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칼럼] 아들에게 보내는 행동 강령- 인하대교수가 쓴 한국일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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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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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효 유씨씨/10월 20일] 아들에게 보내는 행동 강령
육상효 인하대 교수·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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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 <마리 앙트와네트>를 읽었다. 오스트리아의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는 프랑스의 왕비가 된 철부지 딸 마리 앙트와네트에게 궁중에서의 행동 강령을 적어 보냈다. 붕괴되어가는 봉건주의의 정점에서도 여전히 사치와 향락으로 역사의 격랑에 눈을 감고 있는 딸에 대한 어머니의 걱정과 사랑은 절절했다.
문득 기숙사에 있는 고등학생 아이가 생각났다. 왕도 아닌 평범한 아비가 입시의 격랑 속에 있는, 왕자도 아닌 평범한 아이에게 어떤 행동 강령을 전할 수 있을까? 혼자 생각해본 목록이다.
평범한 아비가 평범한 아이에게
1. 항상 읽고 싶은 책을 지니고 있어라. 계속되는 수업과 시험에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건 이해한다. 그래도 항상 읽고 싶은 책을 갖고 있어라. 그리고 화장실에서든 잠시 잠들기 전이든 한 페이지라도 읽어라.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신의 현실 공간과 전혀 다른 곳에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그 사람들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느리지만 촘촘히 자의식을 벼려가는 것이다. 읽고 싶어 하면 읽을 시간이 생긴다.
2. 여자 급우들과 친하게 지내라. 이성의 동료들과 자연스러워지는 것은 일찍부터 학습하지 않으면 쉽게 되지 않는다.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너의 동료들 중 반은 여자 동료들일 것이다. 어떤 여성과는 연애를 하겠지만, 더 많은 여성과는 동료로서 일해야 한다.
3. 선생님이 '질문 있나요?'하고 물으면 반드시 질문을 해라. 질문하기의 장점은 많다. 질문을 하려면 수업을 열심히 들을 수밖에 없다. 세상의 모든 위대한 학자들의 작업은 적절한 의문을 찾는 것부터 시작됐다. 또한 질문을 하는 행위는 아주 품위 있고 적절하게 자신을 남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기도 하고, 질문 과정은 여러 사람 앞에서 조리 있게 말하는 것을 훈련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기도 하다.
4. 유행어를 쓰지 마라. 말은 생각에서 나오지만, 생각 역시 말에 의해 지배된다. 유행어를 쓴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도 유행어 속에 구속시키는 것이다. 독창적인 말 속에 독창적인 생각이 싹튼다. 자신의 언어를 만들어라.
5. 말 뒤에 자주 호칭을 붙여라. '안녕하세요' 보다는 '안녕하세요, 선생님'이 좋고, '잘 가'보다는 '잘 가, 상철아'가 좋다. 호칭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존재를 존중하지 않고 자신이 존중 받기를 바랄 순 없다.
6. 운동으로 열정을 배워라. 열정은 결심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서 체득되는 것이다. 운동을 하면서, 승부에 몰입하면서 열정을 근육이 기억하게 해라. 희생이나 협동 등의 덕목을 배우는 것은 덤이다. 열정적으로 운동하는 것은 운동 신경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7. 많이 웃어라. 표정대로 기분도 만들어진다. 너의 고등학교 생활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희생하는 시간이 아니다. 그 자체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시간이다. 많이 웃고, 평생을 간직할 즐거운 추억들을 만들어라.
8. 새로운 매체들과 친해져라. 핸드폰 인터넷은 공부의 적이 아니라 동지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새로운 정보의 통로이다. 너의 세상은 훨씬 더 빨리 변할 것이다. 중요한 건 변화의 수혜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꿈은 어느 날 현실이 된다
9. 음악을 자주 들어라. 힙합이든, 클래식이든 음악은 가장 효과적으로 감수성을 생산하고 유지시킨다.
10. 침대를 깨끗이 써라. 편하고 청결한 잠은 에너지의 근원이다.
11. 매일 잠들기 전 10 년 뒤 자신의 모습을 머리 속에 그려라. 매일 변해도 상관없다. 청춘의 꿈은 배반을 위해서 있는 것이다. 어느 날부터 어떤 모습이 자주 떠오르면 그것이 자신의 꿈이 될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그 꿈의 그림 속에 들어있는 현실의 자신을 만날 것이다.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입력시간 : 2010/10/19 21:11:02
육상효 인하대 교수·영화감독
1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 <마리 앙트와네트>를 읽었다. 오스트리아의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는 프랑스의 왕비가 된 철부지 딸 마리 앙트와네트에게 궁중에서의 행동 강령을 적어 보냈다. 붕괴되어가는 봉건주의의 정점에서도 여전히 사치와 향락으로 역사의 격랑에 눈을 감고 있는 딸에 대한 어머니의 걱정과 사랑은 절절했다.
