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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섭의종교칼럼] 모험하지 않는 도박사!

임동섭
2020.07.26 22:35 1,59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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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하지 않는 도박사!

(임동섭 목사 / 에콰도르 선교사)


‘카지노’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입니다.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 바로 도박이다. 따라서 도박에는 완전한 조화가 필요하다. 카지노 게임을 도박처럼 해서는 결코 이길 수 없다.”


“도박을 도박처럼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카지노 게임은 공부처럼 해야 한다. 뜨거운 미역국을 한 사발 가득 떠서 밥상에 옮겨놓는 조심스러움과 몇 십 번이고 불어서 식혀 먹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크게 이기기 위해서는 때가 왔을 때 위험을 감수하고 베팅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에 더해 얼마간의 운이 따를 때 크게 이기는 거 아닙니까?” “그것은 필패의 길이다. 열 번 중 아홉 번을 이기더라도 한 번 지면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게 카지노 게임이다. 카지노 게임은 그날 얼마를 땄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땄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카지노 게임은 공부처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카지노 게임에 있어서 운이나 재수란 무엇입니까?” 최 교수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런 것은 없다!” “네? 도박에서 제일 중요한 게 운이 아닙니까?” “그것은 하수들의 생각이다.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는 공부라고 여긴다면 거기에 운이 끼어들 틈은 없다.”


“하지만…….” “도박사는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한 판을 맞히고 못 맞히고는 우연이다. 그 숱한 우연의 바다를 헤엄치면서 자신만의 조화를 통해 필연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도박사의 몫이다.”


‘서영화’ 씨는 벤처기업 ‘뱁션’의 대표입니다. 그는 “우리는 사람을 두고 모험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벤처기업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모험하는 기업일 것입니다. 이러한 벤처기업이 모험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상하게 들렸습니다.


그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초보자용 영상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 일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더랍니다. 대학원을 그만두고 회사를 차렸습니다. 컴퓨터를 잘하는 사람을 채용했습니다. 한 달쯤 후에 이 직원이 한 달간 쉬겠다고 하더랍니다. 벤처기업의 한 달은 일반회사의 1년과 같다고 합니다. 왜 쉬려고 하느냐고 물었답니다. 여자 친구와 사귄지 1년 기념으로 유럽여행을 하기로 했답니다.


실력이 좋으면 채용하고, 같이 일을 하다보면 주인의식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이 생각이 큰 모험이란 것을 바로 알게 되었답니다. 그 후 직원을 채용할 때에 모험을 하지 않기로 했답니다.


‘폴 투르니에’는 ‘모험으로 사는 인생’이라는 책에서 ‘모험은 본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40대 중반에 모험을 하는 것을 보면 그의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치과의사가 갑자기 ‘순두부 전문 식당’을 차리고, 주방에서 일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인생은 하나님이 지휘하시는 모험이다!’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실패나 실수를 통해서도 우리를 인도하신다!’는 그의 말은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모한 모험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범생’이 과에 속한 사람입니다. ‘범생’이란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모범생(模範生)’을 놀림조로 부르는 말입니다. 다른 하나는 ‘범생(凡生): 평범한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저에게는 두 가지 의미가 다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2002년 9월에 ‘포근한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개척 당시 이미 38년째 교회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일 때 유년 주일하교 반사(교사)를 했었습니다. 고등학생일 때는 교회 재정을 맡기도 했었습니다. 대학생 때는 가끔 설교한 적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신학대학교와 대학원에서 공부했었습니다. 미국에 유학 와서 목회학 석사과정(90학점)과 신학 석사과정(30학점)을 마치고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중에 교회를 개척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준비가 된 목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콜로라도 덴버에 개척하기 전에 'Core Member(핵심 멤버)'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개척 후 3개월 쯤 되었을 때 교인이 15분 정도 모였습니다. 1년 후에는 100명, 2년 후에는 200명........ 늘어날 성도님들을 생각해서 미리 교회를 알아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교회를 매입하려면 엄청난 예산(약 200만 불)이 필요했습니다.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안을 생각했습니다. 주택을 사서 종교부지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교회에서 가까운 곳에 3.5에이커 주택이 매물(65만 불)로 나왔습니다. 농경지였지만 종교부지로 용도변경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청문회도 했습니다. 결국 청문회에서 부결되었습니다. 만약 그 건물을 샀더라면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면 아찔한 생각이 듭니다.


목회 생활을 뒤돌아보면 참 창피한 생각이 듭니다. 프로 도박사가 행운을 기대하지 않고, 모험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도박사보다 못한 목회를 했다는 반성을 합니다. 저는 지금 에콰도르에서 신학대학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신학생들이 모험하지 않고 목회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은 모험하지 않는 사람은 현실에 안주하게 되고 하나님께서 우리 앞에 마련해 놓은 신비한 체험을 할 수 없다고 하면서, 모험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십니다. 그러나 저는 하나님과 함께하는 모험은 모험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모험(?)은 짜릿함을 느끼면서도 안전한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트(Roller-coaster)’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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