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극장까지… 급성장하는 미국 초대형 교회
본문
[세계는지금]체육관·극장까지… 급성장하는 미국 초대형 교회
1970년대 이후 신자 수가 2000명이 넘는 초대형 교회(mega-church)가 미국뿐 아니라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에서 크게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초대형 교회가 1200여개에 달하며, 이들 중 상당수는 대형 체육관이나 대학 캠퍼스를 개조해 사용한다. 초대형 교회는 전용식당, 체육관, 카페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레저·오락생활까지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대개 전형적인 개신교 복음주의파에 속하며, 사회적으로 보수적인 가치관을 중시하고 있다. 미국사회 변화의 중심 축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초대형 교회의 실상을 심층 점검해본다.
미국에는 약 33만개의 교회가 있는데 25년 전에는 신자 수가 2000명이 넘는 교회는 전국에 걸쳐 74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초대형 교회 수가 1200여개로 늘었고 ‘긍정의 힘’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조엘 오스틴 목사가 이끄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레이크우드 교회는 등록된 신자 수가 5만2000명에 달한다. 레이크우드 교회는 대형 체육관을 교회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으며 이 교회의 주일 예배는 TV방송을 통해 전국에 중계된다.
미국에서 초대형 교회는 이제 단순히 예배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지역사회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초대형 교회는 최첨단 시설을 갖춘 자체 방송시설을 통해 예배와 설교 내용을 중계할 뿐 아니라 커피·샌드위치 전문점, 체육관 등을 운영함으로써 지역 주민에게 ‘만남의 광장’을 마련해준다. 초대형 교회의 문은 일요일뿐 아니라 주중 내내 열려 있다. 이들 교회는 학생들의 방과 후 프로그램, 탁아시설 등도 운영하고 있다.
교회에 오는 신자 수가 많아지고, 그 계층이 다양해지면서 복음과 동시에 세속적인 가치실현에도 교회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부 초대형 교회는 어떻게 하면 물질적으로 부유하고, 정신적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찾는 것을 강조하고 있어 ‘번영 복음’(prosperity gospel)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미국 기업들도 초대형 교회를 겨냥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할리우드는 ‘패션 오브 더 크라이스트’ ‘나니아 연대기’ 등 기독교인을 겨냥한 영화를 출시하고 있다. 재원이 풍부한 초대형 교회들은 이 같은 영화 티켓을 수천∼수만장씩 구입해 신자 및 일반 시민에게 나눠주는 방법으로 포교 활동을 벌인다. 캘리포니아주 코스타 메사에 있는 한 교회는 주말예배를 취소하고, 그 대신 극장에서 종교영화를 관람토록 했다고 미국 의회전문 연구기관지인 CQ 리서처 최신호가 보도했다.
[img3]
초대형 교회는 일반 영화를 볼 수 있는 극장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초대형 교회는 대부분 대형 스크린과 방송시설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교인과 주민을 대상으로 교회에서 영화를 상영하기도 한다. 종교와 신앙 문제를 다룬 ‘레프트 비하인드’라는 제목의 영화는 미국의 3200개 교회에서 상영되는 기록을 남겼다.
맥도널드, 포드자동차, 크라이슬러자동차, 대형 체인소매점 타깃, 코카콜라 등 굴지의 기업들이 초대형 교회가 주최하는 콘퍼런스 등 각종 행사의 후원사로 나서기 위해 물밑 경쟁을 벌인다. 기업들은 초대형 교회의 행사에서 무료샘플 배포, 시음·시식행사, 신차 시승 등의 각종 이벤트를 여는 등 판촉전을 벌인다. 크라이슬러는 초대형 교회 신자들에게 신차 시승 기회를 주고, 차를 한번 탈 때마다 암센터 지원을 위해 5달러의 기부금을 내도록 하는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신차 홍보와 자선사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전략인 셈이다.
