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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공에 집중하느라 다리 사이 개가 지나도 모르고....

Admin
2011.08.23 16:15 2,38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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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연 김송희 vs 박세리 신지애
[방민준의 골프세상]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최나연 LPGA투어 100승 기록 달성 여부로 국내 골프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최나연은 거의 다 손에 쥐었던 우승컵을 집중도 결여로 놓치고 말았다.



8언더파로 3타차 단독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최나연은 시즌 첫 우승과 함께 한국 여자선수들의 LPGA투어 통산 100승의 승전보를 올리는 듯 했다. 

그러나 스코어를 줄이기는커녕 까먹는 플레이가 펼쳐졌다. 
순전히 집중력 결여로 최나연은 최악의 상황을 자초했다. 
14번 홀까지 보기 4개와 버디 한 개로 3타를 까먹은 최나연은 15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이날 하루만 7타나 줄인 페테르센과 동타를 이루고 17번 홀 버디로 한 타 차이 단독선두에 올랐으나 마지막 18번 홀에서 세컨드 샷을 러프로 날리는 바람에 보기를 범해 플레이오프를 허용하고 말았다. 
1차 플레이오프에서 최나연은 페테르센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었으나 자신감 없는 스윙으로 볼을 물에 빠뜨리고 말았다. 

최고기량의 골프선수라 해도 스코어의 편차는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나연은 3타 차 단독선두를 놓칠 선수가 아니다. 
올 시즌 통계를 보면 44라운드 중 언더파 라운드가 23개로 8위, 온그린 확률 69%로 공동 23위, 드라이버샷 정확도 69.9%로 15위, 드라이버 비거리 256야드로 34위, 퍼팅 수 1.79로 23에 올라있고 버디 수는 162개로 공동 10위다. 톱클래스의 골프기량이다. 
최근 세계 여자골프랭킹에서 5위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비슷한 기량의 선수들끼리의 대결에서 승리는 얼마나 평정을 잘 유지하며 게임에 집중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날 최나연은 1~2미터짜리 퍼트를 4개 이상 놓쳤다. 이 때문에 버디 할 것을 파로 막고 파를 막을 것을 보기를 범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짧은 퍼팅을 잇달아 놓친다는 것은 바로 평정심을 잃고 게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집중도가 떨어지는 선수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걸음걸이가 흔들리고 자신이 한 행동의 결과에 대해 당당한 자세를 취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어렸을 때부터 굳은 버릇이라고는 하지만 최나연은 걸을 때 상체를 흔들며 건들건들 한다. 버디를 건졌을 때도 자신감 있는 세리머니를 보이지 않고 쑥스러운 듯 홀을 떠난다. 실수를 했을 땐 쥐구멍이라도 찾는 얼굴표정이다. 

LPGA에 진출한지 5년이 되었지만 톱10에 자주 들면서도 만년 2위의 꼬리를 떼지 못하는 김송희도 마찬가지다. 항상 쑥스럽고 부끄러워하는 표정이고 멋진 샷을 날려놓고도 샷을 즐기지 못하고 꼬리를 내린다. 
이런 자세는 강인한 정신력과 당당한 자신감과는 거리가 멀다. 집중도가 떨어짐은 물론이다. 
패션모델들이 당당하고 저돌적인 걸음걸이를 익히는 것은 곧고 당당한 걸음걸이가 자신감과 집중력을 키우는데 최상의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박세리, 신지애의 걸음걸이와 동작들과 비교해보면 쉽게 납득할 수 있다. 
최나연 김송희 같은 선수들에게 시급한 것은 곧은 걸음걸이와 당당한 자세다. 그래야 골프의 핵심인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미국의 골프영웅 벤 호건(1)은 골프의 집중도를 얘기할 때 단골로 인용되는 골퍼다. 골프사가들은 호건을 골프 자체는 물론, 불굴의 투혼과, 무아지경으로 골프에 몰입하는 자세 등으로 모든 골퍼들이 본받아야 할 전범으로 평가하고 있다.  

1954년 마스터스 대회 때의 일이다. 호건이 승부에 결정적인 퍼트를 하려는 순간 그의 다리 사이로 개가 지나갔다. 그러나 호건은 개의치 않고 퍼트를 해 홀인에 성공했다. 
게임이 끝난 뒤 기자들이 물었다. 
“개가 퍼트 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았습니까?”
“무슨 개?”
호건은 전혀 모르겠다는 투로 대답했다. 

