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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통합게시판

[동문칼럼] 닌고 " 김 병 연 " 선생 10 부

이중우
2009.04.18 18:43 1,408 1

본문

( 33 )    천 .  내    (  天  .  乃  )


天 脫 冠 而 得 一 點  ( 천탈관이득일점 )      乃 失 杖 而 橫 一 帶  ( 내실장이횡일대 )

천 자가 모자를 벗은 대신 점을 하나 얻었고    내  자가 지팡이를 잃고 허리에 띠를 둘렀네.


이글을 읽으시고 마음껏 웃어들 보시기 바랍니다.

난고 삿갓이 어느 부자집을 챃아 갔다가 ,머슴에게
< 나는 길 가는 나그네 인데 하룻밤 신세를 지고 싶은데, 주인 어른께 나의 뜻을 전하여 주시게>
머슴왈  < 우리 초시 영감님은 성미가 워낙 괴팍하여 , 주인 어른께 직접 말씀을 드려 보세요> 한다.
그리고 귀뜸으로
< 저희 영감 마님은 손님에 따라 대접 하는 격차가 매우 심하시옵고, 손님을 상객으로 대접하고 싶을때에는
저를 불러 저녁상을 내 오라 명령 하시며, 손을 이마를 쓸어 보이시고,중객일 경우에는 ,손으로 콧등을 어루 만지시고, 하객으로 취급 하고 싶을때에는 수염을 쓸어 내리도록 되어 있읍니다.>  

이 말을 듣고 초시 영감에게 가니 아예 귀머거리 흉내를 내며 삿갓을 내 쫓는 거였다.  다행이 마음 착한
친구와 같이 있어서 그 친구 덕분에 겨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이때 머슴이 밥상을 올릴것을 물어보니, 김삿갓은 초시 영감이 친구한테 어떤 대접을 할까 궁금했다.
끝끝내 저녁을 김삿갓과 같이 먹겠다고 나온 친구에게 저녁 대접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초시 영감은 잠시 머뭇 거리다가 머슴에게 은근슬적 콧등을 어루 만지는것이 아닌가.
저녁상을 중객으로 차려 내 오라는 암시여다.  그 꼴를 본순간 반발심이 오른 삿갓이

< 초시 어른 이마에 벌레가 기어가고 있사옵니다 >  하니
< 엣 ?  이마에 벌레가 ? >   하며 이마를 만지자 머슴이 웃으면서 사라지고 저녁상으로 온갓 산해진미가
으리으리하게 차려저 나오니 삿갓에게 속은걸 눈치챈 주인 영감은 오만상을 찌푸린다.

  그러니 저녁상을 푸짐하게 먹었지만 내일 아침에 조반상이 과연 어떻게 나올지 자못 궁금 하였다.
다음날 아침 주인과 김삿갓은 조반을 각 상으로 먹게 되었다.
그런데 주인 영감 밥상에는 어린 자반에 닭 고기 무침까지 올라 있건만 정작 김삿갓의 밥 상에는 김치, 깍두기에 가지 나물 한 접시만이 덜렁 놓여 있을뿐 이 아닌가.

< 저놈의 늙은이가 어제 저녁에 나에게 속은 것이 분해 오늘 아침에는 나를 계획적으로 곯리고 있구나.
아무리 그렇기로 손님에 대한 차별 대우가 이렇게 심 할수가 있을까.>

김삿갓은 속으로는 어지간히 액이 올랐지만 아무 말도 안하고 조반을 깨끗이 먹어 치웠다.
그리고 나서 주인 영감과 작별을 나누고 떠 나는 길에, 그집 대문에  위의 시 한수를 써 갈겼다.


(   해설 )

천 ( 天 ) 자가 모자를 벗고 점 하나를 얻었다. 함은 < 개  견(犬) >를 말 함이요

내 ( 乃 ) 자가 지팡이를 잃고 허리에 띠를 둘렀다 함은 < 아들  자 ( 子 ) 가 분명 하니 김삿갓은 주인 연감을 < 개자식 > 이라고 써 놓았다.   점 잖은 체면에 차마 < 개자식 > 이라고 말 할수 없어, 시 로서 간접적으로
표현해 놓았다.




   ( 34 ) 늙어 간다는 것은

김삿갓이 하늘가에 떠 돌아가는 한 조각 구름을 바라보며, 쓸쓸히 웃고 있었다.
아직 입동절도 아니였지만 아침 저녁을로 얼름이 얼기 시작 하였다.  그러므로 옷은 솜 옷으로 갈아 입어야 할  기후였다.   그러나 김삿갓이 계절에 맞춰 옷을 갈아 입을 형편이 못 되니 당장 추위를 막아내기 위해서 입고 있는 옷의 옷구멍을 자기 손으로 꿰메는 수 밖에 없었다.  헤진 옷을 기워 입으려고 일찌 감치 객주집에 들렀다.

