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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섭의종교칼럼] 언 병아리!

임동섭
2011.07.27 09:40 1,805 0

본문

언 병아리!

 

 

저는 여섯 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호적도 한해 늦어졌습니다. 그러므로 저의 급우들의 나이가 저보다 평균 2살이 많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아이가 태어난 즉시 호적을 하지 않고 1년쯤 키워본 후에 호적 하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저도 빈혈이 있어 J제약회사 ‘헤모그로빈’이라는 약을 복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키가 크고 삐쩍 마른 체형이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건강하게 보였지만 허약한 체질이었습니다. 같은 반 아이들이 주먹만 한 고무공으로 축구를 할 때에 저는 나무 밑에 앉아 돌로 글이나 그림을 그리면서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는 것이 취미(?)였습니다. 저는 뜨거운 태양 밑에서 땀을 흘리며 고생(?)하는 급우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허약한 체질에 내성적인 저는 무슨 일이나 남들이 하면 따라서 했습니다. 특히 몸으로 하는 일은 주도적으로 한 일이 없었습니다.

 

 

아버님은 저를 ‘물크덩이’(물렁물렁하게 보이므로) 또는 ‘언 병아리’(추운 겨울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병아리처럼 보이므로)라고 부르셨습니다. 저는 ‘부전자전’이라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아버님이 아들을 사랑하시고 강하게 자라기를 원하셔서 그렇게 부르셨지만 저도 모르게 저는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집에서 가까운 곳에 ‘행경 숙모’님이 사셨습니다. 숙모님은 저만 보면 ‘아이고 내 강아지!’라고 부르셨습니다. 어느 때는 ‘아이고 우리 대통령!’이라고 불러 주셨습니다. 숙모님 앞에서는 대통령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도 모르고 마치 대통령이나 된 것처럼 기뻐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일 때 어머님이 태권도 도복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뒷동네에 사시는 태권도 3단인 ‘강성곤’ 사범께 부탁을 하셨습니다. 태권도를 통해서 제가 강인하게 자라기를 바라셨습니다. 태권도 수련은 마을 청년들과 동네 옆에 있는 동산에서 했습니다.

 

 

농사일에 단련된 청년들과 대련(겨루기)을 하면 저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들은 거의 공격하지 않고 제가 공격하면 방어만 했는데도 저의 뼈가 으스러지는 것 같았습니다. 강 사범님은 저의 무릎 뼈에 ‘안티프라민’을 바르고 문질러 주시면서 우는 저를 달래어 주셨습니다.

 

 

강 사범님의 강권으로 초단을 딴 후 그만두기가 아까워 계속 태권도를 해서 고등학교 2학년 때 태권도부 사범을 하고, 나중에 4단까지 따게 되었습니다. 태권도 체질은 아니지만 태권도를 통해 자신감을 많이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일 때 주막에서 막걸리를 앞에 두고 막 들이키려 할 때 아버님이 주막에 들어오셨습니다. 아버님은 막걸리 2잔을 드시고는 너무 늦지 말고 빨리 오라고 하시면서 주막을 나가셨습니다. 조금 후 저도 집을 향하여 가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아버님은 ‘주막 사건(?)’에 대해서 한 말씀도 없으셨습니다. 아버님이 무언으로 저를 인정해 주시므로 아버님에 대한 사랑과 자존감이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저의 전도로 아버님이 술 담배 끊으시고 성경 3독하시던 중 천국에 가셨습니다. 아버님이 그립습니다.

 

 

ROTC 2년차(대학 4학년) 여름에 우리학교 단원을 포함한 4학교가 함께 훈련을 받게 되었습니다. 일류대학이라는 S대학 단원들도 함께 내무반 생활을 했는데 우리들과 별로 다른 점이 없었습니다. 훈련을 받으면서 일류대학생에 대한 막연한 열등감에서 많은 부분 자유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건전한 자아상을 갖도록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고, 건전한 자아상을 갖게 하는 많은 계기가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사건은 성경공부 중에 제가 구원받은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믿어졌던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환경과 처지에 따라 흔들릴 때가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자아상’도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자꾸 변하게 됩니다. 그러나 자아상을 하나님과의 관계에 두면 변치 않으시는 하나님으로 인하여 자아상이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제가 교회 다닌 지가 47년째입니다. 많은 분들을 만나보면서 또한 책을 통해서 제 나름대로 성공(행복)의 요인을 연구해 보았습니다. 결론은 ‘태도’였습니다. 태도는 ‘나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는 것입니다. 즉 자아상이 성공(행복)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건전한 자아상을 갖는 것은 가정에서 시작되고 교회에서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포근한 교회 / 임동섭 목사 / 응용물리 72 / 콜로라도 덴버 / kgoo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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