은 유명하다. 이런 영향이었나. 게이츠는 버핏의 발표 며칠 전, 2년 뒤인 2008년 7월에 MS에서 은퇴하고 게이츠 재단에서 자선사업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했다.
빌 게이츠가 만든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자산은 291억 달러(29조원). 여기에 버핏이 기부할 310억 달러(37조원)를 합하면 60조원이 훨씬 넘는 기금이 된다. 외신들은 앞으로 게이츠 재단의 규모가 1000억 달러(100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 명의 친구, 세계 부자 순위 1위와 2위가 힘을 합해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선사업이라니… 멋진 일이다.
워런 버핏, 그는 누구인가. 그는 '고수들'이 즐비한 미국 월가에서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자’로 불리는 사람이다. 미국 네브래스카주의 오마하에 있는 지주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회장인 버핏은 여러 해 '세계의 부호' 순위에서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부자다.
‘버핏톨로지(Buffetology)’로 유명한 버핏의 투자전략은 수익성 높은 기업의 주식을 저가일 때 매입해 주가가 내재가치에 근접할 때까지 장기보유하는 것이다. 버핏은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나서고 수명이 긴 제품을 생산하거나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는 ‘주식’이 아닌 ‘기업’에 투자한다. 다시 말해 재무제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최고경영자(CEO)의 됨됨이와 기업의 무형자산 가치를 꼼꼼히 따진다는 얘기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중시하는 '가치투자'를 강조하는 그는 지난 2000년 '기술주' 열풍이 불었을 때도 이에 흔들리지 않고 '전통주'에만 투자하는 뚝심을 보이기도 했다. "내가 잘 아는 종목에만 투자한다"는 자신의 원칙을 고수했던 것이다.
“10년 동안 보유할 주식이 아니라면, 10분간이라도 보유해서는 안 된다.” 버핏의 투자철학을 대변하듯,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금도 월마트나 코카콜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매년 행해지는 ‘점심 경매’로도 유명하다. 그와 점심 한 끼를 같이하는 '버핏과의 점심'. 이 상품은 경매를 통해 올해에도 62만100달러(약 6억원)에 낙찰됐다. 45세의 중국인 사업가 돤융핑은 뉴욕 맨해튼의 유명한 스테이크 레스토랑 '스미스 앤 월렌스키'에서 버핏과 점심을 함께한다. 그리고 6억원이라는 큰 돈을 낸다. 버핏은 점심 자리에서 자신의 투자 비결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구체적인 투자 종목은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 중국인 사업가는 점심식사 자리에서 버핏에게 주식투자보다 훨씬 소중한 ‘인생’에 대한 값진 조언을 들을 것 같다. 물론 버핏은 경매를 통해 번 수익금 전액을 샌프란시스코의 빈민구호단체 '글라이드 파운데이션'에 기부해 빈곤의 세습을 막는 데 쓴다.
버핏은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지금은 세계 두 번째 부자이지만, 그는 식료품 가게집의 아들로 태어났다.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50여년 만에 40조원이 넘는 부를 일구어냈다.
그리고 버핏은 절약이 생활에 배어있는 부자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돈이 많은 부자인데도, 그의 생활은 검소한 일반인들의 모습과 비슷하다. 1958년 고향에서 3만1500달러(3600만원 상당)를 주고 산 집에서 계속 살고 있으며, 20달러짜리 스테이크 하우스를 즐겨 찾는다고 한다. 오래된 중고 자동차를 직접 몰고 다니고, 12달러짜리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고, 집 근처 편의점에 들러 신문을 사곤 한다.
물론 그가 오래된 중고차를 직접 몰고 다니는 것으로 절약할 수 있는 돈은 그의 재산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활태도가 50년 동안 그의 다른 모든 행동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그 행동들이 모여서 지금의 성공을 가능하게 해주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런 버핏의 좌우명은 무엇일까? 그는 작년말 비즈니스2.0이라는 미국의 한 잡지가 인생의 철학, 좌우명, 성공의 비결(the secrets of their success)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There Can't Be Two Yous.”