그리하여 바늘에 실을 꿰려고 했으나, 바늘귀가 아물 아물 하여 좀 처럼 실이 꿰어 지지 않았다.

< 내 눈이 어느새 이렇게 어두워 졌는가 ? >

  벌써 50 하고도 몇년을 넘긴 삿갓 이였다.  그리고 보니 어젯밤에 등잔 ㄹ앞에서 책을 읽으려고 했을 때에는 눈이 아물 아물 하여 노(魯 ) 자와 어 (魚 )를 분간 하기 어렵지 않았던가.
그 뿐이랴.  옷의 이를 잡으려고 했으나, 눈이 어두워 이를 찿아내기 어려울 지경 이였다.
김삿갓은 너무도 처량한 기분이 들어, 즉석에서  < 안 혼 (眼 昏) > 이라는 시 제목으로 즉흥시를 한구 읊었다.



向  일 매 針 絲 變 索  ( 향일매침사변색 )       挑 燈 對 案 魯 無 魚  ( 도등대안노무어 )

春 前 白 樹 花 無 數  ( 춘전백수화무수 )       霽 後 靑 天 雨 有 餘  ( 제후청천우유여 )          


볕을 향해 실을 꿰도 바늘 귀를 모르겠고       불 앞에서 책을 펴도 노(魯)와 어(魚)를 혼동하네

봄도 아닌 마른나무에 꽃이 핀듯 보이고        갠 날도 하늘에서 비가 오는 것 같구나              








   ( 35 )   그대   편히   쉬 소서


  이제 여기에 적은시응 그가 마지막 남긴시다.  나이가 들어 몸이 노후해진 “ 난ㄱ “는 전라남도 화순 동복 신석우 이라는 사람 집에 머물게 된다.  몇일 몸울 쉰 난고는 어느날
< 동복에는 소동파의 < 적벽부 ( 赤壁賦)에 나오는 적벽강과 똑같은 강이 있다고 들었는대, 그 강이 여기서얼마나 떨어져 있지요 ? >
< 적벽강은 여기서 삼 리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읍니다.  선생이 적벽강을 구경 하고 싶으시다면 따뜻한 날을 택해 제가 짇접 모시고 가서 보여 드리지요.>
  난고는 그말을 듣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 나는 적벽강을 한번 보고 싶어요. 그러나 나 혼자서 구경하고 싶지, 누구하고나 함께 보고 싶지는 않아요.  매우 외람된 부탁이지만, 내일 아침에 나에게 배를 한 척 빌려 주실 수 없으실까요?>
난고의 곶ㅣㅂ으로 다음날 신석우는 어쩔수 없이 난고 혼자만 배를 타게해 주었다.
배는 조그만 놀잇배였다.   물 위에 둥둥 떠 도는 배는 노를 젓지 않아도 흐름을 따라 조금씩
아래로 떠 내려가고 있었다.
이제 부터는 밥을 빌어먹기 위해 남의 집 대문을 두드릴 필요도 없고, 잠자리를 구하기 위해 이곳
저곳으로 헤메고 돌아 다닐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 아아, 여기가 바로 나의 안식처 였구나 ! >

  배 위에 편히 누워 저 멀리 하늘을 우러러 보았다.   하얀 구름을 그윽리 바라보고 있자니, 눈 꺼풀이 무겁게 감겨왔다.   이제는 눈을 뜨고 있기 조차 힘에 겨울 정도로 기진맥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마음만은 그렇게도 편안 할수 가 없었다.
돌이켜 보면 기구하기 짝이 없는 50 평생 이었다.  혼미한 의식 속에서 자신의 생애를 회고하며
난고 “ 김병연 “ 선생인 김삿갓은 다음과 같은 마지막 시를 읊기 시작 하였다.


鳥 巢 獸 巢 皆 有 居  ( 조소수소개유거 )      顧 我 平 生 獨 自 傷  ( 고아평생독자상 )
날 짐승도  길 짐승도 제 집이 있건만            나는 한 평생 혼자 슬프게 살아 왔노라

芒 鞋 竹 杖 路 千 里  ( 망혜죽장로천리 )      水 性 雲 心 家 中 方  ( 수성운심가중방 )
집신에 지팡이 끌고 천릿길 떠돌며               물 처럼 구름처럼 가는 곳이 내 집 이었다.


尤 人 不 可 怨 天 難  ( 우인불가원천난 )      歲 暮 悲 懷 餘 寸 腸  ( 세모비회여촌장 )
사람도 하늘도 원망할 일이 못 되어             해마다 해가 저물면 혼자 슬퍼 했노라


初 年 有 謂 得 樂 地  ( 초년유위득락지 )      漢 北 知 吾 生 長 鄕  ( 한북지오샌장향 )
어려서는 이른바 넉넉한 집에 태어나           강가 이름 있는 고향에서 자랐노라


簪 纓 先 世 富 貴 門  ( 잠영선세부귀문 )      花 柳 長 安 名 勝 生  ( 화류장안명승생 )
조상은 부귀 영화를 누려 왔던 사람들          장안 에서도 이름 높은 가문 이었다.


