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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통합게시판

[임동섭의종교칼럼] 영양가 없는 소중한 대화!

임동섭
2008.11.03 19:33 1,057 2

본문

영양가 없는 소중한 대화들!

며칠 전 집안 형님을 만났습니다. 전주에서 식사를 하다가 군산에 계신 그 형님이 생각이 나 전화를 했습니다. 그 형님은 선약이 있다며, 저녁 9시 이후에나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군산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형님의 전화가 바로 왔습니다. 약속을 했던 분에게 미국에 사는 동생이 왔는데 동생의 일정이 여유가 없으니 다음에 만나기로 양해를 구했답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있는 전주로 오시겠다는 것입니다.
  
그 분은 짝사랑 했던 여인의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여러 번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그 여인의 이야기만 나오면 30여년이 지났는데도 같은 이야기를 생생하게 반복하셨습니다. 그 여인이 어머니와 함께 학교에 오셨을 때 첫눈에 반했답니다. 그러나 수줍은 이 분은 말 한번 건네지 못했답니다.

그 여인이 근무하는 은행에 용기를 내어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다방에서 기다리라는 그 여인의 말을 듣고 기쁘게 다방에 갔습니다. 시간이 흘러가는데 그 여인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기다린 지 4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는 기다리는 것을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그 분은 그 여인의 집을 간신히 알아냈습니다. 그 분은 그 여인을 찾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혼자 가기에는 용기가 부족했습니다. 그는 잘 생긴 집안 동생과 함께 그 여인의 집에 갔습니다. 그 여인이 문을 열고 잘생긴 동생과 자기를 보면 호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러나 그 형님은 그 여인의 집 초인종을 누르지 못하고 망설이기만 하였습니다. 벌써 3시간이 지났습니다. 참다못한 동생이 초인종을 누르려고 했습니다. 그 분은 황급히 말렸습니다. 그 여인이 문을 열고 나오면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생각한 다음에 누르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 여인의 문 앞에서 4시간을 보낸 후 그냥 돌아왔답니다.

그 형님의 짝사랑 이야기를 듣다보니 벌써 3시간 반이 지났습니다. 지금 시간이 11시 30분입니다. 전주에서 익산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는 11시 50분에 있었습니다. 시간이 20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 형님은 아직도 하실 말씀이 많은 데 이제 첫사랑이야기를 마쳤습니다. 그 분의 남은 이야기는 내년에 듣기로 했습니다.

바쁜 세상에 그 형님의 이야기는 영영 들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분도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영양가 없는 이야기, 여러 번 들었던 이야기지만 왜 그런지 모르지만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 형님은 너무 만족해 하셨습니다. 미국에 사는 동생이 한국을 방문할 때 얼마나 시간에 쫓기는 지 잘 아신 형님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동생이 고맙다는 표정이었습니다.

다들 바쁘게 삽니다.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결론만 말하라고 합니다. 돈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면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에 용건만 이야기 하라는 압력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대화시간이 길다는 것입니다. 한 시간 동안 전화통화를 한 후에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하자!”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습니다. 영양가 없는 대화를 장시간 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서 우리의 이야기에 큰 관심을 갖고 계신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께 몇 시간 말씀을 드려도 다 들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는 하나님께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자주 그리고 길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세상 사람들에게 눈치 보며 부탁하지 말고 잘 들어주시는 하나님께 기도하십시다.

포근한 교회 임동섭 목사 / 72 응용물리 / 덴버 콜로라도 / kgoodnews.com / nyskc.org  

댓글목록 2

박명근님의 댓글

박명근 2008.11.04 06:31
임목사님 한국계시는가 보군요<br />
아님 옛날 댕겨 오신 이야기를 옮기신것인지요?<br />
건데 하나님께 기도는 중언부언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요<br />
세상이야기로 기도하지 말라는 말씀인것으로 소생은 이해하고 있습니다<br />

최강일님의 댓글

최강일 2008.11.05 16:51
영양가는 없는 대화였는지는 모르지만 관계를 회복시켜주는 대화이었기야 소중했던것 같습니다. <br />
하나님과의 대화도 언뜻 들으면 맨날 하는 고백 똑같은 얘기일지 모르지만 말씀드리면서 투정하면서 불평하면서도 참고 들으시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저절로 회복 되기에 중언부언하는 듯해도 소중한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