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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통합게시판

[동문칼럼] 난 고 " 김 병 연" 선생 8 부

이중우
2009.04.17 13:24 1,388 0

본문


     ( 15 )   해 금 강 에서

김삿갓은 공허 스님과 작별하고 해금 강으로 오면서도, 이병의 서글품을 금 할길이 없었다.
세속적인 욕망을 일체 떨처 버리고 방랑의 길에 오른 지도 어언 3-4년 !
문득 하늘을 우러러 통쾌하게 웃고나니 마음이 후련하다.  이윽고 해금 강에 당도헤 보니 ,
겨울 바다는 쓸쓸 하기 그지없었다.   저 멀리 바다위에 떠 있는 솔섬,까치섬등이 그림처럼 아름다워
보이기는 했으나,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가 하도 거칠어, 겨울의 바다는 황랑하기 이를대 없었다.
눈 앞에 전개되는 풍경은 오직 만경 창파 뿐인데, 하얀 모래밭에서는 갈매기들만 무심하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마침 그때 어디선가 고깃배 한 척이 구성진 뱃 노래를 부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자 갈매기들은 뱃 노래에 놀란듯 모두들 공중으로 높이 날아오르는 것이 아닌가.
김삿갓은 갈매기와 모래밭을 번갈아 보다가, 문득 시 한수를 읊조렸다.


沙 白 鷗 白 兩 白 白  ( 사백구백량백백 )    不 辨 白 沙 與 白 鷗  ( 불변백사여백구 )

漁 歌 一 聲 忽 飛 去  ( 어가일성홀비거 )  然 後 沙 沙 後 鷗 鷗  ( 연후사사후구구 )


갈매기도 희고 모래도 희고 모두가 희어     모래와 갈매기가 구별조차 어렵구나

어부의 노래 듣고 갈매기가 날아가니         그제야 모래와 갈매기가 재 각기로다.





    ( 16 )  이름 없는 자여  그대가 바로  나 이거늘

김삿갓은 언덕길을 혼자 걸어가고 있었다.  기나긴 고갯길을 무심히 걸어 올라오다가,별안간 소스라 치게 놀랐다.    좁다란 오솔길 위에 시체 하나가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니, 언제 죽었는지 몰라도 썩어 가는 시채애는 파리떼가 득실 거리고 있었다.
시체 옆에는 쌀이 조금 들어 있는 뒤웅박과 지팡이 하나가 놓여 있는것으로 보아 시채의 주인공은
거지임에 틀림없다.
  < 쯧쯧쯧 !  거지도 사람 인데, 이 사람이 어쩌다가 깊은 산중에서 이꼴이 되었는고 >
따지고 보면, 자기 자신도 하나의 걸객에 지나지 않으므로 김삿갓은 눈앞의 시체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김삿갓은 시체를 매장해 줄 생각으로 삿갓과 두루마기를 벗고, 시체를 오목한 장소로 끌어다 놓고 여기저기 흙을 옮겨다가 무덤을 만들어 주자니, 무덤답지 못한 무덤을 만들어 주는데도 꼬박 한 나절이 걸렸다.   김삿갓은 무덤앞에서 고개를 깊이 수그려 절 한뒤에,
다음과 같은 시를 소리 내어 읊었다.


不 知 汝 姓 不 知 名  ( 불지여성부지명 )   何 處 靑 山 子 故 鄕  ( 하처청산자고향 )

蠅 侵 腐 肉 暄 朝 日  ( 승침부육훤조일)    鳥 喚 孤 魂 弔 多 陽  ( 조환고혼조다양 )


성도 이름도 모르는  그대여            그대의 고향은 어데이던고

낮에는썩은 몸에파리가 들끓더니      저녁에는 까마귀가 고혼을 울어 주네




一 尺 短 공 身 後 物  ( 일척단공신후물 )     數 升 殘 光 乞 時 禮  ( 수승잔광걸시예 )

奇 語 前 村 諸 子 비蜚  ( 기어전촌재자비 )     携 來 一 궤 掩 風 霜  ( 휴래일궤엄풍상 )


짤막한 지팡이는 그대의 유물이오        몇 됫박 남은 쌀은 구걸한 먹거린가

마을 사람들은 내 말 좀 들어 보소       흙 한줌 날라다가 풍상이나 가려주지.





    ( 17 )   술  2


渴 時 一 滴 如 甘 露  ( 갈시일적여감로 )     醉 後 添 盃 不 知 無  ( 취후첨배불지무 )

酒 不 酒 人 人 自 醉  ( 주불주인인자취 )     色 不 迷 人 人 自 迷  ( 색부미인인자미 )

목 마를때 한 잔은 단 이슬과 같으나      취한 뒤에 또 마심은 없느니만 못 하다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게 아니라 사람 스스로 취하고    

계집이 남자를 미치게 하는게 아니라 남자가 스스로 미친다.





