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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섭의종교칼럼] 얼굴이 빨게 졌던 질문

임동섭
2012.04.05 00:39 1,45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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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빨게 졌던 질문


“형제님은 구원 받으셨습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순간 당황했습니다. “예, 저는 구원받았습니다!”라고 대답해야 하는데 구원받은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구원받지 못했습니다.”라고 대답할 수도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3초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몇 년의 세월이 지나간 것 같았습니다. 성경공부 모임에 참석한 형제와 자매들이 모두 저를 바라보면서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이제까지의 신앙생활이 비디오 필름을 빠르게 돌린 것처럼 지나갔습니다.


제가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때는 초등학교 5학년(1964년) 가을이었습니다. 육촌 형님이 H전도사님을 모시고 자기 집 사랑방에서 교회를 시작했습니다. 우리 동네에 전기가 들어온 때는 고등학교 2학년(1970년) 11월이었습니다. 텔레비전(흑백)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와서(1972년) 처음 보았습니다. 트랜지스터라디오도 매우 귀했습니다. 정읍 읍내에서 우리 동네까지 약 3마일을 유선으로 깔고 그 끝에 스피커를 단 라디오가 있었습니다. 유선 라디오를 갖고 있었던 집은 우리 동네에 2집뿐이었습니다. 채널은 KBS 하나뿐이었고, 스피커에 스위치가 있었는데 OFF와 볼륨 1, 2, 3, 만 있었습니다.


교회는 우리의 놀이터였습니다. H사모님은 미인이셨습니다. 복음찬송가 가사가 적혀있는 궤도를 보면서 찬송을 부르시면 우리들은 따라 불렀습니다. 지금도 몇 구절이 생각이 납니다. “술 마시고 장구치고 죄만 짓다가 오늘밤에 죽으면 어찌 하리요 유황불이 펄펄 끓는 지옥으로 이를 갈고 슬피 울며 끌려가겠네! 나오라 예수 앞으로 천당의 영생 복 너에게 주리니 예수 믿으시오!"


술을 좋아하는 어른들은 밖에서 듣고 술 취한 상태로 따라 부르다가 지옥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몇몇 어른들은 아낙네(전도사 사모님)가 방정맞다고 흉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교회에서 찬송 부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교회에 부흥회가 열렸습니다. 그 때에 방언 은사를 체험했습니다. 이 개월 정도는 떠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모든 일이 다 기뻤습니다. 눈이 내리는 새벽에 예배드리러 가는 것도 좋았습니다.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전도사님은 주일학교 학생을 가르칠 교사가 없다고 하시면서 저를 반사로 임명하셨습니다. 저는 그때 성경도 없었습니다. 성경은 비싼 책 중의 하나였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한 권사님께서 성경을 선물로 주셔서 처음으로 제 성경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때 성경도 없이 교회에서 나눠준 공과 책으로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교회의 재정장부를 맡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금전출납부를 기입할 만한 분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가끔 전도사님이 출타하시면 수요일 저녁 예배에 설교도 했습니다.


대학 3학년 때 친구의 권유로 한 성경공부에 참석했습니다. 인도자가 저에게 두 번째 질문을 했습니다. 과거의 비디오 필름에서 현실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 3초 사이에 저의 얼굴은 이미 빨개졌습니다. “성경 말씀을 그대로 믿습니까?” “예, 그대로 믿습니다!” “그러면 성경 몇 구절을 찾아봅시다.”


“믿는 자들에게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다. 내 아버지(하나님)는 만유보다 크시매 그 손에서 빼앗을 자가 없다.”와 같은 모두 다 잘 아는 구절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래, 내가 믿으니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고, 한 번 자녀가 된 사람은 끝까지 하나님이 지켜주신다!”는 진리의 말씀이 그대로 믿어졌습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 기쁨이 솟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떠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전에는 착하게 살면 천국에 갈 것 같다가도 술이라도 한 잔 마시면 천국에 못갈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구원의 확신을 갖게 된 후에는 잘못된 길을 갔을지라도 하나님께서 저를 버리지 않으실 것을 믿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한 2년 전에 한 할아버지가 피를 토하시기에 병원에 모시고 갔습니다. 치료를 받은 후 병실에 계신 할아버지께 갔더니 매우 반가워 하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목사님께 어떻게 이 은혜를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퇴원하시면 교회에 나오시지요!” 그러자 할아버지께서 “교회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세요!”라고 하시면서 화를 내셨습니다. 저는 그 때 “우리가 믿는 것 같지만 오히려 믿어졌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동섭 목사 / 응용물리 72 / 콜로라도 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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