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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섭의종교칼럼] 삼식(三食) 님!

임동섭
2013.10.16 01:13 1,46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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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三食) 님!


시중에 떠도는 블랙유머들을 들을 때 웃기는 하지만 씁쓸한 여운이 남습니다. 은퇴한 남편을 조롱하는 유머도 그 중에 하나입니다. 아내가 곰국을 끓이면 최소한 3일은 놀러 가신다는 뜻이랍니다. 은퇴 후 거치는 세계 4대 대학이 있는데, 1년차는 하바드대(하루 종일 바쁘게 드나든다), 2년차는 하와이대(하루 종일 와이프 옆에 붙어 있다), 3년차는 동경대(동네 경로당), 4년차는 방콕대(방에 콕 박혀 있다)라고 합니다. 사실 이런 유머는 젊어서 권위적이고 위압적이었던 '돌아온' 남편들에 대한 아내의 은근한 복수의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심한 블랙유머가 있습니다. 집에서 밥 먹는 횟수에 따라서 아내가 부르는 남편의 호칭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집에서 한 끼도 먹지 않는 남편은 ‘영식(零食)’님. 한 끼만 먹는 ‘일식(一食)’씨. 두 끼를 먹으면 ‘이식(二食)’군. 세 끼를 다 먹으면 ‘삼식(三食)’새끼(발음상 세끼와 새끼가 같다). 하루 세끼에 간식까지 챙기면 '간나'새끼. 하루 세끼에 간식에 야식까지 챙기면 ‘종간나’새끼라고 한답니다.


저의 60년대 꿈은 하루 세끼 쌀밥을 먹고, 명절에 자가용타고 고향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점심은 감자로 때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밥이 모자랄 때 끓인 밥을 먹을 때도 많았습니다. 다섯 식구에 밥이 두 그릇 밖에 없을 때, 두 그릇의 밥에 물을 잔뜩 부어 다섯 그릇을 만드는 것입니다. 밥알보다 물이 더 많은 끓인 밥이었습니다. 굶주린 이들에게는 세르반테스의 말대로 “빵만 있으면 웬만한 슬픔은 견딜 수 있다.”라는 말이 실감이 나는 때였습니다.


한국에 갔을 때 대부분 방문한 집의 자녀들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설령 보아도 같이 밥을 먹거나 대화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침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들어왔습니다. 인사만 하고 공부하러 자기 방에 들어가 버립니다. 대화가 없는 가정들이 많았습니다. 자녀들이 출가한 가정은 TV보느라고 대화할 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같이 식사를 하는 중에도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검색하느라 대화하기가 곤란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공부 많이 해서 좋은 직장 들어가고, 출세하고, 더 바빠지고, 드디어 원하는 정상에 섰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줄 가족들은 대화한 적이 없기 때문에 어색해 합니다. 어떤 자녀들은 아버지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가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외로움을 느끼며 후회가 됩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함께 식사하며 즐겁게 대화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지만 너무 늦습니다.


가장 행복한 가정의 모습은 온가족이 오순도순 밥상에 둘러앉아 웃으면서 식사하는 가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밥상에서 교육이 이루어지고, 많은 정보가 오고가고, 사랑을 주고받습니다. 조금 유치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돈 버는 목적이 가족과 함께 맛있게 식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예배 다음으로 중요한 일이 함께 식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식구 중에 하나라도 식탁에 없으면 꼭 기다렸다가 함께 먹습니다. 


집에서 식사하면 건강에도 좋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지출이 적습니다. 집에서 식사하면 많은 유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블랙유머가 유행하는 것은 나이든 아내나 또는 맞벌이 아내가 그만큼 힘들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든 남편은 잘 삐칩니다. 왜냐하면 ‘데려온 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데려온 아들’은 평생 밥 해 주어야지, 말 친구 해 주어야지, 반찬 투정 받아주어야 합니다. ‘데려온 아들’은 외출할 때 옷도 무엇을 입고 가야할지 몰라 항상 물어 봅니다. 엉뚱한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나 오늘 점심 먹었나? 무엇을 먹었지?" ‘데려온 아들’ 돌보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열 효자보다 악처가 낫고, 혼자보다는 앓아누워 살아 있는 남편이 있는 게 낫다고 합니다.


남편을 돌보기가 어렵다 하더라도 ‘세끼 식사를 챙기는 남편’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문제의 본질은 ‘가사 일을 분담하지 않는 남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존 그레이’라는 심리학자에 따르면 남자는 여자로부터 ‘존경(Respect)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고 합니다. 또한 여자는 남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기 원한다고 합니다. 성취 중심, 목적 중심의 남자는 자신이 능력 있는 남자로 인식될 때 가장 행복을 느끼는 반면에 삶의 의욕과 목표가 상실될 때는 배우자로부터 무능력한 존재로 인식될 때라고 합니다. 남편을 추켜올려 가사를 돕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동섭 목사 / 응용물리 72 / 콜로라도 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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