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 장자의 목계(木鷄)와 자신과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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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7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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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병일의 경제노트, 2007.9.14)
기성자가 왕을 위하여 싸움닭을 키웠다. 그런 지 열흘이 지나니 왕이 물었다. "닭이 이제 싸울 수 있겠는가?"
기성자가 아뢰었다. "아직 안됩니다. 지금은 허세만 부리고 교만하며 제 힘만 믿습니다."
열흘이 지나 다시 묻자 여쭈었다. "아직 안됩니다. 다른 닭의 울음소리를 듣거나 모습을 보면 당장 덤벼들 것처럼 합니다."
열흘이 지나 재차 묻자 이렇게 고했다. "안됩니다. 다른 닭을 보면 노려보면서 성난 듯이 합니다."
열흘이 지나 재삼 묻자 기성자가 이렇게 아뢰었다. "거의 되었습니다. 싸울 닭이 소리를 질러대도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나무로 만든 닭 같습니다. 싸움닭으로서의 덕이 갖추어졌습니다. 감히 상대하지 못하는 상대방 닭이 도망가 버립니다."
'우화로 즐기는 장자' 중에서 (동학사, 333p)
목계(木鷄). 장자의 달생편에 나오는 '나무로 깎아 만든 닭'입니다.
투계를 좋아하는 왕. 그를 위해 최고의 조련사인 기성자가 싸움닭을 키웠습니다. 왕은 빨리 싸움을 시켜보고 싶어 조바심을 냈지만, 기성자는 닭이 '경지'에 오를 때까지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싸움을 가르쳤더니 처음에는 허세만 부리고 교만해 자기 힘만 믿는 모습이었습니다. 더 가르쳤더니 조금 나아졌지만, 아직 다른 닭을 보면 당장 덤벼들려 했습니다.
더 가르쳤더니 덤벼들려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다른 닭을 보면 성난 듯 노려보았습니다.
더 가르쳤더니, 마침내 제대로된 싸움닭이 됐습니다. 다른 닭이 소리를 질러대도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나무로 만든 닭'처럼 보였습니다. 싸움닭으로서의 '덕'이 갖추어진 것입니다.
이병철 삼성 전 회장은 자신의 집 거실에 목계를 걸어 놓고 자신의 마음을 경계했다고 합니다. 저잣거리의 싸움 닭을 만나도 하나하나에 응수하지 않는 '초연한 닭'을 보며 스스로를 다스린 것이었을 겁니다.
처음 싸움을 배워 의기양양한 소인배는 다른 사람을 보면 무조건 시비를 겁니다. 그 다음에는 싸움을 잘한다는 사람을 찾아 다니며 싸움을 겁니다. 무협지에서 각 문파를 찾아다니며 실력을 자랑하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무술이 경지에 이른 고수는 다릅니다. 다른 이가 싸움을 걸어와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평소에는 장중한 모습을 유지합니다. 진정 싸워야할 때가 오면 '실력'을 보여줍니다.
경지에 이른 이는 자신의 힘, 권세, 재물을 자랑하고 뽐내며 허세를 부리지 않습니다. 아무리 약한 적이라 해도 경시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상대가 으르렁거려도 목계처럼 초연한 마음, 평상심을 유지하다가, 꼭 필요할 때 실력을 보여줍니다.
살아가면서 허장성세를 보이려할 필요도 없고, 시련이나 비난에 동요하거나 흔들릴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초연하게 자신의 길, 정도를 걸어가면 됩니다.
타인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계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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