일부 초대형 교회들은 작은 술집이나 나이트클럽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고 CQ 리서처 최신호는 보도했다. 미국 내 최대 침례교재단 소속인 텍사스주 베일러대학의 배리 하베이 교수는 “초대형 교회와 쇼핑몰이 구분되지 않는다”면서 “일부 초대형 교회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돈독히 함으로써 물질적인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초대형 교회의 목사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각종 사회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목사는 특정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신자들의 동참을 유도하는 한편, 동성연애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한 대국민 로비에 뛰어든다. 캔자스주에서는 최근 초대형 교회가 개입해 동성 간 결혼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 제정을 거부한 현역 주의회 의원을 낙선시키고, 보수 성향의 인물을 당선시켰다.
2004년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 진영은 초대형 교회를 핵심 득표거점으로 활용했다. 부시 대통령 진영은 보수 성향의 초대형 교회 목사들을 동원해 유권자 등록 및 투표참가 활동을 독려토록 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 진영의 책사였던 칼 로브 전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은 동성결혼 반대 등 보수파의 결집을 유도할 수 있는 주민투표를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실시함으로써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자연스럽게 투표장에 나오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해 큰 성과를 거뒀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왜 증가하나]교통 편리한 곳에 입지… 복합시설로 친근감 줘
미국에서 2000명 이상의 신자가 등록된 초대형 교회의 평균 신자 수는 약 3500명이다. 미국에서 신자 수가 가장 많은 교회인 텍사스주의 레이크우드 교회는 특정 종파에 속해 있지 않으며 일주일 평균 예배자 수는 3만명에 달한다. 2위는 캘리포니아주의 남부 침례교 소속 새들백 밸리 커뮤니티 교회로 일주일 평균 예배자 수는 2만2000명이다. 이어 특정 종파 소속이 아닌 일리노이주의 윌로 클릭 커뮤니티 교회(일주일 평균 예배자 수 2만명), 텍사스주의 남부침례교 소속 펠로십 교회(1만9500명), 켄터키주의 사우스이스트 크리스천 교회(1만8757명)가 3∼5위를 차지하고 있다.
초대형 교회를 신자 규모로 구분하면 2000∼2999명인 교회가 53.8%, 3000∼3999명인 교회가 19.1%, 4000∼4999명인 교회가 11.1%, 5000∼5999명인 교회가 12%, 1만명 이상인 교회가 4%이다. 종파별로 보면 무종파 34%, 남부침례교 16%, 침례교 10%, 하나님의 성회 6%, 연합감리교 5%, 갈보리 교회 4.4% 등이다.
미국에서 지난 25년 사이에 초대형 교회가 급증한 이유 중 하나는 생활습관의 변화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도시 외곽의 주거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보다 질 좋은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차를 몰고 조금 떨어져 있는 대형 마트나 쇼핑몰을 가듯이 인근 교회보다 초대형 교회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초대형 교회는 대형 쇼핑몰처럼 고속도로 교차로 부근 등 교통이 편리한 곳에 자리 잡게 된다.
또한 초대형 교회는 대개 대형 창고나 스포츠 시설 등을 개조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인들이 위압적인 모습의 단독교회 건물보다는 쇼핑몰 등에 섞여 있는 교회시설에 친근감을 느낀다는 게 초대형 교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초대형 교회가 탁아시설과 운동시설 등을 갖추고 있어 교인이 아닌 사람들도 이 같은 시설을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교인으로 발전하는 사례가 많다.
더욱이 초대형 교회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특정 직업, 취미, 연령, 거주지 등을 기준으로 다양하게 소그룹 모임을 만들 수 있어 교인들의 유대관계를 강화하기가 쉽다. 특정 종파에 소속돼 있지 않은 초대형 교회는 헌금을 상급 기관에 보낼 필요가 없어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고, 이를 토대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초대형 교회가 늘어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익명성 보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수천명의 교인이 있는 교회에서는 개인주의 생활양식을 유지하는 미국인들이 주위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스럽게 종교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댓글목록 3
최강일님의 댓글
정창주님의 댓글
박명근님의 댓글
건데 이런 교회들의 모습이 진정한 하나님께서 원하는 모습의 교회일까요<br />
아닐것 같은데<br />
Social club 같은 냄새가 나네요<br />