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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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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섭의종교칼럼] 빌어먹고 사는 목사!

임동섭
2011.05.25 19:01 1,32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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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고 사는 목사!

 

미국의 신학대학원에서 첫 학기 기말고사를 치루고 방학을 맞이했습니다. 방학기간에 미국 동북부 지역을 여행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여행 코스에는 뉴욕지역도 들어있었습니다. 약 9년 전(1989년) 뉴저지에 있는 미국지사에서 3년간(1989-1992년) 근무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당시 알게 된 분들을 만나고 싶었고 추억의 장소들도 다시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만나 뵙고 싶은 분 중에서 미국지사 관세업무를 도와주시던 박 관세사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의 집에서 하루를 묵으며 옛이야기를 나누고 다음날 아침에 아쉬운 마음으로 헤어졌습니다. 그 분은 봉투 하나를 주셨습니다. 나중에 봉투를 열어보니 300불이 들어있었습니다.

 

뉴저지에서는 미국지사의 보험 업무를 도와주시던 이 장로님을 만났습니다. 한국 마켓에서 만나 장을 본 후 장로님 댁에서 자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카트에 가득하게 장을 보시기에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주차장에 오셔서 장을 본 가득한 식품들을 제 차의 트렁크에 넣어주셨습니다. 제 기억으로 식품 가격이 약 250불 정도였습니다.

 

아내의 모습을 보니 부대끼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내는 이제까지 경제적으로는 별 어려움 없이 지내왔었습니다. 언제나 ‘주는 사람’으로 살아왔습니다. 남편이 나이 들어 전도사 신분으로 신학교에 유학을 왔지만 다른 신학생에 비하면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는 편이었습니다. 신학생 신분이었지만 매년 명절이 되면 신학생 가족들을 초청하여 음식을 대접하였습니다. 한 번은 몇 분이나 다녀가셨는지 세어보았더니 120분 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번 만남에서 아내는 입장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즉 ‘주는 사람’에서 ‘받는 사람’이 되었던 것입니다. 마음의 부담이 컸던 것 같았습니다. 아내는 3일 정도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이 있다!”는 진리가 체험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친구 목사님이 자기는 ‘빌어먹는 목사’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제가 의아한 표정을 보이자 웃으며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즉 ‘목사는 기도(빌어)해야 살 수 있는 성스러운 직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예수님의 제자들은 당시에 ‘거룩한 방랑자’ 또는 ‘거룩한 나그네’라고 불리었습니다.

 

교회를 다닌 지가 47년이 되어가지만 가장 어려운 것이 기도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기도는 인간의 본성에 반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힘으로 살고 싶은 본성이 있기 때문에 남의 도움을 받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힘으로 사는 사람에게는 참 기쁨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은 자신이 일한 만큼 보상을 받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그러므로 항상 적당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과 불평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설령 일한 만큼 보상을 받는다 해도 당연하기 때문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인간의 몸에는 호주머니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는 한 순간도 살 수 없습니다. 즉 다른 사람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 수 밖에 없는 존재인 것입니다. 인간은 영적인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창조자이신 하나님과 단절되어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즉 인간은 하나님께 기도해야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다녔던 초등학교도 방문했습니다.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였을 것입니다. 아들은 운전하기를 좋아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이 빨리 커서 운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 무릎위에 앉히고 운전대를 잡고 운전하도록 했더니 곧잘 했습니다. 한 번은 아이가 운전대를 잡고 가는 것을 담임선생님이 보셨습니다. 저는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저에게 그와 같은 위험한 운전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그분의 자녀들인 우리에게 ‘세상의 운전대’를 맡기고 싶어 하실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자녀들인 우리가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기도로 나아간다면 우리의 삶이 보다 풍성해 질것이라 기대합니다.

(포근한 교회 / 임동섭 목사 / 응용물리 72 / 콜로라도 덴버 / kgoo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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