우리의 인생은 한 번 뿐. 버핏의 말 대로, '지금의 나'와 다른 또 다른 나는 존재하지 않다. "비록 지금은 이렇게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나도 새롭게 태어날 거야"라고 막연히 생각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버핏의 좌우명을 마음속에 새기고 살아간다면, 전처럼 평상시처럼 안이하게 지낼 수는 없을 것 같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버핏은 자식교육도 남다르다. 그는 항상 "자식들에게 너무 많은 유산을 남겨주는 건 독이 된다"고 말해 왔다. 평생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이 물려주면 자녀의 성취감을 빼앗기 때문에 '독'이 된다는 것. 부자인 부모를 만났다는 이유로 평생 공짜 식권(food stamp)을 받는 일은 반사회적일 수 있으며, 자녀들에게 해가 된다는 생각이다.
수지(52), 하워드(51), 피터(48).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버핏의 세 자녀들은 그래서인지 아버지의 기부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버핏이 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많은 재산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왔기 때문에, 애초에 큰 유산을 기대하지 않았다는 것. 세 자녀의 어린 시절은 평범했다고 한다. 이들을 인터뷰했던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큰딸인 수지는 어렸을 때 밤마다 아버지가 요람을 흔들어주며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라는 노래를 불러줬다고 기억했다. 대학에서 가정경제학을 전공했던 수지는 졸업 직전 월급 525달러의 사무직에 취업한다며 학업을 포기했다. 100만 평 규모의 농장을 소유하고 있는 하워드는 빈민 생활을 주로 찍는 사진작가로도 활동하고 있고, 피터는 뉴에이지 음악가라고 한다.
이 세 자녀는 현재 각자 사회복지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들이 아동 조기 교육,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물, 북미 원주민 지원 활동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보도했다.
버핏의 기부금을 운영할 빌 게이츠도 가족들 몫으로 남길 1000만 달러를 빼곤 나머지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여러 번 공언해왔다. 1000만 달러면 우리 돈으로 약 96억원. 큰 돈임에 틀림 없지만, '재벌'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게이츠의 재산 500억 달러의 5천분의 1에 불과하다. 1백분의 1도 아니고 5천분의 1이다. 자신이 모은 재산 5000 중 1만 자녀에게 물려주고 나머지 4999를 기부하겠다는 의미다. 친구를 보면 그를 알 수 있다고 하더니, ‘유유상종’인 셈이다.
"돈을 제대로 쓰는 것은 돈을 버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재산을 사회에 환원키로 한 것은 돈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다. 나는 매우 운이 좋아 많은 재산을 모을 수 있었다. 재산을 기부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 같은 행운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이다."
자선기금으로 37조원을 내놓은 약정식을 하면서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옆에서는 그의 오랜 친구 빌 게이츠가 지켜보고 있었다.
식료품 가게집 아들로 태어나 자수성가, 당대에 세계 두 번째의 부자가 된 남자. 하지만 오래된 집에서 살며 중고차를 몰고 20달러짜리 단골 스테이크 하우스를 찾는 검소한 사나이. 그리고 마침내 37조원이라는 거금을, 그것도 대부분을 자신의 재단이 아닌 ‘친구’의 재단에 기부한 노신사.
이로서 버핏은 ‘주식투자의 귀재’에서 진정한 ‘오마하의 현자’가 되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이 시대의 현자 말이다.
예병일의 '성공과 부자에 대한 현자의 질문, 워런 버핏 스토리' 중에서 (p48, 국민은행 골드&와이즈, 2006.8)
지난주 들려온 워런 버핏의 집 이야기. 370억 달러(약 35조원)를 기부한 세계 2~3위의 부자인 그가, 6억원대의 낡은 집에서 50년째 살고 있었습니다.
