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칼럼] 최장수 주중대사 김하중의 ‘한국 엘리트’ 비판
admin
2010.05.15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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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학교 타령에 오직 출세 걱정뿐 남 생각 눈곱만큼도 안하는 이기주의자”
▲ photo 조선일보 DB
역대 최장수 주중대사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김하중(金夏中·63)씨. 김대중 정부 후반기인 2001년 10월 주중대사에 임명돼 노무현 정부 5년까지 6년 반 동안 베이징에서 재직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에 통일부 장관을 맡기도 했다. 서울 온누리교회 장로이기도 한 김하중씨가 지난 1월 말 자신의 신앙 체험을 적은 책 ‘하나님의 대사’(규장)를 펴냈다. 책 출간 이후 김하중씨에게 전국의 교회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김씨는 서문에서 “나는 주중대사로 임명된 다음, 나의 정체성을 대통령이 중국에 파견한 ‘특명전권대사’이자, 중국에 주재하는 ‘하나님의 대사’라고 정립했다”고 말한다. 김씨는 본국의 훈령과 함께 ‘하나님의 훈령’에도 귀를 기울였다고 썼다.
3월 21일(일요일) 오후 7시 김씨는 서울 반포2동에 있는 신반포교회에 강사로 초대받았다. 김씨는 신반포교회의 ‘2010 새생명축제’ 기간 중 첫 번째 강사로 나가 ‘성령 안에서 기도하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김씨는 1시간25분 동안 진행된 강연 도중 30여분을 할애해 한국의 엘리트를 신랄하게 비판해 본당을 꽉 채운 800여 신도의 호응을 이끌었다.
우연히 이 자리에 참석했던 기자는 그의 강연 내용에 놀랐다. 며칠 뒤 기자는 출판사를 통해 김씨에게 정식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김씨는 하루 뒤 “장관 퇴임 이후 일절 인터뷰를 안한다는 원칙을 정했기 때문에 하지 않겠다.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왔다. 기자는 하는 수 없이 신반포교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3월 21일 동영상물 중에서 ‘한국 엘리트 비판’ 부분을 발췌해야 했다.
“겉만 번지르르… 자리 지키려 전전긍긍”
김씨는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장관, 총리, 돈 많다는 사람, 명예 높다는 사람들을 전부 만나봤다. 내가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100%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사람들의 특징이 있었다.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그 돈을 갖기 위해 얼마나 불안해 하는지 모른다. 겉만 번지르르할 뿐 근심과 걱정이 가득했다. 그 사람들은 강팍하고 교만해서 함부로 아랫사람들을 대하고 욕하고 비판한다.”
김씨는 신도들에게 “왜 그런 줄 아냐”고 반문했다. 그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세상의 사람만 쳐다보고 살기 때문에 그렇다. ‘내가 저 사람에게 잘 보이면 돈 많이 벌 수 있다’ ‘내가 저 사람에게 잘 보이면 승진할 수 있다’ ‘내가 저 사람에게 잘 보이면 쥐꼬리만한 권력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 사람 앞에서 눈치 보고 하라는 대로 하고 있다. 하나님의 사람은 왕 같은 제사장인데, 왕 같은 제사장의 모습은 하나도 없고 노예 노릇을 하고 있다. 하는 짓을 보면 완전히 그 사람 종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고도 집에 와서는 권력과 자리를 자랑하고 있다.”
김씨는 “그런 사람들이 능력 있고 지혜가 있어서 그 자리에 갔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또 “그 사람들 만날 한다는 게 좋은 학교 타령만 한다”고 꼬집었다. 김씨의 강연은 이른바 명문대 출신들의 행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저도 막말로 좋은 학교 나왔다. 그래서 좋은 학교 나온 사람들 잘 안다. 그 사람들 만날 자기 출세하는 것만 생각한다. 남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은 좋은 아파트, 좋은 차, 좋은 음식 얘기만 한다. 머리와 마음속에는 시기, 질투, 교만, 불안, 근심 등이 가득하다. 그런 사람들을 리더라고 한다. 그게 무슨 리더인가?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그건 세상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그 사람들 속에서 살아봐서 안다. 하나님의 사람은 그렇게 살면 안된다.”
“엘리트에 대한 환상 버려라”
▲ 3월 21일 서울 서초구 신반포교회에서 강연하는 김하중 전 대사.
김씨는 여기서 이른바 엘리트 계층에 대해 비판을 했다.
