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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통합게시판

[동문칼럼] 아~ 아버지

김진수
2008.05.09 14:29 916 0

본문

아버지, 갑자기 아버지가 보고 싶어집니다.

아버지는 한번도 우시는 모습을 나에게 보이시지 않으셨지요.
우시지 않으신 것이 아니라 속으로 울으셨지요.

내가 미국으로 떠날 때,
어머님은 멀리서 내가 사라질 때 까지 눈에 초점을 잃으시고 나를 보내셨지만,
아버님은 차마 그리하실 수 없으셔서 미리 인사를 하고 이웃집으로 가셨지요.
속마음을 나에게 보이고 싶지 않으셨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웃집에서 울으셨겠지요. 그 마음이 어찌 어머님의 마음 보다 적다고 하겠습니까?

아버님은 어머님과 같이 걸으실 때 항상 몇 발치 앞에서 혼자 걸으셨지요.
다정하게 손도 잡지 않으시고요.
아버지는 앞에서 걸으시면서 속마음을 보이지 않으시려고 하셨지요.
아버지, 이젠 저도 모르게 저도 아버지를 닮아가나 봅니다.
그러나 아버지, 꼭 손을 잡아야 사랑을 하는 건가요?

아버지, 그 때는 참 어려우셨지요.
나를 중학교에 보내기 위하여 소와 논 몇 마지기를 파셔야만 하셨지요.
아버님은 세상에서 무엇이 중요하신지를 알으셨지요.
당장 필요한 고기를 주는 대신 낚싯대를 사 주셨지요.

아버지, 제가 대학교로 편입한다고 할 때 얼마나 당황하셨어요.
중학교도 겨우 마치고 돈이 없어 공전학교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는데…
아무것도 해 줄수 없었던 아버지의 그 아픔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주신 낚싯대로 이젠 제가 제법 많은 고기를 낚았습니다.
이제는 그 낚은 고기를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는데…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내가 낚는 고기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당신의 아들이 낚시하는 것을 보지도 못하시고 본향으로 먼저 떠나셨지요.
아버지, 그곳에서는 내가 낚시하는 것이 보이지요?

아버지, 이젠 저도 울고 싶을땐 울고 살렵니다.
아버지, 저도 이젠 아내의 손을 잡고 옆에서 걸으렵니다.
이 방법이 아버지가 원하셨던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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