제가 1년 전쯤 쓴 글을 찾아 소개해드립니다. 성공과 부, 삶과 인생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해주는 워런 버핏의 스토리입니다
지난 (2006년) 7월 중순의 어느 날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올해 75세인 워런 버핏은 직접 차를 몰고 US뱅크 오마하 지점을 찾았다. 귀중품 보관함을 연 그는 1979년 날짜의 버크셔 A주식 12만여주에 대한 인증서를 꺼냈다. 현재 가치 110억 달러. 버핏의 전재산 440억 달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인증서다. 보관함에서 이 증서를 꺼냄으로써 그는 자신이 얼마전 발표했던 ‘기부’를 실천하는 첫 걸음을 내디뎠다.
"70년 전 내가 6살 때 아버지가 20달러로 처음 통장 계좌를 개설해 줬던 때가 생각났다. 그 20달러가 120달러가 되는데 5년이 걸렸다." 그날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11살 때 114달러를 주고 씨티스 서비스 주식 3주를 사면서 처음 주식투자의 길에 들어섰던 한 소년이 60여년이 흐른 지금 37조원에 달하는 거액을 기부하는 칠순의 노신사가 되어 있었다.
지난 6월. 정치, 경제, 외교… 무엇 하나 시원스레 풀리는 것이 없어 답답해 하기만 하던 우리들에게 ‘상큼한’ 소식이 하나 날아왔다. 바쁜 일상을 멈추고, 일, 성취, 인생,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준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따뜻한 이야기. 바로 워런 버핏 스토리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그는 그 6월의 어느날 자기 재산의 85%인 370억 달러(약 37조원)를 자선기금으로 내놓겠다고 말했다. 놀라운 금액이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가 내놓은 자선기금의 규모만은 아니었다. 그는 그 돈의 대부분을 자신의 재단이 아닌 남의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기부라는 ‘선행’을 하면서도 최소한의 ‘명예욕’까지 버린 셈이다.
워런 버핏은 기부금 370억 달러 중 310억 달러를 MS의 빌 게이츠 회장(51)이 운영하는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한다. 버핏에겐 이미 자신이 만든 가족 명의의 4개 자선재단이 있다. 자신의 이름을 따 새로운 재단을 만들 수도 있었을 게다. 그런데도 자신의 '명예'를 높여줄 수도 있는 자신의 재단에는 '적은 규모'인 60억 달러만 내고, 나머지 310억 달러를 게이츠 재단에 기부키로 한 것이다. 스스로를 낮추는, 정말로 쉽지 않았을 결정이다.
왜 그랬을까? 왜 그런 거금을 기부했을까? 아니 기부를 하더라도 자신의 재단에 기부하지, 다른 이의 재단에 기부했을까? 워런 버핏은 이렇게 설명했다.
"오랜 친구로서 그들의 자선활동을 지켜보다 열정과 에너지에 탄복했다. 내 가족이 운영하는 자선재단을 확대하기보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큰 돈이 걸린 내기 골프에서 누가 타이거 우즈에게 돈을 걸지 않겠는가."
한마디로 오랜 ‘친구’인 자선사업가로서의 게이츠에 대한 버핏의 믿음이 이런 결정을 가능하게 한 것이었다. 게이츠야말로 자신의 돈을 맡아 가장 잘 운영할 최적임자라고 생각했다는 얘기다.
세계 두 번째 부자 버핏과 세계 최고의 부자 게이츠.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 그들은 스무 살이 넘는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오랜 친구’이다. 그들은 1991년 처음 만나 계속 친구로 지냈다.
게이츠를 자선사업의 길로 인도한 이가 바로 버핏이다. 그는 게이츠에게 세계의 빈곤 문제를 분석한 세계은행 보고서를 읽어 보라고 권했다. 이 보고서를 읽고 게이츠는 후진국에 대한 자선에 눈을 떴다.
버핏은 게이츠에게 많은 경영상의 조언도 해주었다. 게이츠가 2003년에 버핏의 고향인 네브래스카주 오마하를 방문, 버핏의 단골 스테이크하우스에서 10달러대의 식사를 하면서 스톡옵션에 대한 충고를 들은 것은 유명하다. 이런 영향이었나. 게이츠는 버핏의 발표 며칠 전, 2년 뒤인 2008년 7월에 MS에서 은퇴하고 게이츠 재단에서 자선사업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했다.
