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섭의종교칼럼] 일 년 내내 우려먹은 회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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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내내 우려먹은 회갑!
제가 지난 9월 28일자로 회갑을 지냈습니다. 사람이 나서 만 60년이 되는 해를 회갑(回甲)이라고 합니다. 회갑은 환갑(環甲), 화갑(花甲) 또는 화갑(華甲)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자기가 타고난 간지(干支)가 만 60년이면 도로 그 자리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릴 때 환갑인 분들 보면 정말 머리 허연 노인네였고, 손자와 손녀들을 보면서, 장기 두면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나이가 되었다니 실감나지 않습니다. 원래 회갑의 풍속이 생길 때만 해도 60세를 상당히 오래 사는 것으로 여겨졌었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수명이 점점 늘어 이제는 회갑잔치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쑥스러운 일이 돼 버렸습니다. 대개의 경우 회갑은 가족끼리 지키고 칠순잔치로 대신하는 예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도 회갑잔치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여러 번 축하를 받게 되었습니다. ‘미주 남침례회 한인총회 목회부’ 주최로 ‘목회자부부 세미나’가 샌프란시스코(2월), 달라스(3월) 그리고 애틀랜타(5월)에서 열렸습니다. 친구 목사님이 제가 회갑을 맞이했다고 소개하므로 3번의 축하를 받았습니다. ‘세계 한인침례인 선교대회’가 하와이(4월)에서 있었는데 거기에서도 축하를 받았습니다. 한국의 교회(7월)에서 설교할 때도 축하를 받았습니다. 우크라이나(9월)에 단기선교를 갔었습니다. 그곳 ‘하비스트 신학대학’ 졸업식/입학식에서 김교역 선교사님이 갑자기 저의 회갑을 축하하자고 제안하므로 거기에서도 축하를 받았습니다. 지난 9월 28일 주일예배 후 교회에서 진짜(?) 회갑잔치를 했습니다. 어떤 분은 저에게 ‘일 년 내내 회갑잔치를 우려먹는다!’고 부러워하셨습니다.
어의(御醫)를 늘 곁에 두고, 최고의 식재료를 써서 만든 수라를 받았던 조선의 왕. 그러나 환갑을 넘긴 이는 드물었습니다. 연산군. 광해군을 뺀 조선 왕(25명)의 평균 수명은 46세에 불과합니다. 이들 중 40세조차 넘기지 못한 왕이 11명이나 됩니다.
천하를 호령하고 온갖 호사를 누렸던 왕들이 단명한 이유는 과도한 영양, 스트레스, 운동 부족이라고 합니다. 환갑을 넘긴 조선의 왕은 태조(74). 정종(63). 숙종(60). 영조(83). 고종(67). 여기에 광해군(67)을 포함하면 모두 6명뿐입니다.
이들이 장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태조 이성계는 전투와 훈련이 훌륭한 운동이 됐다고 봅니다. 정종은 ‘격구’로 건강을 지켰습니다. 격구는 땅에 구멍을 파고 달걀만한 공을 집어넣는 운동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왕은 운동과 담을 쌓고 지냈습니다. 몇 걸음의 거리도 가마를 타고 다녔으며 세수도 직접 하지 않았습니다.
영조는 하루 다섯 번이었던 수라를 세 번으로 줄였습니다. 대신들과 회의 도중에도 식사 때가 되면 수라부터 받을 만큼 규칙적으로 식사했습니다. 밥도 잡곡밥을 더 좋아했습니다. 술과 맵고 짠 음식은 멀리한 고종은 고기보다 채소를 즐겼습니다.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습니다. 고종이 열강의 압력 등 극심한 스트레스에도 오래 산 것은 한방과 양방의 혜택을 동시에 누린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썬 샤인’ 잡지에 의하면 역사적 업적의 약 64%가 60세 이상의 사람들에 의하여 성취되었다고 보고했습니다. 괴테가 ‘파우스트’를 완성한 것도 여든이 넘어서였다고 하고 미켈란젤로는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전의 돔을 일흔 살 때 완성했다고 합니다. 베르디, 하이든, 헨델 등도 고희(古稀)의 나이를 넘어 불후(不朽)의 명곡을 작곡했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이나 슈바이처 역시 노경에서도 창조적인 일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요즈음의 평균수명으로 볼 때, 회갑은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왕년’을 자랑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년에는 노년의 시간을 충분히 누리고 즐길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폴 투르니에는 노년을 가리켜 “이 땅의 보물들이 빛을 잃는 시기”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노년이 될수록 움켜쥘 것도, 고집할 것도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이때가 오히려 더 주님과 순수하게 동행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 역시 노년에 더 향내와 아름다움을 남기면서 살고 싶습니다.
임동섭 목사 / 응용물리 72 / 콜로라도 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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