       ( 18 )  이 율 곡 의  “ 추 사 “


어느덧 가을이 깊어 산은 단풍으로 붉게 타 오르고있는데. 산 봉우리 위에 초 여드레 달이 솟아 오르고 있다.   게다가 하늘 공중으로는 기러기 떼 까지 날아가고 있지 않은가. 김삿갓은 흥에 겨워 몸을 좌우로
천천히 움직이며, 이율곡(李栗谷)의 < 추사(秋思) > 라는 시를 콧 노래로 흥얼 거리고 있었다.


林 亭 秋 已 晩  ( 림정추이만 )                騷 客 意 無 窮  ( 소객의무궁 )

遠 水 漣 天 碧  ( 원수련천벽 )                霜 楓 向 日 紅  ( 상풍향일홍 )


정자에는 이미 가을이 깊어                시인의 시름은 한이 없구나

강물은 멀리 푸른 하늘에 닿았고          단풍은 해를 향해 붉게 타오르네.



山 吐 孤 輪 月  ( 산토고륜월 )                江 含 萬 里 風  ( 강함만리풍 )

寒 鴻 荷 處 去  ( 한홍하처거 )                聲 斷 募 雲 中  ( 성단모운중 )


산은 외로운 달을 토해 내고 있고         강은 만 리의 바람을 머금 었도다.

기러기는 어디로  날아 가는고             울음 소리 구름 속에 잠겨 버리네.  





   (  19 )  요강은  아름다워


김삿갓이 꽃을 구경하며 정신없이 산을 올라가고 있노라니까, 저 멀리 벼랑위에 피어 있는 한 송이 철쭉꽃이 유난히 탐스러워 보였다. 그 꽃을 그윽히 바라 보다가, 문득 삼국유사에 나오는 < 수로 부인>의
설화가 연상 되었다.  설화는 생략함.
김삿갓ㅇ은 꽃을 꺽어다 바칠 여인이 있는것은 아니였지만 꽃이 하도 탐스러워 그냥 내버려두기는 너무도 아쉬워, 벼랑 끝까지 걸어 나와, 꽃을 꺽으려고 몸을 챂으로 구부리다가, 아차 하는 순간 벼랑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정신을 잃고 있는 김삿갓을 지나가던 나뭇군이 발견하여 목숨은 건졌으나 다리가 부러져 꼼짝 못하게 된 삿갓은 천석사(泉石寺)에 머무르게 되었고, 방안에서 꼼짝 못하니, 평소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방에 앉자서 오줌을 눌 수 있는 요강이라는 것이 고맙기 짝이 없다.

뇌 渠 深 夜 不 煩 扉  ( 뇌거심야불번비 )          令 作 團 隣 臥 處 圍  ( 영작단린와처위 )

醉 客 持 來 端 膝 机   ( 취객지래단슬궤 )         態 娥 挾 坐 惜 依 收  ( 태아협좌석의수 )


네 덕에 한 밤중에 드나들지 않게 되고               내 옆을 지키면서 나와 함께 있어 주네

주정꾼은 너를 끌어 당겨 무릎을 끓고               아가씨는 타고 앉아 옷을 벌리노라.





堅 剛 做 體 銅 山 局  ( 견강주체동산국 )            灑 落 傳 聲 練 瀑 飛  ( 쇄낙전성연폭비 )

最 是 供 多 風 雨 曉  ( 최시공다풍우효 )          偸 閑 養 性 使 人 肥  ( 투한양성사인비 )


단단하게 생긴 모습 구리가 분명 하며         오줌 눌때 그 소리는 폭포 소리 같도다.

비바람 부는 밤엔 그 공로 대단하여           느긋한 성품 길러 살을 찌게 하노라.




    ( 20 )   화 로 야 !    화 로 야 !


頭 似 虎  豹 口 似 鯨  ( 두사호표구사경 )         詳 看 非 虎 亦 非 鯨  ( 상간비호역비경 )

若 使 扈 人 能 盛 火  ( 약사호인능성화 )         可 煮 虎 頭 可 煮 경鯨  ( 가자호두가지경 )

머리는 호랑이요  입 모양은 고래지만        자세히 바라보니 이도저도 아니로다.

만약 불을 활활 달게 피워 놓기만 하면     호랑이도 고래도 구워 먹을 수 있으리.  