빌 게이츠가 만든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자산은 291억 달러(29조원). 여기에 버핏이 기부할 310억 달러(37조원)를 합하면 60조원이 훨씬 넘는 기금이 된다. 외신들은 앞으로 게이츠 재단의 규모가 1000억 달러(100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 명의 친구, 세계 부자 순위 1위와 2위가 힘을 합해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선사업이라니… 멋진 일이다.
워런 버핏, 그는 누구인가. 그는 '고수들'이 즐비한 미국 월가에서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자’로 불리는 사람이다. 미국 네브래스카주의 오마하에 있는 지주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회장인 버핏은 여러 해 '세계의 부호' 순위에서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부자다.
‘버핏톨로지(Buffetology)’로 유명한 버핏의 투자전략은 수익성 높은 기업의 주식을 저가일 때 매입해 주가가 내재가치에 근접할 때까지 장기보유하는 것이다. 버핏은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나서고 수명이 긴 제품을 생산하거나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는 ‘주식’이 아닌 ‘기업’에 투자한다. 다시 말해 재무제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최고경영자(CEO)의 됨됨이와 기업의 무형자산 가치를 꼼꼼히 따진다는 얘기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중시하는 '가치투자'를 강조하는 그는 지난 2000년 '기술주' 열풍이 불었을 때도 이에 흔들리지 않고 '전통주'에만 투자하는 뚝심을 보이기도 했다. "내가 잘 아는 종목에만 투자한다"는 자신의 원칙을 고수했던 것이다.
“10년 동안 보유할 주식이 아니라면, 10분간이라도 보유해서는 안 된다.” 버핏의 투자철학을 대변하듯,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금도 월마트나 코카콜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매년 행해지는 ‘점심 경매’로도 유명하다. 그와 점심 한 끼를 같이하는 '버핏과의 점심'. 이 상품은 경매를 통해 올해에도 62만100달러(약 6억원)에 낙찰됐다. 45세의 중국인 사업가 돤융핑은 뉴욕 맨해튼의 유명한 스테이크 레스토랑 '스미스 앤 월렌스키'에서 버핏과 점심을 함께한다. 그리고 6억원이라는 큰 돈을 낸다. 버핏은 점심 자리에서 자신의 투자 비결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구체적인 투자 종목은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 중국인 사업가는 점심식사 자리에서 버핏에게 주식투자보다 훨씬 소중한 ‘인생’에 대한 값진 조언을 들을 것 같다. 물론 버핏은 경매를 통해 번 수익금 전액을 샌프란시스코의 빈민구호단체 '글라이드 파운데이션'에 기부해 빈곤의 세습을 막는 데 쓴다.
버핏은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지금은 세계 두 번째 부자이지만, 그는 식료품 가게집의 아들로 태어났다.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50여년 만에 40조원이 넘는 부를 일구어냈다.
그리고 버핏은 절약이 생활에 배어있는 부자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돈이 많은 부자인데도, 그의 생활은 검소한 일반인들의 모습과 비슷하다. 1958년 고향에서 3만1500달러(3600만원 상당)를 주고 산 집에서 계속 살고 있으며, 20달러짜리 스테이크 하우스를 즐겨 찾는다고 한다. 오래된 중고 자동차를 직접 몰고 다니고, 12달러짜리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고, 집 근처 편의점에 들러 신문을 사곤 한다.
물론 그가 오래된 중고차를 직접 몰고 다니는 것으로 절약할 수 있는 돈은 그의 재산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활태도가 50년 동안 그의 다른 모든 행동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그 행동들이 모여서 지금의 성공을 가능하게 해주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런 버핏의 좌우명은 무엇일까? 그는 작년말 비즈니스2.0이라는 미국의 한 잡지가 인생의 철학, 좌우명, 성공의 비결(the secrets of their success)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There Can't Be Two Yous.”