문득 기숙사에 있는 고등학생 아이가 생각났다. 왕도 아닌 평범한 아비가 입시의 격랑 속에 있는, 왕자도 아닌 평범한 아이에게 어떤 행동 강령을 전할 수 있을까? 혼자 생각해본 목록이다.
평범한 아비가 평범한 아이에게
1. 항상 읽고 싶은 책을 지니고 있어라. 계속되는 수업과 시험에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건 이해한다. 그래도 항상 읽고 싶은 책을 갖고 있어라. 그리고 화장실에서든 잠시 잠들기 전이든 한 페이지라도 읽어라.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신의 현실 공간과 전혀 다른 곳에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그 사람들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느리지만 촘촘히 자의식을 벼려가는 것이다. 읽고 싶어 하면 읽을 시간이 생긴다.
2. 여자 급우들과 친하게 지내라. 이성의 동료들과 자연스러워지는 것은 일찍부터 학습하지 않으면 쉽게 되지 않는다.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너의 동료들 중 반은 여자 동료들일 것이다. 어떤 여성과는 연애를 하겠지만, 더 많은 여성과는 동료로서 일해야 한다.
3. 선생님이 '질문 있나요?'하고 물으면 반드시 질문을 해라. 질문하기의 장점은 많다. 질문을 하려면 수업을 열심히 들을 수밖에 없다. 세상의 모든 위대한 학자들의 작업은 적절한 의문을 찾는 것부터 시작됐다. 또한 질문을 하는 행위는 아주 품위 있고 적절하게 자신을 남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기도 하고, 질문 과정은 여러 사람 앞에서 조리 있게 말하는 것을 훈련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기도 하다.
4. 유행어를 쓰지 마라. 말은 생각에서 나오지만, 생각 역시 말에 의해 지배된다. 유행어를 쓴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도 유행어 속에 구속시키는 것이다. 독창적인 말 속에 독창적인 생각이 싹튼다. 자신의 언어를 만들어라.
5. 말 뒤에 자주 호칭을 붙여라. '안녕하세요' 보다는 '안녕하세요, 선생님'이 좋고, '잘 가'보다는 '잘 가, 상철아'가 좋다. 호칭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존재를 존중하지 않고 자신이 존중 받기를 바랄 순 없다.
6. 운동으로 열정을 배워라. 열정은 결심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서 체득되는 것이다. 운동을 하면서, 승부에 몰입하면서 열정을 근육이 기억하게 해라. 희생이나 협동 등의 덕목을 배우는 것은 덤이다. 열정적으로 운동하는 것은 운동 신경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7. 많이 웃어라. 표정대로 기분도 만들어진다. 너의 고등학교 생활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희생하는 시간이 아니다. 그 자체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시간이다. 많이 웃고, 평생을 간직할 즐거운 추억들을 만들어라.
8. 새로운 매체들과 친해져라. 핸드폰 인터넷은 공부의 적이 아니라 동지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새로운 정보의 통로이다. 너의 세상은 훨씬 더 빨리 변할 것이다. 중요한 건 변화의 수혜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꿈은 어느 날 현실이 된다
9. 음악을 자주 들어라. 힙합이든, 클래식이든 음악은 가장 효과적으로 감수성을 생산하고 유지시킨다.
10. 침대를 깨끗이 써라. 편하고 청결한 잠은 에너지의 근원이다.
11. 매일 잠들기 전 10 년 뒤 자신의 모습을 머리 속에 그려라. 매일 변해도 상관없다. 청춘의 꿈은 배반을 위해서 있는 것이다. 어느 날부터 어떤 모습이 자주 떠오르면 그것이 자신의 꿈이 될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그 꿈의 그림 속에 들어있는 현실의 자신을 만날 것이다.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입력시간 : 2010/10/19 21:11:02
댓글목록 2
최강일님의 댓글
노철영님의 댓글
이글을 보시고, 지난 한해 아니 그전부터 꺼끄러운 감정이나 서먹한 관계에 게셨분들과 화해하고 화합하는 세해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