隣 人 來 賀 弄 璋  ( 린인래하롱장 )             早 晩 歸 期 冠 蓋 場  ( 조만귀기관개장 )
이웃 사람들 생남 했다 축하해 주며              언젠가는 출세 하리라 기대 했건만


빈 毛 梢 長 命 漸 奇  ( 빈모초장명점기 )       小 劫 殘 門 번 海 桑  ( 소겁잔문번해상 )
자랄수록 운영이 자꾸만 기구하여                오래 잖아 상전이 벽해처럼 변했소.


衣 無 親 戚 世 情 薄  ( 의무친척세정박 )        哭 盡 爺 孃 家 事 荒  ( 곡진야양가사황 )
의지할 친척 없고 인심도 각박한데                부모 마저 돌아 가셔 집안이 망했도다.


終 南 曉 鐘 一 納 履  ( 종남효종일납이 )       風 上 異 邦 心 細 量  ( 풍상이방심세양 )
새벽 종소리 들으며 방랑길에 오르니              생소한 객지라서 마음 애달팠노라.


心 猶 異 域 首 丘 孤  ( 심유이역수구고 )     勢 亦 窮 途 觸 藩 羊  ( 세역궁도촉번양 )
마음은 고향 그리는 떠돌이 여호같고              신세는 궁지에 몰린 양 같은 나로다.



南 州 從 古 過 客 多  ( 남주종고과객다 )           轉 蓬 浮 萍 經 畿 霜  ( 전봉부평경기상 )
남쪽 지방은 자고로 과객이 많은 곳                 부평초 처럼 떠 돌아가기 몇 몇 해던고


搖 頭 行 勢 豈 本 習  ( 요두행세기본습 )       舌 口 圖 生 性 所 長  ( 설구도생성소장 )
머리 굽신 거림이 어찌 내 본성 이리오              먹고 살아가기 위해 버릇이 되 었도다.


光 陰 漸 向 此 市 失  ( 광음점향차시실 )       三 角 靑 山 何 渺 茫  ( 삼각청산하묘망 )
그런 중에도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가                삼각산 푸른 모습 생각 할스록 아득하네.


江 山 乞 號 慣 千 門  ( 강산걸호관천문 )      風 月 行 裝 空 一 囊  ( 풍월행장공일낭 )
떠돌며 구걸한 집 수 없이 많았으나                  풍월 읊은 행랑은 언제나 비었도다.


千 金 之 家 萬 石 君  ( 천금지가만석군 )       厚 薄 家 風 均 試 嘗  ( 후박가풍균시상 )
큰 부자 작은 부자 고루 찿아 다니며                 후하고 박한 가풍 모조리 맛 보았노라.


身 窮 每 遇 俗 眠 白  ( 신궁매우속면백 )      歲 去 偏 傷 髮 髮 蒼  ( 세거편상발발창 )
신세가 기구해 남의 눈총만 받다 보니               흐르는 세월 속에 머리만 희 었도다


歸 兮 亦 難 佇 亦 難  ( 귀혜역난저역난 )      畿 口 彷 徨 中 路 傍  ( 기구방황중로방 )
돌아 가자니 어렵고  머무르기도 어려워             노상에서 방황하기 몇 날 몇 해 이던고.


  “ 난고 “김삿갓은 여기까지 읊어 보다가, 마침내 기운이 다해 입을 다물어 버리고 말았다.
이제는 시를 읊을 기력조차 없어져 버렸던 것이다.
배는 가벼운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고, 김삿갓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강원도 영월군에서는 시비 건립과 김삿갓 유적 보전회 가 창립을 하고 김삿갓 잔치 마당을 한다.



  그동안 여러 동문분들의 안구력을 저하 시켜드려 미안 합니다.  별로 자미는 없어도 역사적인 시인을 잠시나마 같이 호흡을 할수 있었다는 것이 저는 참 즐거웠는데………

  분량이 너무 많아 전부 올려 드리지 못함을 양지 하여 주시고, 원래는 Mass 로 성형 수술를 해야
되지만 왕 돌파리가 처음 부억칼로 깍두기 썰듯, 엉성하게 정리 하였음을 이해 부탁 드리고, 또한
여러 종류의 난고에 대한 자료를 정리 하신 “ 박성진 “씨께 감사 함을 드립니다.

댓글목록 1

박명근님의 댓글

박명근 2009.04.22 19:41
참으로 우리 선조중에도 이런 멋쟁이 풍운아가 있었다니 자랑스럽습니다<br />
그분의 삶이 너무 구름 같아 범인이 우리가 부끄러운 삶을 사는 것 같습니다<br />
방랑시인 김삿갓의 노래 한곡조가 귓가에 어립니다<br />
<br />
그동안 고생하시면서 동문들을 위해 손수 타이핑하신 이선배님께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