우리의 인생은 한 번 뿐. 버핏의 말 대로, '지금의 나'와 다른 또 다른 나는 존재하지 않다. "비록 지금은 이렇게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나도 새롭게 태어날 거야"라고 막연히 생각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버핏의 좌우명을 마음속에 새기고 살아간다면, 전처럼 평상시처럼 안이하게 지낼 수는 없을 것 같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버핏은 자식교육도 남다르다. 그는 항상 "자식들에게 너무 많은 유산을 남겨주는 건 독이 된다"고 말해 왔다. 평생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이 물려주면 자녀의 성취감을 빼앗기 때문에 '독'이 된다는 것. 부자인 부모를 만났다는 이유로 평생 공짜 식권(food stamp)을 받는 일은 반사회적일 수 있으며, 자녀들에게 해가 된다는 생각이다.
수지(52), 하워드(51), 피터(48).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버핏의 세 자녀들은 그래서인지 아버지의 기부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버핏이 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많은 재산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왔기 때문에, 애초에 큰 유산을 기대하지 않았다는 것. 세 자녀의 어린 시절은 평범했다고 한다. 이들을 인터뷰했던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큰딸인 수지는 어렸을 때 밤마다 아버지가 요람을 흔들어주며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라는 노래를 불러줬다고 기억했다. 대학에서 가정경제학을 전공했던 수지는 졸업 직전 월급 525달러의 사무직에 취업한다며 학업을 포기했다. 100만 평 규모의 농장을 소유하고 있는 하워드는 빈민 생활을 주로 찍는 사진작가로도 활동하고 있고, 피터는 뉴에이지 음악가라고 한다.
이 세 자녀는 현재 각자 사회복지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들이 아동 조기 교육,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물, 북미 원주민 지원 활동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보도했다.
버핏의 기부금을 운영할 빌 게이츠도 가족들 몫으로 남길 1000만 달러를 빼곤 나머지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여러 번 공언해왔다. 1000만 달러면 우리 돈으로 약 96억원. 큰 돈임에 틀림 없지만, '재벌'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게이츠의 재산 500억 달러의 5천분의 1에 불과하다. 1백분의 1도 아니고 5천분의 1이다. 자신이 모은 재산 5000 중 1만 자녀에게 물려주고 나머지 4999를 기부하겠다는 의미다. 친구를 보면 그를 알 수 있다고 하더니, ‘유유상종’인 셈이다.
"돈을 제대로 쓰는 것은 돈을 버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재산을 사회에 환원키로 한 것은 돈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다. 나는 매우 운이 좋아 많은 재산을 모을 수 있었다. 재산을 기부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 같은 행운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이다."
자선기금으로 37조원을 내놓은 약정식을 하면서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옆에서는 그의 오랜 친구 빌 게이츠가 지켜보고 있었다.
식료품 가게집 아들로 태어나 자수성가, 당대에 세계 두 번째의 부자가 된 남자. 하지만 오래된 집에서 살며 중고차를 몰고 20달러짜리 단골 스테이크 하우스를 찾는 검소한 사나이. 그리고 마침내 37조원이라는 거금을, 그것도 대부분을 자신의 재단이 아닌 ‘친구’의 재단에 기부한 노신사.
이로서 버핏은 ‘주식투자의 귀재’에서 진정한 ‘오마하의 현자’가 되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이 시대의 현자 말이다.
예병일의 '성공과 부자에 대한 현자의 질문, 워런 버핏 스토리' 중에서 (p48, 국민은행 골드&와이즈, 2006.8)
지난주 들려온 워런 버핏의 집 이야기. 370억 달러(약 35조원)를 기부한 세계 2~3위의 부자인 그가, 6억원대의 낡은 집에서 50년째 살고 있었습니다.
제가 1년 전쯤 쓴 글을 찾아 소개해드립니다. 성공과 부, 삶과 인생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해주는 워런 버핏의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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