마스터스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코스의 파3 12번 홀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홀로 정평이 나있다. 1948년도 마스터스 챔피언인 클로드 하먼과 1951년 1953년도 챔피언 벤 호건이 함께 치는 중이었다. 클로드 하먼이 먼저 쳐서 홀인원을 하여 갤러리를 열광시켰다. 다음에 친 호건은 버디를 기록했다. 

13번 홀을 향해 걸어가며 벤 호건이 입을 열었다. 
“클로드, 나는 오거스타 12번 홀에서 처음으로 버디를 해본 것 같애. 자네는 뭐 했나?”
“아 나는 홀인원 했잖아!”
“아 그랬어? 참 잘했네, 축하하네!”
벤 호건은 자기 골프에 집중하느라 완전히 삼매경에 빠져 함께 치는 사람이 홀인원을 한 사실조차 몰랐던 것이다.

1920년 전영 여자선수권 결승전에서 19세의 조이스 웨더렛이 보인 집중력은 두고두고 골프사가들의 입에 회자되었다. 상대는 영국 여자선수권 4연승을 달성한 무적의 여왕 세실 리치. 하루에 두 라운드를 도는 결승전이었는데 오전 라운드에서 리치가 6홀을 이긴 상태. 누구도 리치의 5연승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후 라운드에서 조이스가 맹추격, 드디어 15번 홀에서 올 스퀘어가 되었다. 

17번 홀에서 조이스가 5m 퍼팅을 넣기 위해 어드레스를 취한 순간, 그린에서 50m 떨어진 철로로 급행열차가 요란하게 돌진했다. 갤러리들은 당연히 조이스가 열차가 지나갈 때를 기다렸다가 다시 어드레스를 취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열차의 굉음이 그린을 에워싸고 있는 그 순간 조이스의 퍼터를 떠난 볼은 그린 위를 구르더니 홀 속으로 사라졌다. 예상치 못한 대역전극이 벌어진 것이다. 첫 출장으로 빅 타이틀을 차지한 조이스의 충격적인 데뷔전이었다.

기자회견에서 17번 홀의 퍼트에 대해 질문이 쏟아졌다.
“열차가 지나가는데 왜 다시 어드레스를 하지 않았죠?”
“무슨 뜻인지?”
“그때 급행열차가 지나갔지 않습니까. 그 경우 대부분 어드레스를 중지하고…”
“설마? 저는 몰랐습니다.”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의 손자로, 옥스퍼드대학을 나와 골프가 좋아 평생 주옥같은 골프관련 글을 써온 버나드 다윈은 훗날 『조이스 웨더렛과의 산책』에서 이렇게 썼다. 
“그녀는 정말 급행열차가 지나가는 것을 몰랐다. 만약 알았다면 누구든지 볼을 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세상에는 완벽한 집중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바로 조이스 웨더렛이다.”

집중이란 몰입이요, 삼매다. 어느 한 가지에 몰두해 다른 것을 잊는 것이다. 집중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상념의 진공상태가 좋다는 말이다. 진공은 고도의 집중에서 나온다.소금조각이 물에 녹아 물과 하나가 되듯, 골퍼가 골프에 몰입해 무아지경에 이르면 스트로크에 흔들림이 없고 걸림이 없다.   


(1) Ben Hogan. 1912년 미국 텍사스주 더블린에서 출생. 19세에 프로로 전향했으나 7년 만에 첫 우승을 한 대기만성형 골퍼로 2차 대전 후 전성기를 구가하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골프영웅으로 추앙받았다. 1949년 아내와 드라이브를 하다가 그레이하운드 버스와 충돌하는 사고로 골퍼로서의 생명이 끝나는 듯 했으나 불굴의 의지로 재기에 성공, 골프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USPGA선수권 2회, US오픈 4회, US마스터스 2회, 브리티시오픈 1회 우승. 미 PGA에서만 57회 우승. 시즌 평균최저타 선수에게 주는 바든트로피 3회, 올해의 선수상 2회 수상의 기록을 세웠다. 



 
자료제공 | 골프매거진

입력날짜 : 2011-08-22 16: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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