김삿갓이 어느날은 산길을 가다 날이 저물어 우연히 변서방 이라는 사람의 집에 가서 머물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마누라가 아이들 과 함께 친정에 가고 없어서, 오늘밤은 나 혼자 예요. 방에 들어가 잠시만 기다리세요. >  변서방은 방안에 들어와 등잔불을 켜 준다.  살림 가구는 방 한 복판에 화로가 덩그러니 놓여 있을뿐, 마누라가 없는 탓인지, 화로에는 불이 싸늘하게 꺼져 있었다.
그 화로라는게 커다란 통 나무 뿌리를 캐어다가 아무렇게나 만든 것이어서, 모양새가 얼른 보기에는
호랑이 대가리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고래가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였다.
화로 하나만 보아도 변 서방의 소박한 생활을 능히 짐작 하루 있었으며, 화로의 생김새를 보고서
읊은 즉흥시.





    ( 21 )  하늘이 비치는 그릇

검소한 변서방 집에서 저녁을 먹는데, 변서방은 삶은 감자 한 소코리와 네다리 소반위에 죽그릇을 가지고 들어오며 말 한다.
< 몹시 시장 하셨지요 ? >    그런데 소반위에는 죽이 한 그릇    < 아니 사람은 둘 인데, 죽은 왜 한 그릇 이요>   변 서방은 계면 쩍은듯 머리를 긁적 거리며
< 나는 평소에 감자만 먹고 살아왔지만, 손님 한테는 감자만 대접 하기가 미안 스러워, 쌀 독 밑 바닥을
긁어 죽 한그릇 쑤었읍니다.>  주인 양반의 알뜰한 정성이 그지 없이 고맙움은 오다가다 만난 사람에게까지 정성을 베풀줄 아는 사람이 이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삿갓이 죽그릇을 드려다 보니 쌀이 너무 없어 맑은 물과 같이 자기의 얼굴이 비치는  죽을 떠 먹으며
운치 있는 즉흥시를 읊는다.

四 脚 松 盤 粥 一 器  ( 사각송반죽일기 )         天 光 雲 影 共徘 徊  ( 천광운영공배회 )

主 人 莫 道 無 顔 色  ( 주인막도무안색 )         吾 愛 靑 山 倒 水 來  ( 오애청산도수래 )


네 다리 소반위에 죽 한 그릇 놓였는데       하늘에 떠도는 구름 그림자가 비치네

주인 양반 조금도 무안해 할 것 없소          나는 본시 물에 비친 산을 사랑한다오.  






   ( 22 )  이것이 장기  로소이다.

김삿갓이 그의 어릴적 고향에 챃아가 오랜만에 회포를 풀고 여유로이 장기판을 구경 하고 있으니

酒 老 詩 豪 意 氣 同  ( 주노시호의기동 )      戰 場 方 設 一 堂 中  ( 전장방설일당중 )

飛 包 越 處 軍 威 壯  ( 비포월처군위장 )      猛 象 前 陳 勢 雄     ( 맹상전진세웅 )


술 잘 먹고 시 잘 짓는 친구 끼리 모여 앉아     방안에서 한 바탕 싸움판이 벌어지네

포가 훨훨 날아 넘어 위세가 웅장하나      상이 떡 버티고 있어 그 진세도 만만찮다.

  

直 走 輕 車 先 犯 卒  ( 직주경거선범졸 )       橫 行 駿 馬 每 窺 宮  ( 횡행준마매규궁 )

殘 兵 散 盡 連 呼 將  ( 잔병산진연호장 )       二 士 難 存 一 局 室  ( 이사난조일국실 )


차가 바로 달려 졸을 먼저 잡아 먹고       모로 가는 날랜 말이 궁을 항상 엿 본다.

이 말 저 말 잡아 먹고 연 달아 장 부르니    기사 둘만으로는 당해 내기 어렵도다.





   ( 23 )  요것이  바둑 이렷다.

김삿갓이 바둑을 배우게 되자 바둗에 대한시를 읊었다.


縱 橫 黑 白 陳 如 圍  ( 종횡흑백진여위)       勝 敗 專 由 取 捨 機  ( 승패전유취사기 )

四 皓 閑 枰 忘 世 坐  ( 사호한평망세좌 )      三 淸 仙 局 爛 柯 歸  ( 삼청선국란가귀 )


검은 돌 흰 돌이 진을 치고 에워 싸며      잡아 먹고 버리기로 승부가 결정 난다.

그 옛날 사호들은 바둑으로 세상 잊고      신선 놀음 하다 보니  도끼 자루 썩었다네.



詭 謨 偶 獲 擡 頭 點  ( 궤모우획대두점 )       誤 着 還 收 擧 手 揮  ( 오착환수거수휘 )

半 日 輸 영 更 挑 戰  ( 반일수영갱도전 )       丁 丁 然 響 到 斜 煇  ( 정정연향도사휘 )


꾀를 써서 요석 잡아 유리 하게 돌아가니     잘못 썼다 물러 달라 손을 휘휘 내 젓는다.

반 나절에 승부 나고 다시 한판 시작하니     돌 소리는 쩡쩡하나 석양이 저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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