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섭의종교칼럼] 에콰도르 이야기(20) 자연의 권리를 인정한 첫 번째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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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이야기(20)
자연의 권리를 인정한 첫 번째 나라!
지난 2003년 10월 한국에서 색다른 소송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경남 천성산에서 살아가는 도롱뇽들이 이 산을 꿰뚫고 지나가는 경부 고속철도 건설 공사를 중단하라는 소송을 법원에 낸 것입니다. 물론 도롱뇽이 이런 일을 스스로 할 순 없으니 ‘도롱뇽의 친구들’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사람들이 대신 나서서 한 일이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1998년에 낙동강 재두루미를 원고로 한 소송이, 2000년에는 새만금 개발 사업을 막으려고 어린이들이 원고로 나선 이른바 ‘미래세대 소송’이 벌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결과는 세 경우 모두 ‘원고 부적격’ 판결이 나고 말았습니다. 동물이나 어린이는 소송을 제기할 법적 자격 자체가 없다고 판결했다는 뜻입니다. 처음부터 싸울 자격 자체를 인정해주지 않으니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진 셈입니다. 이 내용은 ‘월간 참여사회 2018년 11월호(통권 260호)’에서 가져온 내용입니다.
1972년 스톤(Christopher Stone) 교수는 “나무도 원고적격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글을 통해 자연물(natural objects)에도 법적권리를 인정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논증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제 자연물이 당사자가 된 소송에서 자연물에게 권리주체성을 인정한 법정은 없었습니다.
오랜 세월 인류는 ‘인간 중심주의’로 살아왔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 데카르트 등이 정립한 “자연과 동물은 인간을 위해 복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사상은 “자연은 우리 재산이며 우리는 마음대로 이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으로 굳어졌습니다. 이러한 사상 때문에 인간은 해마다 1000억 마리 이상의 동물을 죽이고, 생태계를 파괴하며 기후 질서를 교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상을 깨뜨리고 자연의 권리를 헌법에 명시한 나라가 있습니다. 2008년 9월 에콰도르는 자연의 권리 조항을 담은 헌법개정안을 국민투표로 통과시킴으로써 헌법에서 자연의 권리를 인정한 첫 번째 나라가 되었습니다.
헌법 제71조는 “생명이 재창조되고 존재하는 곳인 자연 또는 파차마마(Pachamama)는 존재와 생명의 순환과 구조, 기능 및 진화 과정을 유지하고 재생을 존중받을 불가결한 권리를 가진다. 모든 개인과 공동체, 인민과 민족은 당국에 청원을 통해 자연의 권리를 집행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파차마마(Pachamama)’의 뜻은 ‘대지의 어머니’입니다. Pacha는 ‘케추아’어로 ‘대지, 세계, 우주, 시간, 시대’ 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Mama는 ‘어머니’ 라는 뜻입니다.
2009년 에콰도르 빌카밤바강 인근에 농지를 소유한 미국인 노부부가 지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농지 옆을 지나는 좁은 길이 3차로 도로로 확장되면서 공사 폐기물이 강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불도저가 수천 톤의 잔해더미를 강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이로 인해 어떤 구간에선 강폭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부부는 “폐기물을 강에 투입하는 행위를 멈추고 강의 흐름을 복원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했습니다.
2년 후(2011년) 항소심을 진행한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1심을 파기하고 세계 최초로 “강의 헌법적 권리를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즉시 자연의 권리를 보호하고 발효시켜 오명 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다하는 것이 헌법에 충실한 법관의 의무”라고 밝혔습니다.
“에콰도르 여행은 마치 적도에서 남극까지 여행하는 것 같다!”고 독일학자 훔볼트가 말했습니다. 에콰도르는 비옥한 안데스 산맥과 아마존 열대우림, 황금어장인 태평양 연안과 해양 동물들의 낙원인 갈라파고스까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어 ‘신들의 정원’이라고 불립니다.
에콰도르는 적도가 지나는 세상의 배꼽이자, 다양한 기후를 가진 늘 푸른 나라입니다. 본토에서 1,000km 떨어진 태평양의 갈라파고스지역,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태평양 연안의 해안지역, 수도 키토(Quito) 등이 속해있는 안데스 산악지역, 독특하고 다양한 동식물과 금을 비롯한 광물들이 풍부한 아마존 열대우림지역 등 이들 네 지역은 기후가 뚜렷이 구별됩니다. 남미 국가에서 한두 가지의 기후를 갖고 있는 나라는 더러 있으나, 이처럼 각양각색의 기후 모두를 한 곳에 서 경험할 수 있는 나라는 오직 에콰도르뿐입니다.
에콰도르는 세계적으로도 동식물 종(種)의 수가 많은 나라입니다. 오직 에콰도르에만 서식하는 특수한 동식물들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이러한 동식물 종(種)을 보호하기 위해서 에콰도르 정부는 국토 대부분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습니다. 또한 국립공원이 아니더라도 보존지역(reserved area), 혹은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유지시키는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갈라파고스 국립공원은 에콰도르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입니다. 다른 국립공원으로는 Cayambe-Coca, Cotopaxi, Sangay, Yasuni가 있습니다.
국립공원을 보호하기 위해 에콰도르 정부가 노력하고 있는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천혜의 자연 경관으로 유명한 갈라파고스 섬에 가려면 사전 예약을 해야 합니다. 방문객 수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비행기에 오르는 승객에게는 특별검역을 실시합니다. 도착 후에는 자연에 영향을 주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습니다. 최근(2018년) 야생 동물과 자연 보호 차원에서 불꽃놀이 판매와 사용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이는 불꽃놀이 후 동물들의 심장박동 수가 높아지고, 불안해하면서 몸을 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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