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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통합게시판

[임동섭의종교칼럼] 목사 질 그만하고.......

임동섭
2010.03.05 15:06 1,355 1

본문

목사 질 그만하고.......

얼마 전 집안 누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교인은 많이 늘었냐?” “전과 비슷합니다.” “월급은 제대로 받고 있냐?” “받고 있죠!” “얼마나 받는데?” “0천불 받고 있습니다.” “에게 게! 야 목사 질 그만하고 장사나 해라! 전에 사업 잘했잖니?” “……” 전화 통화를 마친 후 저의 마음은 씁쓸했습니다.

저는 1994년부터 4년 동안 대전에서 그릇 도매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대략 한 달에 4천만원정도 벌었지만 왠지 답답했습니다. 이렇게 평생 돈만 벌다가 일생을 마치면 부끄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으로는 세상을 아니 한 사람도 제대로 변화시킬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좋은 세상을 만들려면 영적인 변화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미국에 가서 신학을 더 공부하겠다는 과감한 결단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말렸습니다. 오라는 사람이 있냐? 밀어주겠다는 사람이 있냐? 토플도 본적이 없지 않느냐? 미국에서 생활비는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 나이 43세에 온 가족이 미국에 유학 간다고 하면 미국 대사관에서 믿겠느냐? 이민 간다고 생각할 것 아니냐? 비자를 내줄 것 같으냐?

그러나 모든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쉽게 유학을 오게 됐습니다.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공부하는 동안 굶지 않았습니다.

저는 2002년도 가을 콜로라도 덴버에 교회를 세웠습니다. 교회 설립 후 성도님들이 조금 모이시는 것 같았습니다만, 몇 개월 지났을 때 결국 저의 식구하고 한 가정만 남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2년 정도를 지냈습니다.

그 때 산호세에 400명쯤 출석하는 교회에 담임목사로 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당장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기도한 후에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아내도 저도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큰 교회는 제가 아니라도 가실만한 목사님이 많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저와 함께 예배드리는 이 한 가정은 아직 침례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교회를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재정은 내려가는데 교인은 모이지 않았습니다. 교회 문을 닫고 다른 사역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지만 교회의 주인은 예수님이신데, 닫으라는 표시도 없으시고, 교인들이 매주 나오시는데 제 맘대로 교회 문을 닫을 수는 없었습니다.

제가 주일예배시간에 설교를 할 때마다 녹음도 하고 녹화도 합니다. 인터넷 설교방송에 동영상을 올리기도 하고, 설교 CD 70장 정도를 제작하여 우송하거나 직접 전달해 드리고 있습니다. 한 달에 20만 원 정도 드는 우송비는 규모가 작은 교회 형편으로는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가끔 한강에 조약돌을 던져 다리를 만들려는 무모한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이 정도 해봤으니까 그만 두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들이 있었습니다.

한 번은 타주에 사시는 Y집사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분의 아들은 미국의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졸업한 수재였으며, 어머니의 자랑이었고, 희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들이 남미 여인을 사귀였는데, 10여년 연상의 여인이었고 전 남편과 낳은 아이가 하나 딸려있었습니다. 어머니와 상의 없이 자기들끼리 결혼해 버렸습니다. 집사님은 아들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자 더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죽으려고 했는데 마침 설교 테이프가 도착했습니다. 설교 한편 듣고 죽자고 생각하고 설교를 들었는데, 마침 설교 내용이 용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용서는 내리사랑이다. 자녀가 먼저 잘못했다고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므로 부모가 먼저 용서하는 것이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집사님은 설교대로 아들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답니다. 그리고 저와 50여분 동안 울면서 통화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을 바꾸겠느냐?(마16:26)”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아무리 돈이 들고 노력이 들어도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을 구하는 것이 목회의 근본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4:23).”라는 말씀도 있습니다. 말은 마음의 알갱이라고 합니다. 마음의 열매가 말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좋은 말은 마음을 바꿀 수 있습니다. 말 한마디로 사람을 살릴 수 있습니다. 오늘도 말 한 마디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기쁘게 목회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포근한 교회 / 임동섭 목사 / 응용물리 72 / 콜로라도 덴버 / kgoodnews.com)        


댓글목록 1

최강일님의 댓글

최강일 2010.05.10 00:20
임동섭 목사님,  저희 동생도 뉴저지에서 목회하고 있고 제가 뉴욕의 정말 작은 교회에서 10년 이상 다녀봐서 여러모로 공감이 갑니다. 지금 가시는 길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결국은 하나님이 판단하시니까요. 저도 인생 후반기에 우리 이민 2세를 위한 교재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기도했는데 아직 한발도 내디디지 못하고 있네요. 기도 해주세요. <br />
자식을 용서하게한 목사님의 그 설교 테입이 참 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