“좋은 대학 나왔다는 사람들 전부 이기주의자다. 하나님 믿는다고 하면서 전부 자기 이익만 찾아다닌다. 좋은 대학 나왔다는 사람치고 나라 생각하는 사람 거의 없다. 전부 자기 학벌과 인적 네트워크만 생각하는 사람이 어떻게 엘리트냐? 어떻게 하면 좋은 차를 계속 탈지, 비서 있는 사무실을 계속 쓸지, 공금으로 좋은 음식을 계속 먹을지, 그딴 생각만 하는 사람이 무슨 엘리트냐? 여러분들은 그렇게 살지 말고 자손들을 위해 기도를 남겨줘라.”
김씨의 강연은 여기서 일부 기독교도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갔다.
“(어떤 기독교도는) 교회를 자기의 부(富)를 유지하고 명예를 올리고 권력을 얻는 하나의 부적처럼 여기고 있다. 무늬만 크리스천들이 무슨 리더인가. 우리가 이 세상 살면서 진정한 축복을 받는 것은 남을 위해 살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할 때이다. 말로만 크리스천이고 무늬만 크리스천인 사람이 많다. 계속 크리스천으로 행동하다가 크리스천이 아닌 사람에게 돈, 권력, 명예를 받고 싶으면 마치 크리스천이 아닌 것처럼 행동한다. 그런 사람이 새벽기도와 중보기도에 나와 간구한다. 그 기도라는 게 만날 자신의 유익과 정욕을 위한 것이다.”
일부 기독교도의 행태에 대한 그의 비판은 계속된다.
“많은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그 사람(돈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듯)을 만날 수 있을까. 어떤 행사 가서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동창을 통해 그 사람에게 줄을 댈 수 있을까, 온통 그런 생각뿐이다. 그런 크리스천들이 무슨 기도의 응답을 받을 수 있나? 무조건 좋은 차 타고 명품 걸치려고만 한다. 몸에 병이 가득한 사람들이 비싼 명품 걸쳐서 뭣하냐?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살더라도 우리 크리스천은 그렇게 살면 안된다.”
여기서 김씨는 “나는 대사와 장관을 지냈지만 한번도 인적 네트워크라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골프 안 치고도 장관까지…”
“나는 공무원 생활하면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가장 오래라는 6년 반 대사 생활하면서 누구한테 인사 부탁을 해본 일이 없다. 내가 장관할 때 ‘술도 안하고 기도만 해서 장관 하겠어’라고 뒤에서 욕하는 사람이 많았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도 하나님이 도와주시면 되는 거다. 외교관 생활 30년 이상 하면서 골프 안 쳤다. 하나님 다시 믿고 나서 세상의 모든 즐거움 다 끊었다. 20년 동안 영화를 한 편도 안 봤고 재미 있다는 드라마도 안 봤다. TV로 중계하는 스포츠 경기도 본 일이 없다. 이번에 밴쿠버 동계올림픽 할 때 집사람이 하도 보라고 해서 김연아 피겨 경기만 봤다. 골프도 안하고 술도 안 마셨지만 주중대사를 78개월했다. 주중대사 평균이 22개월인데…. 통일부 장관할 때 뒤에서 장관이 일 안하고 기도만 한다고 욕하는 사람 많았다. 어떻게 장관이 일 안할 수 있나? 일하면서 남는 시간에 기도할 수 있는 장관을 뒀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도 모르고….”
김씨는 주중대사를 오래 하니까 ‘비결이 뭐냐’는 질문을 자주 받곤 했다. 그때마다 김씨는 이렇게 답변했다고 한다.
“‘하나님을 믿으세요?’라고 물어서 ‘안믿는다’고 하면 ‘그럼 중국을 사랑하세요, 중국 사람을 사랑하세요’라고 말했다. 반대로 하나님을 믿는다고 대답하면 ‘중국을 위해 기도하세요, 중국 사람을 위해서 기도하세요’라고 말했다.”
김씨는 1973년 외무고시에 합격한 이후 36년간 공직생활을 했다. 주요 경력은 주중한국대사관 공사 3년, 대통령의전수석·외교안보수석 3년8개월, 주중대사 6년반, 통일부 장관 1년 등이다. 공직자로서 이 기간 동안 김씨는 대통령 8명, 국무총리 20여명을 가까이서 보필했다.
댓글목록 1
이한영님의 댓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