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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통합게시판

[동문칼럼] 냉철한 현실을 보는 지혜

김진수
2008.12.19 16:23 1,067 5

본문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것과 같은 고요가 밀려온다. 살아남기 위하여 적지 않은 직원에 대한 정리해고가 끝났다.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밀려온다. 떠난 사람에 대한 미안한 마음, 이런 일이 벌어지게 한 지도자로써의 무력감,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데 대한 안도감, 이 시련의 시기를 통과한 후에 있을 기대감 등등…

이번 기회를 통하여 나는 중요한 사실을 경험하게 되었다. 사람은 실수를 되풀이 한다는 것이다. 교통위반 티켓을 받았을 때는 다시는 그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마음먹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게 되는 것이 사람인 것이다.

우리 회사도 2000년에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였었다. 그리고 이번 상황은 그때의 상황과 흡사한 것이었지만 우리는 실수를 되풀이 하고 말았다. 이 같이 실수를 한 데에는 공통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라보는 목표가 같았기 때문이었다. 2000년의 경우와 2008년의 경우. 우리 회사는 그 지난 2년간 급성장을 하였었다. 1997년 매출액이 100만 불에서 1998년에 300만불로 그리고 1999년에는 900만불로 급성장하였고, 이와 비슷하게 2005년 매출액이 1,800만 불에서 2006년 3,000만불로 그리고 2007년에는 4,000만불로 급성장하였다. 그리고 이와 같은 급성장에는 버블(우연)의 요소가 있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큰 프로젝트가 생김으로 매출액을 급증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버블은 버블이 인식하지 아니하고 다음에도 당연히 올 것이라는 낙관론 속에 더 큰 목표를 세우고 성장을 위해 줄달음질 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거품이 빠지면서 매출액이 감소하면서 회사는 어려움을 격게된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것을 다음에는 방지할 수 있다는 말인가. 만약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바꾸어지지 않는 한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이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의 목표가 성장 제일주의로 가는 한 이와 같은 것을 방지하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우리 회사는 그동안 중장기적인 5개년 계획을 세우고 그 목표를 위하여 달려왔었다. 그리고 그리하였기에 현재와 같이 급성장을 이룩한 것이다. 이러한 성장위주의 분위기에서 과연 버블을 발견하고 다음해의 목표를 올해의 결과보다 낮게 책정할 수 있을까? 미래를 보고 그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관리하기위해서는 냉철한 현실을 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그 용기가 없었었다. 이제 이러한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비전을 보는 것과 동시에 냉철한 현실을 보는 안목이 필요한 것이다. 나는 ‘스톡데일 파라독스’(Stockdale Paradox) 를 머리로만 인식하였지 가슴으로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조금은 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냉철한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자위하여본다.

댓글목록 5

이재근님의 댓글

이재근 2008.12.23 09:10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따뜻한 날이 늘어나는 것처럼, 저희 회사에서도 봄이 더 일찍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

김종삼님의 댓글

김종삼 2008.12.22 17:15
저는 고용인의 입장에서 수많은 Lay off를 겪어가며 현재의 경제위기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선배님같이 고용자의 입장에서 보니 또 다른 관점이 보여지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정리해고는 고용자와 고용인 모두에게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상황을 거치면서 입사후에 생산성이 떨어지는 직원은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겠지요. 얼마전에 읽은 'Who moves my cheese"에서 처럼 내 직업이 없어지는것을 두려워하는 직원이 되지말고, 변화를 통해서 새로운 생산성을 스스로 찾아갈수 있는 직원이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또한 고용자도 기술이 수익을 창출하는것이 아니라 결국은 사람이 일을 하고 사람이 수익을 창조한다는 생각을 하시고, 사람을 부품으로 쓰는것이 아니라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경영을 해주셨으면하는 바램입니다.

김진수님의 댓글

김진수 2008.12.22 16:17
어제(12월 21일)가 동지였지. 오늘 부터는 낮이 조금씩 길어지기 시작하면서 당분간은 추위가 계속되지만 한참의 시간이 지나면 낮의 길이로 인하여 봄이 올 수 밖에 없는것이 자연의 섭리가 아니겠나.

유신상님의 댓글

유신상 2008.12.20 12:33
현재의 위기와 시련속에서 지혜를 찾는 선배님의 글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재근님의 댓글

이재근 2008.12.22 10:54
ISI 인턴 생활 중에서 저에게 소중한 미국인 동료가 떠나던 그 날의 아쉬움과 슬픔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살을 깎는 이런 고난의 시기가 ISI 앞날의 보탬이 될 것이라고 믿고, 또 그렇게 되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