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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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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섭의종교칼럼] 바빠서 죽겠구나!

임동섭
2014.05.21 12:39 1,56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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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서 죽겠구나!



구마일쯤 떨어진 곳에 사시는 ‘대동 할아버지’는 가끔 우리 집에 방문하셨습니다. 한번 오시면 할아버지와 함께 보름정도 지내시다가 가셨습니다. 두 분은 서로 시조로 대화를 나누셨습니다. 장기도 두시고 함께 산책도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두 분을 위해 음식을 장만하셨고 중학생이었던 저는 가끔 심부름을 하였습니다. 사랑방에는 언제나 웃음이 넘쳤고 여유가 있었습니다.


농사철이 아니면 농촌은 여유가 있었습니다. 동네 아주머니들은 점심내기 윷놀이를 하곤 했습니다. 진 팀이 점심을 내었습니다. 점심이래야 쑥떡에 신건지(물김치)를 나누어 드시는 정도였습니다. 점심을 드신 후 장구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며 즐기셨습니다.


제가 M회사 전산실에 근무할 때였습니다. 그 당시 컴퓨터가 막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종이 없는 결재 시스템’ ‘사무 자동화’ ‘정보관리 시스템’ 이라는 말들이 점점 친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는 매월 부서별로 전 사원을 대상으로 자기 업무에 대해서 발표하도록 했습니다. 전산실이 발표할 순서가 되었습니다. 전산실장님께서 저에게 발표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저는 ‘사무 자동화’에 대해 원고를 작성했습니다. 발표한 내용의 대부분을 잊어버렸지만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습니다. 발표할 내용을 사장님께 보여드렸더니 한 부분에 대해 계속 생각에 잠기시더니 그 부분을 반대로 고치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작성한 원고는 과장님, 부장님, 이사님의 결재를 받았으므로 고칠 부분이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작성한 원본에는 ‘사무 자동화로 인한 감원은 없습니다!’였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사무 자동화로 인한 증원은 없다!’로 수정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에 ‘사무 자동화’가 실현된다면 컴퓨터가 인간의 일을 대부분 처리하기 때문에 당연히 회사 측에서는 ‘감원’을 할 것이고, 회사원들은 ‘사무 자동화’로 인해 자기가 ‘해고 대상자’가 될까봐 걱정하므로, 사무 자동화로 인해 남는 인력은 다른 업무를 하도록 하므로 ‘감원은 없다!’로 원고를 작성했던 것입니다.


결국 원고를 수정했습니다. 그 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은 이해가 됩니다. 이제는 ‘이해’의 수준을 넘어서 체험적으로 느낍니다. 역시 사장님의 안목이 넓고 깊구나 하고 감탄을 합니다.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사무직 근로자의 일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6배로 증가했다는 연구기관의 발표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해 예언을 했던 두 사람을 들라면 ‘오웰’과 ‘헉슬리’일 것입니다. 오웰은 두려움이 우리를 파괴할 것을 두려워했고 헉슬리는 욕망이 우리를 파괴할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조지 오엘’은 ‘1984’라는 책에서 그는 ‘Big Brother’가 정보를 장악하고 통제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예견은 거의 빗나갔습니다. 오히려 ‘헉슬리’가 ‘멋진 신세계’라는 책에서 예견한 내용이 대부분 들어맞았습니다.


오웰이 겁낸 것은 서적을 금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반면 헉슬리가 겁낸 것은 굳이 서적을 금할 이유가 없게 될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아무도 책을 읽으려 들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웰은 우리에게서 정보를 박탈할 사람을 두려워했습니다. 반면 헉슬리는 우리한테 너무 많은 정보를 주어서 수동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로 만들어 버릴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오웰은 진실이 감춰질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반면 헉슬리는 진실이 엉뚱한 바다에 빠져 버리게 될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1984’에서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그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반면 ‘멋진 신세계’에서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간단히 말해, 오웰은 우리가 증오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봐 두려워했습니다. 반면 헉슬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봐 두려워했습니다.


자동차와 컴퓨터가 보급되면 여유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 바빠졌습니다. ‘스마트 폰’을 사용하면 스마트해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자동차 안에서도, 식사하면서도, 대화중에도 ‘카톡’하느라 바쁩니다. 요즈음 만나는 사람마다 다 ‘바쁘다!’고 합니다.


악한 사람이나 악령이 이 세상을 지배하려면 ‘강력하게 통제’할 것인가? 아니면 ‘좋아하는 것으로 바쁘도록 하게’할 것인가? 저는 헉슬리가 지적한 대로 ‘좋아하는 것으로 바쁘도록 하게’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지금 ‘좋아하는 것으로 바쁘게’하여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바쁠수록 여유를 갖고 성경을 읽고, 시간을 내어 사랑하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동섭 목사 / 응용물리 72 / 콜로라도 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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